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화가 나서 죽지 않을 만큼 약을 먹을까도 생각했어요. 저는 힘이 없으니까요. 가슴 성형을 제가 하지 않았다고 말해도 남들이 믿어주지도 않을 거잖아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외래직원으로 근무했던 20대의 A모 양은 지난 3월 주간한국의 성형병원 관련 기사(2166호 ‘전문클리닉 탐방’)에서 ‘가슴 성형을 앞둔 환자’로 사진이 게재된 뒤 커다란 충격에 빠졌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잡지 발행 이후 20여 일이 흐른 4월 17일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녀는 “한동안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자신의 명예만 회복된다면 세상 공부한 셈치고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주간한국이 최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가슴성형을 취재차 그녀가 근무하던 병원을 찾으면서였다. 병원 측은 홍보를 위해 직원에게 환자복을 입혀 관련 사진을 찍도록 한 것. 그렇게 해서 선택된 직원이 그녀였다. 근무한 지 몇 달 안 된 막내였기 때문이었다.

“한창 결혼적령기인 나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 촬영은 정말로 하기 싫었지만, 제가 막내였고 떼밀다시피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진에 찍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수차례 얼굴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하며 찍었는데, 그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잡지에 나온 것이었죠.”

사진 기자는 당시 촬영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녀의 요청을 듣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사진 설명은 ‘수술을 앞둔 환자가 가슴성형 모형을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되어 있어 충격이 더 컸다고 한다. 혹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보면 어쩌나 등 여러 생각이 교차해 가슴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하루종일 어떻게 일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일단 하루를 쉬고 감정을 추스리고자 했죠.”

이후 병원 관계자와 사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병원측은 나몰라라 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지만, 우리의 잘못이 아니니 보상은 못해주겠다고요.”

결국 가족까지 사건을 알게 됐고,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부모님은 시집도 안 간 딸이 가슴성형 기사에 얼굴이 실린 것을 보시고는 맘이 많이 상하셨어요.”

더 억울한 것은 이러한 초상권 침해에 대해 항의하려는 그녀의 태도에 대해 ‘보상을 바라는’ 이상한 여자로 취급하는 병원 주변의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녀는 이러한 사연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도 보고 법률 자문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금전적인 피해 보상보다는 정정 보도를 통한 명예 회복을 택하기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사건 이후 주간한국과의 진솔한 만남을 통해 “세상이 저를 속인 것 같은 회의감에 아무도 믿을 곳이 없다 생각했는데 (주간한국에서) 그냥 제 말을 진심으로 들어준 것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진실만 밝혀지면 그냥 안 좋았던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주간한국은 한 사람의 초상권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인식하고 그녀의 심경을 그대로 싣기로 하였다.

기사 마감 시간에 쫓겨 개인의 초상권 보호에 소홀했던 점 깊이 사과하며,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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