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의 갈래 중 일반 국민이 가장 많이 찾아 읽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사람을 뽑는다는 ‘모집 공고(公告)’가 아닐까 한다. 취업 준비생이 엄청난 많은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에서는 모집 공고, 채용 공고를 중심으로 보기로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응모 서류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알리는 대목을 몇몇 기관의 공고문에서 보기로 한다.

(가)

접수 기간: 2007년 11월 5일 ~ 11월 14일 (※공휴일은 접수하지 않음)

접수 방법: 방문접수

접수 장소: ○○부 담당 부서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며 누군가가 길을 물어 왔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묻는 사람이 알기 쉽도록 그 사람을 중심에 놓고 말해 준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인해 가며 상대를 기준으로 길을 안내해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뽑는다고 모집 공고를 냈으면 응모자를 중심으로 공고문을 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위 (가)의 ‘접수 기간’, ‘접수 방법’, ‘접수 장소’는 응모 희망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다. 접수하는 주체가 그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응모할 사람을 배려하여 ‘제출’이나 ‘신청’이라는 용어를 쓰면 어떨까.

‘방문접수’란 말은 성립하기 어려운 말이다. 이 말을 쓴 담당자는 ‘접수’를 ‘제출’이나 ‘신청’과 같은 말로 본 것임에 틀림없다. “공휴일은 접수하지 않음”을 한자리에 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문접수’를 하자면 서류를 제출할 사람이 해당 기관을 찾아가 접수 담당자 자리에 앉아 자신의 서류를 받아야 한다. 자신이 주고 자신이 받고……. 이런 어이없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런데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 들리지 않으니 일반 응모자들이 접수 담당자가 잘못 선택한 말을 ‘알아서’ 해석하는 부담까지 해 온 셈이다.

(나)

제출 기한: 2007. 11. 27.까지

제출 방법: 인터넷, 전화, FAX 또는 우편

제출처: ○○부 감사담당관실

(다)

제출 기간: 2007. 11. 5(월) ~ 11. 9(금)

제출 방법: 익일특급 등기우편(빠른 등기) - 서류 발송 후 담당자에게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 제출 서류 등 기타 자세한 사항은 붙임 공고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나), (다)는 ‘접수’ 아닌 ‘제출’을 보였다. 응모자를 배려했다는 점에서 (가)와는 차이를 드러낸다. ‘제출 기한’, ‘제출 기간’, ‘제출 방법’, ‘제출처’ 모두 따스한 체온을 느끼게 한다. ‘접수’라는 말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에서도 이에 휩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옥에 티가 보인다. (나)의 경우 ‘제출 기한’의 ‘기한’은 ‘마감’과 같은 말로, ‘까지’라는 말이 필요 없다. “2007. 11. 27. 18:00” 또는 “2007년 11월 27일 오후 6시”로 했더라면 더욱 깔끔하게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FAX’라는 외국 문자를 노출한 것이 한글로만 작성해야 한다는 공문서 작성 원칙에 어긋난다. ‘팩스’나 ‘팩스(FAX)’라고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는 흠잡을 곳이 없다. 문체가 ‘하십시오’체를 써서 정중하기까지 하다.

다만, 제출 기간의 연월일을 나타낼 때 “2007. 11. 5.(월) ~ 11. 9.(금)”처럼 연․월(年月)뿐만 아니라 일(日) 뒤에도 찍혀야 할 점이 빠진 것이 아쉽다. 그래도 위의 두 기관은 응모자를 배려했다는 면에서 좀 더 따뜻한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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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