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2008년도 수시2-1논술 기출문제 (1,2번 문항)제시문 의미파악 까다로워… 정확한 독해와 연관관계 파악 중요

■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이번 10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치러진 서강대2008년도 수시2-1논술 기출문제는 ‘대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올해는 인문계 논술을 문학, 사회과학, 커뮤니케이션 학부와 경제 경영 두 분야로 나누어 출제하였고 문제의 유형은 과거에 비해 큰 틀은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한 독해를 통한 제시문간의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능력과 이해분석력이 좀더 요구되는 문제로 이루어졌다. 문항 모두 제시문이 다르고 논제 또한 다양하게 출제되었지만 공통적으로 ‘대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다각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항1:30%, 500~600자>

<논제> 제시문<가>의 입장에서 제시문<다>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나>를 비판하라.

■ 논제파악

논제가 요구하는 사항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각 제시문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다소 까다롭기 때문에 자칫 비판이 무뎌질 수 있다. 언뜻 제시문을 파악하면 제시문<가>와 제시문<나>의 내용이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각 제시문의 입장을 정확히 독해하는 것이 이 문제의 관건이다.

또한 주의할 사항은 제시문<가>의 입장에서 제시문<나>를 비판할 때 제시문<다>의 근거가 논리적 정합성을 갖도록 제시문<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시(詩)를 분석해야 한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가>

제시문<가>는 R 퍼시그의 <선을 찾는 늑대>에서 발췌하였다. 제시문<가>는 오토바이를 탈 때와 자동차를 탈 때 사물에 대한 인식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를 타면서 바라보는 사물은 TV를 볼 때처럼 수동적인 관찰자의 틀에 국한되지만 오토바이는 그러한 경계를 사라지게 한다.

따라서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인 체험자로서 사물을 인식하고 언제라도 오토바이라는 기계에서 내려 직접적이고 주체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제시문<나>

제시문 <나>는 임옥희의 <경계 위반으로서 떠도는 여성의 몸>의 일부분이다. 제시문<나>에서 인간의 몸과 감각은 기계화되고 기계는 인간화된다는 점에서 기계와 인간이 갖는 육체의 경계를 없애버린다. 즉 뫼비우스 띠처럼 인간의 육체와 기계를 구분하기 보다는 동일시됨을 보여준다.

제시문<다>

이원의 <사이보그3-정비용 데이터B>에서 발췌하였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가 말한 "디지털 문화가 삶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제기하는 존재의 처소에 관한 질문"이 이원의 시세계를 잘 대변한듯하다.

그녀는 숫자와 끔찍한 현실의 단면을 나열함으로써 디지털 세계와 사이보그화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죽음이 기계처럼 정확해진 세상에서 ‘나’는 울고 싶지만 감정의 칩을 업그레이드해야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이보그로 그려진다.

■ 논제에 따른 논의전개

이 문제는 제시문<가>의 입장에서 제시문<나>를 비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시문<가>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문<가>는 오토바이를 타고 바라본 세상은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체험자로서 사물과의 완전한 접촉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모든 체험은 직접적인 의식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입장과 언제라도 다리를 내려서 땅에 닿게 할 수 있다는 표현을 통해 육체와 정신을 분리할 수 없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제시문<나>의 비판요소를 찾아보면 눈에 띠는 것이 자연적 현실과 인공적 가상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동일시되면서 고정된 육체, 자연으로 주어진 몸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인간의 몸은 기계화되고 기계는 인간화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가 되어 있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육체와 기계를 동일시하는 입장으로 제시문<가>의 입장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인간의 몸은 오토바이라는 기계를 통해 사물과의 완전한 접촉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언제라도 자신의 주체적인 의식을 통해 오토바이에서 내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시문<나>가 주장하는 기존의 육체에 대한 개념이 사라진다는 주장과 기계와 육체를 동일시하는 관점을 비판할 수 있다. 이때 제시문<다>의 시(詩)를 근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시에 나타난 숫자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또다른 언어로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그러나 숫자 사이에 나타나는 현실에서의 끔찍한 죽음을 통해 사이보그인 ‘나’는 눈물을 흘리기 위해 칩을 사러간다. 따라서 현실과 가상공간의 세상에서 ‘나’는 분명히 현실을 파악하고 있으며 ‘나’의 육체를 위해 기계를 활용한다는 주체적 인식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문항2: 30%, 500~600자>

<논제> 제시문<가>와 <나>는 흡연행위에 대한 일정한 태도를 표명하고 있다. <가>와 <나>에 드러난 바 흡연행위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의 특징을 밝히고, 두 편의 글이 보이고 있는 시각의 차이에 대해 논하라.

■ 논제파악

이 문제는 흡연행위에 대한 각 제시문의 관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따라서 각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밝히고 특히 논제가 요구하는 것처럼 차이점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이 중요하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가>

제시문<가>는 담배가 마음과 몸을 더럽힐 뿐만 아니라 부정한 일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여 신명(神明)을 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금연을 하여 진리를 탐구하면 대현이 되고 학문을 수련하면 문장이 되며 살림을 다스리면 부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문<나>

제시문<나>는 담배에 대한 예찬의 글이다. 흡연가는 담배가 많은 역기능과 병을 야기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임무와 쾌락을 이루기 위해 담배를 조직적으로 이용한다. 또한 담배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며 담배는 곧 삶이라고 말한다.

■ 논제에 따른 논의전개

이 문제는 두 가지의 요구사항이 있다. 첫째 흡연행위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의 특징을 밝혀야 하고 둘째, 두 제시문이 보이고 있는 시각의 차이를 논술해야 한다. 따라서 답안작성도 논제가 요구하는 형식대로 공통점을 먼저 밝히고 시각의 차이점에 대해 비중을 두고 그 의미를 좀더 구체적으로 서술해주면 된다.

두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흡연행위가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시문<가>는 흡연이 건강을 해치며 천지신명의 뜻을 통할 수 없고 판단을 흐리게 하며 재산을 쓸데없이 낭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연을 하여 다방면에서 노력한다면 좀더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담배가 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이와 반대로 제시문<나>에서 흡연은 곧 개인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며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연유한다.

즉 제시문<가>는 개인적 삶에 국한된 시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적 측면이 강조된 반면 제시문<나>는 개인의 존재와 자신의 삶에 주목하기 때문에 서로 근본적인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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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유레카논술아카데미 성북캠퍼스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