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의 마술' 부린 내신 등급제 교과 성적 산출방법

(고대 교과 성적 산출방법 표는 PDF 파일로 첨부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통계 공식을 이미지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고려대가 최근 공개한 200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 산출방법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200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첫 시행되는 내신 등급제 때문에 탄생한 이 공식 안에는 교육부의 강경책에 대한 고대의 저항(?)이 숨어 있다.

과목 표준화점수, 모든 과목 평균의 표준화점수, 모든 과목 표준편차의 표준화점수 등을 산출한 후 지원자의 학생부 성적에 의해 결정되는 5개의 모수와 비교해 최종 점수를 확정하는 통계학 공식이다. 이 공식에서 제일 중요한 모수의 결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입시 관계자들은 이 산출 방법이 과목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작은 학교의 학생들에게 유리한 공식이라는 것에 대부분 입을 모은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그 중심에 있다. 입시를 거쳐 입학한 특목고생들은 일반고에 비해 성적이 고른 편이다.

■ 특목고 2~5등급 불이익 없도록

고려대는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이는 입시 제도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과거 고교등급제의 선봉에 선 바 있고 올해 발표한 내신 실질 반영률도 17.96%로 국내 대학 중 최저 수준을 고수했다. 또 등급 간 점수 차이를 달리 조정해 1~5등급 간 차이는 좁게, 5~9등급 간 차이는 넓게 벌렸다.

결국 이번 발표한 공식을 포함한 내신 전형 방식은 폭을 좁혀 적용하면 ‘특목고의 내신 2~5등급 학생에게 한 치의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질적으로 내신 4, 5등급을 받고 고대 인기학과에 지원하는 일반고 학생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과 고교 학력 격차가 엄연한 현실에서 ‘고대만이라도’ 역차별을 주지 않으려는 소신과 명분도 존재한다.

고대의 한 입시 관계자는 최근 특목고 교사들에게 “고대는 내신에서 특목고가 절대 불리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다짐했다고 한다. 특목고의 파수꾼(?)을 자처한 셈이다. 이에 화답하듯 한 외고 입시 교사는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에서 “연대가 아직도 고대보다 좋은 학교인줄 착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교육부가 자초한 저항

고대 입시 전형 방식과 같은 저항은 교육부가 내신 비중 상향이라는 입시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무리하게 강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기치에는 동의하지만 지역간 고교간 학력 격차 해소는 접어둔 채 대학 입시를 통해서 가시적인 결과를 노린 발상은 입시 제도의 시행자인 대학으로부터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교육 예산을 무기로 대학을 굴복시켰으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올해 중반 내신 실질 반영률 산출 공식도 대학을 자극했다. (내신-기본점수)/(총점-전형요소별 기본점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명목적인 내신 반영률만 높이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으름장은 대학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교과 과목 아닌 비교과 과목 비중 상향 조정, 등급간 점수 차이 차별화에 이어 급기야 웬만한 통계학자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내신 산출 공식이 탄생한 것이다. ‘교육부는 도대체 어디까지 간섭할 것이냐’라는 항의가 담겨 있는 듯하다.

아마도 내신 산출 공식 모형을 설계한 고대 입시 관계자조차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씁쓸한 심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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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기 교육칼럼리스트 beaba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