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들이 특목고 시험지 유출과 관련된 목동 종로 M학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영어, 수학 학원 어디 다니니?”/ “선생님. 왜요?”/ “음. 우리 아들도 내년이면 중1 되거든.”

중 3 교실, 30대 후반의 여교사와 외고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이 주고받는 말이다. 영어와 수학 학원의 커리컬럼과 교재까지 세심하게 캐묻는다. 학생들의 학습 방식이나 학원 선호도 자체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진학 상담도 아니다. 자신의 중학교 입학 자녀를 위한 학원 정보를 학생에게 거꾸로 묻고 있다.

◇ 특목고 진학 상담 교사 전무

중학교에는 특목고 진학 상담 교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진로 상담 교사가 있지만 특목고 진학에 관해 학생의 학업 수준과 적성 그리고 입학 가능 학교를 추천해 줄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예고 체고 지망생에게 별 도움을 못 주듯 과고나 외고 지망생에게 조언해 줄 입시 정보가 없다. 특목고 입시에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모르는 교사가 태반이다. 소수의 학생이 특목고로 진학하던 시절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특목고 지망생이 급증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모 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는 “한 반에 10명 내외가 특목고 지망생인데 그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라고 자조적인 심정을 토로하면서 “맨 뒷자리로 옮겨주거나 며칠 결석해도 눈감아 주는 일뿐”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학교는 특목고반을 운영, 자습시간을 주는데 우리 학교는 뭐냐”라는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은 적도 많았다고 한다.

◇ 특목고 설립인가만 해놓고 수수방관

특목고의 지정 고시권이 시도 교육감으로 넘어간 2001년 이후 특목고 특히 외고 설립이 잇달았다. 경기도 외고 9곳 중 안양 과천 외고를 제외한 7곳과 국제고 3곳은 2001년 이후 신설됐다.

교육청은 특목고 숫자만 늘려 놓았지 중학교와 특목고를 잇는 유기적인 교육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수수방관했다.

특목고 입시를 노린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중3 2학기 교실이 황폐화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자 서울시 교육청은 외고 입시에서 내신 실질 반영율 증가, 수리 과학 문제 배제 등 대책을 마련했다. 특목고(외고 9, 과고 2, 국제고 1)가 제일 많은 경기도 교육청은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여파에서 허덕이며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 사설 학원의 힘은 입시 정보에서부터

공교육의 구조적인 약점은 사설 학원들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특목고 입시 정보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으며 학원을 확장시켰다.

입시설명회장에 특목고 홍보 교사들을 불러들였고 신문사와 대학과 손잡고 영어/수학 경시대회 및 특목고 모의고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언론 매체를 통해 특목고 입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사설 학원을 홍보하며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시키고 있다.

2008학년도 특목고 입시가 마무리됐다.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내년부터는 특목고 지망생들이 이해관계에 얽힌 사설 학원의 컨설팅에 의존하지 않고 중학교 교사와 상담할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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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기 beaba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