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심심한 이명박 대선”은 12월 20일 새벽 “이명박 사상 최대표차 압승”(한국일보 12월 20일자 1면)으로 끝났다.

‘압승’이 있기까지에는 분류(奔流: 내달리듯 세차게 빨리 흐름), 역류(逆流: 거꾸로 흐름)가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 조용히, 낚시를 드리우고 강물을 바라보는 칼럼이 대선마감 1주일 전후 신문에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떨어진 정동영, 이회창 후보, 누구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네 개의 칼럼을 읽었으면 한다.

동아일보는 12월 12일자에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1953년생. 뉴욕주립대 유럽사 박사, ‘해방 전후사의 인식Ⅰ,Ⅱ’ 공동 엮음), ‘중간은 없다 – 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 저자>의 “대선 당선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을 실었다.

<<…나아가 새 정부는 우리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켜 일류사회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선진화의 핵심은 ‘공급자 위주’가 아니라 ‘수요자 위주’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과목 교사가 그 학교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그 과목을 배워야 하는 식의 공급자 중심주의는 이제 떨쳐 버리자. 교육도, 경제도, 행정도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선진사회를 만들어 내자. 마지막으로 새 지도자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민족’과 ‘과거’에 고정하도록 강요되었던 국민의 눈을 돌려 ‘세계’와 ‘미래’를 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 시대정신은 이 모든 일을 요구하고 있다. 헌데 그런 의식을 갖추고 그런 과업을 해낼 능력있는 후보가 있기나 한 것인가. 유권자들이 할 일이 있다.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은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정부를 만든다. 그 역이 아니다”라고 설파했다.>>

‘선데이 중앙’ 12월 16일자는 연세대 정외과 김기정 교수<1956년생. 코네티컷대 정치학 박사. ‘미국정치의 과정과 정책’

‘꿈꾸는 평화’의 저자, 2003년 국제정치학회 학술상 수상>의 “대선, 그 후를 생각하며”를 실었다.

<<…2007년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우리는 정치적 선택에 관한 가장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 인가.” 이 질문은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적 좌표 속에 서 있고, 그래서 어떤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가”의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국민들은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지만 사실은 시대를 향해 투표하는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 피땀으로 일궈낸 민주화 시대를 거쳐 지금 21세기 초의 지점에 서있다. 이뤄낸 성과 못지않게 후유증도 감내해야 하는 시대다. 천박한 자본주의로의 퇴행이 아니라 건실한 경제토대를 다져야 하고, 정치제도와 문화의 전반에 민주주의 원칙이 살아 숨쉬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분단의 고통을 이겨낼 새로운 시대도 열어가야 한다. 시대를 생각하며, 시대를 향해 표를 던져야 한다.>>

한국일보에 ‘손호철의 정치논평’을 쓰는 서강대 정외과 손호철 교수<1952년생. 오스틴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한국 정치학의 새 구상’, ‘근대와 탈근대 정치학’ ‘해방60년의 한국정치’, ‘한국민주주의20년’ 저자>는 12월 17일 “노무현 대 노무현?”이란 칼럼을 썼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민주화 정부 10년, 특히 노무현정부 심판이라는 회고투표가 유권자를 압도하고 있다. 대선이 노무현 대 이명박. 정확히 말해 노무현 대 노무현의 대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5년 전 노 대통령에 표를 던졌던 지지자중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29.8%에 불과하며, 응답자 절반이 넘는 52%가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평가가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하고 있는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대결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들의 두 배가 넘는 53%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즉 유권자들 자신도 이미 정책 대결 실종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특히 이 후보의 독선적이고 불도저식 스타일을 고려할 때 그가 50%이상 득표할 경우 이 같은 지지율을 무기로 얼마나 무리수를 두고 나설지 걱정이 앞선다. 문제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1958년생. 미 브라운대 사회학 박사. ‘이승만 연구’ ‘한국과 6.25전쟁’ ‘한국 2030’ 저자>는 조선일보 12월 19일자에 “발걸음 무거운 투표장 가는 길”을 썼다.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우리는 제17대 대통령 당선자가 누군지 알게 될 것이다. 개인의 영광은 물론 당선자 몫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멍들게 했던 이번 대선과정이었기에 누구를 막론하고 진정한 당선축하는 5년 뒤로 미루는 게 좋을 듯 하다. 만약 그때 퇴임축하를 제대로 받기 원한다면 당선자는 오늘 국민의 가슴속을 짓누르고 있는 자괴심과 허탈감, 그리고 실망과 분노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마치 속죄하는 심정으로 국정에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임해야 한다. 오직 그러한 희망과 약속만이 천근만근 발걸음 무거운 투표장 가는 길을 조금이나마 가깝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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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