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월, 3월, … 11월, 12월, 그리고 정월, 동짓달, 섣달. 우리가 잘 아는 달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 밖에도 달 이름, 특히 음력 달의 이름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달 이름을 천간에 맞춰 붙이기도 한다. ‘정월-인월(寅月), 2월-묘월(卯月), 3월-진월(辰月) 4월-사월(巳月), 5월-오월(午月), 6월-미월(未月), 7월-신월(申月), 8월-유월(酉月), 9월-술월(戌月), 10월-해월(亥月), 11월-자월(子月), 12월-축월(丑月)’로 짝을 짓는다.

순서에 따른 명칭이 있다. 각 계절을 ‘맹(孟)’ㆍ‘중(仲)’ㆍ‘계(季)’로 나누어, 봄의 첫 달 정월을 ‘맹춘’, 여름의 첫 달 4월을 ‘맹하’, 가을의 첫 달 7월을 ‘맹추’, 겨울의 첫 달 10월을 ‘맹동’이라 부른다. 그 밖에 정월을 ‘상춘(上春)’, 7월을 ‘상추(上秋)’ ․ ‘수추(首秋)’ ․ ‘신추(新秋)’, 10월을 ‘상동(上冬)’이라고도 부른다.정월은 일 년 중 처음에 오는 달이라 하여 ‘원월(元月)’, ‘단월(端月)’이라고 하고, ‘왕’을 붙여 ‘왕월’ ․ ‘왕춘(王春)’ ․ ‘왕춘월(王春月)’이라고도 한다. 각 계절의 첫 달인 정월, 4월, 7월, 10월을 통틀어 ‘맹삭(孟朔)’․ ‘맹월’이라고 한다.

봄의 둘째 달 2월을 ‘중춘(仲春)’ ․ ‘중양(仲陽)’, 여름의 둘째 달 5월을 ‘중하(仲夏)’, 가을의 둘째 달 8월을 ‘중추(仲秋)’ ․ ‘중상(仲商)’, 겨울의 둘째 달 11월을 ‘중동(仲冬)’이라 한다. 이 네 철의 2, 5, 8, 11월을 ‘중삭(仲朔)’, ‘중월(仲月)’이라 한다.

이어 계절의 끝 달에 해당하는 말로, 늦봄 3월을 ‘계춘(季春)’, 늦여름 6월을 ‘계하(季夏)’, 늦가을 9월을 ‘계추(季秋)’, 늦겨울 12월을 ‘계동(季冬)’이라 부르고, 이미 저물었다고 하여 ‘모춘(暮春)’, ‘모하(暮夏)’, ‘모추(暮秋)’, ‘모동(暮冬)’이라 부르기도 한다. 각 계절의 끝 달인 3, 6, 9, 12월을 통틀어 ‘계월(季月)’이라고 한다.

달 이름 중에는 동식물이나 자연 풍광 등에서 따 온 것도 있다. 복숭아의 ‘도월(桃月)’과 앵두의 ‘앵월(櫻月)’은 3월을, 창포의 ‘포월(蒲月)’과 석류꽃의 ‘유월(榴月)’은 5월을, 매미의 ‘선우월(蟬羽月)’은 6월을 이른다. 난초(蘭草)의 ‘난월(蘭月)’과 오이의 ‘과시(瓜時)’, 오동나무의 ‘오월(梧月)’과 ‘오추(梧秋)’는 7월을, 나뭇잎의 ‘엽월(葉月)’, 계수나무의 ‘계월(桂月)’과 ‘계추(桂秋)’는 8월을, 국화(菊花)의 ‘국월(菊月)’과 ‘국추(菊秋)’는 9월을 이른다.

날씨도 활용했다. 따스한 ‘혜풍(惠風)’은 3월을, 비 오는 ‘우월(雨月)’은 5월을, 더운 ‘서월(暑月)’은 6월을, 맑게 갠 ‘청추(淸秋)’는 8월을, 서늘한 ‘양추(凉秋)’는 9월을 가리킨다. 꽃이 피고 풍광이 좋은 3월을 ‘가월(嘉月)’, ‘희월(喜月)’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달에 든 특정 행사 이름을 딴 것도 있다. 유듀(流頭) 명절이 든 6월을 ‘유월(流月)’이라 하고, 길쌈 솜씨를 좋게 해 달라고 칠석에 견우성과 직녀성에 비는 ‘걸교(乞巧)’가 든 7월을 ‘교월(巧月)’이라 한다.

달과 관련하여 넉 자로 지어낸 말도 있다. 해가 길어서 일하기 지루하니 ‘깐깐오월’, 쉽게 지나가니 ‘미끈유월’, 별일 없이 어정거리다가 지나가니 ‘어정칠월’, 아주 바빠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니 ‘동동팔월’이라고 한 말이 그 예다.

이제 2007년도 한 달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새 달도, 새해 모든 달도 모든 이가 흐뭇하게 지내는 ‘길월(吉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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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