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난이도’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난이도(難易度)’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다. 몇몇 예를 들어 본다.

(1)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실제 수능의 난이도를 가늠해 보는 입시 설명회.(한국경제 6월 13일)

(2) 수능은 상대적 석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난이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서울신문 6월 12일)

(1)과 (2)는 난이도를 가늠하고 이에 반응하며 “어렵고 쉬운 정도”의 뜻을 잘 살렸다.

“어렵고 쉬운 정도” 중 “어려운 정도”만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

(3) 3절에서는 각 문항에 대해서 난도를 분석하였다. 이것은 ‘매우 쉽다, 다소 쉽다, 보통이다, 다소 어렵다, 매우 어렵다’의 다섯 가지 등급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국립국어원, ‘공무원 시험을 위한 제언’ 4쪽, 2002)

(4) 영어 독해는 (중략) 문제 풀이 시간이 부족하고 체감 난도도 높았다.(동아일보 4월 24일)

‘어려운 정도’를 뜻하는 말은 (3)의 예처럼 ‘난도(難度)’라고 한다. 위 출처의 목차에는 ‘기출 문제의 난도 분석’ 항목을 두고 ‘난도 분석표, 난도 분석 기준, 난도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난도’는 ‘곤란도(困難度)’라고도 한다. 그리고 표면상의 난도보다 몸으로 느끼는 어려움이 더 클 때 (4)처럼 “체감 난도(體感難度)가 더 높다”고 말한다.

‘난도’에 다른 말이 붙으면서 그 정도를 높이는 말도 생겨난다.

(5) 모의수능 전문가 분석 - ‘고난도 문항’ 확실히 점검하라.(경향신문 6월 12일)

(6) 크리스토퍼가 “이까짓 것”하며 덤빈 ‘배역’은 사실 최고난도의 연기력이 필요했다.(문화일보 6월 14일)

(7) 전도연은 (중략) 초고난도 캐릭터인 ‘밀양’의 신애 역으로 다시 한 번 연기의 정점에 섰다.(세계일보 5월 18일)

(5)의 ‘고난도(高難度)’는 난도가 높다는 말이요, (6)의 ‘최고난도’는 가장 어렵다는 말이요, (7)의 ‘초고난도’는 어려운 범위를 넘어섰다는 말이다. ‘난도’는 ‘고난도-최고난도-초고난도’의 단계를 밟으면서 점점 어려워진다. ‘최고난도’와 ‘초고난도’는 상황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려운 정도”를 ‘난이도’로 말하는 예가 적잖다.

(8) 난이도가 높은 곳부터 상중하로 표시.(출제 카드 설명서)

(9)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코의 길이를 늘리는 시술.(ㅁ일보 6월 12일)

(8), (9)의 ‘난이도’는 ‘난도’의 뜻으로만 쓰였다. ‘난이(難易)’의 ‘난(難)’만 대접받고 ‘이(易)’는 잊힌 존재가 된 셈이다. 난이도는 “쉽고 어려운 정도”를 적절하게 맞추고 조정하고 조절하는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올려서 어렵게 하고 낮춰서 쉬워지게 할 수는 없다. 어렵게 출제하려면 ‘난도’를 높이고 쉽게 출제하려면 ‘난도’를 낮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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