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시인),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구중서(문학평론가), 김병상(몬시뇰), 김성훈(상지대 총장), 김현(원불교 교부), 박영숙(한국여성재단이사장), 박형규(목사),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이효재(전 이화여대 교수), 조화순(목사), 지은희(덕성여대 총장), 청화(스님), 한승헌(전 감사원장), 황세웅(신부), 황석영(작가)…

사회원로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이들은 11월 19일 대선 1개월을 앞두고 여의도에서 “민주개혁세력은 패배주의를 떨치고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주류 신문들 중 기자회견이나 내용을 보도한 신문은 적었다. 이를 반증하듯, 11월 22일 민주당과 신당의 단일화는 완전히 결렬됐다.

이날자 한국일보는 “꿈적않는 보수표 ‘누가 뭐래도…’” 라는 제하의 1면 톱기사를 게재하면서, 여론조사가 약 1년간 60% 안팎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기현상’(2006년 12월 31일, 이명박 43.2%, 박근혜 19.7% ⇒ 2007년 11월 19일 이명박 37.3% 이회창 20.5%)에 대해 해설 기사를 실었다.

사회원로들은 성명서에서 호소했다. “민주한국 20년의 빛나는 역사를 주도해온 개혁세력이 단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맥없이 무너지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커다란 비극이다… 지역기반을 가진 정당들은 의원들의 힘을 보태고, 참신한 정책구상과 인력을 자랑하는 집단은 정책과 인력의 참신성을 보태고, 독자적인 민중조직을 지닌 집단 역시 대선승리에 힘을 보태는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껏 상식과 몰상식의 대립구도가 유효한지도 모른다. 도저히 말이 안되는 사회악과 냉전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 그 동안 한국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많은 이들이 열정적으로 헌신해왔고, 이만큼이나마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우리는 절감한다. 지금이야 말로 민주개혁세력이 한번 더 분발하여 상식의 지배영역이 넓어지는 미래를 확정 지을 때다.”

성명서의 초안을 작성한 백낙청 교수<창작과 비평 편집인-2007년 10월 20일 ‘백낙청 회화록’ 전 5권 출간>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국민의 대다수는 변화를 바랍니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도 대선판은 보수 위주로 가고 있어요. 민주개혁 세력이 패배주의에 젖어 있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가 인심도 많이 잃고 거듭된 실패를 하다 보니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전의가 많이 상실됐어요. 전의를 상실하다 보니 정치담론의 주도권이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국민들은 사실 마음속으로는 미래를 향해 가길 원하고 있어요. 미래 지향 세력이 패배의식만 떨쳐내면 얼마든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가치가 중요한 것인지 직시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자는 겁니다.…”

그는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언어가 ‘잃어버린 10년’, ‘민주무능론’이란 질문에 대해서도 “지난 20년을 민주화 20년이라 하지 않습니까? 우리 근현대사는 분단의 역사였기 때문에 시원하게 뭐가 되는 게 없었어요. 지난 20년 중 처음 5년은 군사정권의 연장인 면이 있었고, 다음 5년은 문민정부 였지만 과거 세력이 힘을 발휘했고, 그 다음 10년이 좀더 본격적인 민주정부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랑할 만한 부분이라고 봐야 되요. ‘잃어버린 10년’은 보수언론 쪽에서 참 잘 만들어낸 말이에요(웃음). 사실 누구나 10년이란 세월 동안 잃어버린 게 있게 마련이죠. 특히 서민층은 IMF이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잃어버린 게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층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잃어버린 권력’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순전히 자기본위적인 발상입니다. 참 재미있는 언어의 마술인 셈이지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끝까지 속아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저력이 있고 역동성이 넘치는 국민이기 때문에 내내 마취되어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백 교수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숭실대 정치외교과 강원택 교수(1961년생. 런던스쿨 정치학박사.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2005년 5월 출간).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7월 연정을 제안했을 때 이 책의 영향을 받았다.>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했다.

”요지부동의 보수 60%가 유지되는 이유는 민주화의 진전으로 진보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 많이 약화한 데다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진보세력 30%가 하나로 뭉쳐 대표주자를 내놓는다면 진보진영의 당선될 기회도 엿볼수 있다.”

백낙청 교수는 강원택 교수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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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