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 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날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함께 힘써 나가세, 함께 힘써 나가세.

광복절의 노랫말이다. 제1절 첫 구절의 “흙 다시 만져 보자”의 ‘흙’은 어디의 흙일까. 제2절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의 ‘예’는 어디일까. 조국일까, 모국일까, 고국일까. 용례를 보며 생각해 보자.

①기념식은 축하 공연과 만세삼창에 이어서 조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비둘기 날리기 행사로 마무리됐습니다. 헤이그시는 오늘을 이준 평화의 날로 지정해 역사적 의미를 더했습니다.(7. 14.)

②그는 또 “150번도 넘게 민생 현장을 다니며 이 손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았다”면서 “이 위기에서 조국

구하기 위해 두 손을 불끈 쥐고 여러분 앞에 섰다”고 덧붙였다.(7. 31.)

③일제강점기에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국가기념일 설명서)

‘조국(祖國)’은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로 자기의 국적이 속한 나라, 또는 민족이나 국토의 일부가 떨어져서 다른 나라에 합쳐졌을 때에 그 본디의 나라다. ‘부모의 나라’이자 ‘조부모의 나라’다. ‘조국’이란 말은 그 나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두루 쓸 수 있다.

④70대 노구를 이끌고 지난겨울 북한을 탈출한 한 국군포로로 석 달이 다 되도록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아직도 중국 땅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중략) "고국에 와서 가족 밑에서 빨리 치료도 받고 국가의 보호도

받아야 할텐데." (4. 26.)

⑤발레리나 강수진 씨를 비롯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스타 무용수들이 한무대에 오릅니다.(중략) 나이 마흔을 맞아 고국 팬들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마련한 공연입니다.(7. 26.)

⑥시카고 지역 일본계 O 미국인 협회도 공식성명을 내고 모국인 일본 정부의 명백한 사과를 촉구했습니다.(5.

2.)

‘고국(故國)’은 주로 남의 나라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를 이르는 말이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처자를 고국에 두고 혼자 만주로 떠났다”가 그 예다.

‘모국(母國)’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로, 역시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 자기 나라를 이르는 말이다. “해외 동포의 모국 방문”이 그 예다. 따로 떨어져 나간 나라에서 그 본국을 가리킬 때에도 쓴다.

'고국'과 '모국'은 주로 외국에 있는 사람이 자기 나라를 가리킬 때에 쓰므로, 국내외 어느 쪽에서나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조국'과는 차이를 보인다.

다시 광복절 노래로 돌아가자. “흙 다시 만져 보자”의 ‘흙’과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의 ‘예’는 ‘조국’, ‘고국’, ‘모국’ 모두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1945년의 광복을 직접 경험했든 하지 않았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62년 전의 그 감격을 새롭게 느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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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