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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속(續) '韓·恨·한민족'
세계사의 한복판에 의지도 없이 던져져 어느 외국 땅의 둔덕 아래에 학살된 한 무리의 한민족.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는 지난 3월 26일 (오 하느님)이라는 장편소설을 냈다. (오 하느님)은 4월 둘째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에 7위에 올랐다.

조정래는 오마이뉴스 정민호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르짖듯 말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급박해. 소설 속의 시간은 길지만 작품 내내 위기감이 팽배해 있어서 그래. 소설의 여러 요소로 그것을 보여주려고 했어. 먼저 긴박하게 하려면 만연체는 안돼.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했어. 또한 강, 약, 강, 약이 아니라 강! 강! 강! 이렇게 썼어. 그리고 상징을 많이 쓰기로 했어.

이 작품에는 독수리나 까마귀가 나와 흉계를 의미하는 거야. 시체도 많아. 상황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거야. 소설 속 그들은 외쳐.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 인간의 비극이야. 이것을 문체나 상징 같은 것으로 보여주니까 빨리 읽히고 젊은 층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거야.”

책의 제목이 ‘오 하느님’이 된 데 대해 설명했다.

“정말 ‘오 하느님 맙소사!’야. 어찌 해야 합니까! 하는 거지. 이건 절망에 빠진 절규야.

영어로 하면 오 마이 갓이지. 생각해봐. 사람이 사람에게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절규가 나오지. 이 제목 정하는 데 힘들었어. 내가 36년 동안 글을 썼어, 그런데 이번처럼 제목 정하기가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야.”

일제 시대 조선 땅 충남 서산에서 스물 살 때인 1938년 소작인의 아들로 참전해 1939년 외몽고 노몬한에서 관동군 소속으로 싸우다가 소련군에 잡혀간 신길남(소설 속 주인공) 일본군 상등병.

1942년 12월에는 소련군 소속으로 독일군과 모스크바 교외에서 전투하다 독일군의 포로가 된 신길남 소련군 일등병.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진 D-데이. 그는 이번엔 독일군 동방여단 소총수로 참전했다가 미국 101 공정사단 506 낙하산연대 2대대 E중대 부소대장 봅 브루어 소위의 포로가 된다.

그는 노르망디 건너 영국을 거쳐 미국 뉴포트 근처 포로수용소에 이송돼 독일군에 붙잡힌 소련군 포로로 대우받는다.

그리고 1945년 2월 알타회담에서 스탈린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간의 포로교환 상호협정에 따라, 독일군에 잡힌 미군 포로들 중 소련이 수용하고 있던 미군 9만8,000여 명과 맞교환하기 위한 반대급부로 45년 5월 독일에 승전한 이후 어느 날 그는 소련으로 송환된다.

(오 하느님)에는 소련의 새 포로수용소로 가는 어느 둔덕 아래 분지에서 집단학살된 것으로 나온다. 소설에는 적어도 11명 이상의 ‘조선인’이 살해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오 하느님)이 출간되기 6년여 전 (오 하느님)의 주인공들은 주간한국 ‘어제와 오늘’ 칼럼(1999년 6월 28일자)에 ‘韓·恨·한민족’의 제목으로 나온다.

‘韓·恨·한민족’ 칼럼은 2002년 10월 13일 죽은 스티븐 앰브로스(1936년 1월생. 뉴올리언스대 역사학 교수. ‘아이젠하워’, ‘닉슨’의 공식 전기작가. 아이젠하워센터 소장. 2차 세계대전 뮤지움 창설자)가 1994년에 쓴 (D-Day)에 나오는 ‘노르망디의 조선인’의 모습에 대해 썼다.

“1944년 6월 6일, ‘유타 해변’이란 작전명이 붙은 노르망디 셀부르그 해변에 낙하산으로 내린 101공정사단 506 낙하산연대 2대대 E중대 1소대 부소대장 봅 브루어 소위는 독일군복을 입은 4명의 동양인을 생포했다.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나중에야 한국인임을 알았다. 브루어 소위는 놀랐다.

“세상에! 한국인이 히틀러의 최후의 방어선에서 미국을 맞서 지키는 일이 일어나다니. 심문 끝에 이들은 38년 일본에 징집되어 노몬한 전투에서 1939년 포로가 되어 소비에트 적군(敵軍)에 강제편입되었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941년 12월 모스크바 독·소 공방전에서 이들은 독일군의 포로가 된 후 노르망디 벙커를 지키는 병사가 되었던 것이다.”

(D-Day)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12줄 나온다.

1992년에 나온 506연대 E중대의 ‘노르망디에서 히틀러의 둥지’까지의 전투활동에 관한 (밴드 오브 브러더즈)라는 책(2001년 TV시리즈)의 자료를 모으던 앰블로스는 브루어 소위에게 그 후의 느낌을 물었다.

“이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늘 궁금했다. 내 추측으론 한국으로 돌아가 남북 군대 어느쪽에 들어가 1950년 한국전쟁 때 서로 맞싸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건 그들이 어느 쪽 한국에 속하느냐에 달렸다. 그게 20세기 세계 정치의 우스운 모습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들 ‘노르망디 한민족’의 ‘우스운 모습’을 20세기 역사 속에서 지켜보고 (오 하느님)을 읽은 문학평론가 복도훈은 결론내렸다.

“동아시아 변방 출신의 나라 잃은 조선인들이 겪는 모진 유랑 체험의 아이러니와 역사의 간지(奸智: 간사한 지혜, 미국과 소련의 알타회담에서의 억류포로 상호교환 협정)를 결합시키는 서술과 대화, 이념적 서술자를 표나게 내세우는 대신 작가 특유의 민족적 동질감에 대한 열망과 호소를 인물들에 부조하는 솜씨 등은 (오 하느님)이 가진 서술적 장점이라 할 만하다.”

세계사의 한복판에 의지도 없이 던져져 어느 외국 땅의 둔덕 아래에 학살된 한 무리의 한민족. 한민족에 관심 있는 이들은 (오 하느님)을 읽어야 한다.



입력시간 : 2007/05/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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