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의 얼과 뛰어난 공훈을 기리는 제68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백범기념관에서 열렸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 이 기념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애국지사, 독립유공자의 유족, 주요 인사 등 천여 명이 참석했다.

선열들의 생존 시 행적을 보노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의문점도 있을 것이다.

“선열들이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에서 ‘선열(先烈)’이나 ‘장렬(壯烈)’이 같은 ‘烈’ 자를 쓰는 데 왜 ‘선열’은 ‘열’로 적고 ‘장렬’은 ‘렬’로 적을까. 또 “우열을 가려 졸렬한 것은 취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에서 ‘우열(優劣)‘과 ’졸렬(拙劣)‘이 같은 ‘劣’ 자를 쓰는데 왜 ‘우열’은 ‘열’로 적고 ‘졸렬’은 ‘렬’로 적을까. 아울러 ‘불문율(不文律)’과 ‘법률(法律)’이 같은 ‘律’ 자를 쓰는데 왜 ‘불문율’은 ‘율’로 적고 ‘법률’은 ‘률’로 적을까.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양심(良心), 열사(烈士) ․ 열등(劣等), 예의(禮儀), 용궁(龍宮), 율법(律法), 이발(理髮)’로 적는다. <길이 단위 ‘리(里)’와 까닭의 ‘리(理)’는 예외다.>

그러나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면 ‘개량(改良), 장렬(壯烈) ․ 졸렬(拙劣), 사례(謝禮), 쌍룡(雙龍), 법률(法律), 도리(道理)’처럼 본음대로 적는다. ‘장렬 ․ 졸렬, 법률’을 본음대로 ‘렬, 률’로 적는다는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다만, ‘ㄴ’ 받침 뒤나 모음에 이어지는 한자음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 ‘선열, 우열, 불문율’이 [설렬], [우렬], [불물률]로 발음되지 않고, 표기한 대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이련 경우에 해당하는 예로 ‘분열(分裂), 진열(陳列), 나열(羅列), 서열(序列), 선율(旋律), 전율(戰慄), 규율(規律), 자율(自律)’ 등이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率’을 두고 ‘률’로 적을 것인지 ‘율’로 적을 것인지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ㄴ’ 받침이나 모음 뒤에서는 ‘율’로, 나머지 받침에는 ‘률’로 적으면 된다.

률: ㄱ 받침 뒤: 구독률, 합격률 / ㄹ 받침 뒤: 검출률, 결실률 / ㅁ 받침 뒤: 감염률, 임금률

ㅂ 받침 뒤: 취업률, 결합률 / ㅇ 받침: 경쟁률, 성공률

율: ㄴ 받침 뒤: 백분율, 생존율 / 모음 뒤: 소화율, 치유율

그리고 외자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에도 ‘신립(申砬), 崔麟[최린]’처럼 본음대로 적을 수 있다. 그 성명의 발음 형태가 ‘申砬[실립], 崔麟[최린]’처럼 익어져 ‘신입, 최인’과는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국제 연합, 교육 연합회’가 ‘국련, 교련’으로 줄어들 때 본음으로 소리 나면 ‘국련(國聯), 교련(敎聯)’처럼 ‘연’을 ‘련’으로 본음대로 적는다. 이 경우 뒤의 한자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일제의 폭압 속에서 민족을 구하기 위해 일신의 안일을 버리고 목숨까지 바치신 선열들 덕택에 우리는 자존을 지키며 오늘날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 이분들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사표(師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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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