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22일에 걸친 유세도 역대 그 어느 선거 못지않게 치열했다. 전단형 선거 공보 내용을 보자.

○ 찬성, 서민 경제! 좋은 경제!/반대, 특권 경제 거짓말 경제/좋은 대통령 정동영

○ 이명박의 12월 19일! 아름다운 인연/실천하는 경제대통령 이명박

○ 60년 썩은 정치 심판!/12월 19일은 세상을 바꾸는 날!/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권영길

○ 다시 뛰자 대한민국!/부지런한 대통령 이인제

○ 사람이 희망이다/사람 중심 대한민국을 여는 하나뿐인 선택!/5백만 좋은 일자리/믿을 수 있는 경제대통령 문국현

○ 초일류 대한민국을 건설하자! 정근모

○ 8번 찍으면 팔자 폅니다. 새마을운동을 최초로 만든 사람 허경영

○ 새로운 진보/담대한 제안! 금민

○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반듯한 대통령 이회창

선거는 끝났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당에, 낙선한 후보의 구호들은 이미 흘러간 이야기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애써 준비한 구호에 후보와 지지자들이 열정을 불살랐던 일을 생각하면 최후의 승자도 귀 기울일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사람을 쓰느냐 하는 것이다. 인사(人事)는 예술이고 철학이고 만사(萬事)다. 예로부터 널리 알려진, 사람 쓰는 일과 관련된 말을 찾아보자.

오교(五交)라는 말이 있다. 다섯 가지의 바르지 못한 사귐이다. 세력과 이익을 얻기 위하여 남을 사귀는 세교(勢交), 뇌물로 사귀는 회교(賄交), 뛰어난 사람에게 빌붙어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자 말로만 사귀는 담교(談交), 남의 빈궁함을 이용하여 사귀는 궁교(窮交), 상대편의 비중을 따져 본 다음에 사귀는 양교(量交)를 이른다. 측근 중 혹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또 신하 중에는 나라에 이로운 육정신(六正臣)과 해로운 육사신(六邪臣)이 있다. 육정신에는 인격이 훌륭한 성신(聖臣), 성품이 어진 양신(良臣),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는 충신(忠臣), 지혜로운 지신(智臣), 지조가 곧고 바른 정신(貞臣), 성품이 강직한 직신(直臣)이 있다.

나라에 해로운 육사신에는 아무 구실도 하지 못하고 단지 수효만 채우는 구신(具臣), 아첨하는 유신(諛臣), 간사한 간신(奸臣), 참소를 잘하는 참신(讒臣), 반역하거나 불충한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이 있다. 여기에서 ‘신하’라는 말은 오늘날 참모나 보좌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나라에 이로운 사람인지 아닌지를 지도자는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지도자와 참모는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다음의 네 가지 마음도 지녀야 한다.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겸손하게 남에게 사양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 곧 사단(四端)이다. 이 네 가지 마음을 지녀야 국민과 하나가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아는 데도 세 단계가 있다. 나면서부터 알았다면 생지(生知)요, 배워서 알았다면 학지(學知)요, 애써 공부하여 알았다면 곤지(困知)다. 어떤 단계에 해당하든 이명박 당선자는 12월 20일 아침 현충원에서 순국선열․호국 영령과 약속한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를 꼭 지켜 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훗날 역사가가 좋은 지도자로 평가하는 그런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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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 원장 gimhuijin@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