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연세대학교 인문계열 정시 기출문제

반민족행위자 친일재산의 국가귀속 결정을 위한 회의 모습.
■ 知彼知己- 출제 경향 알아보기

이번 2008학년도 연세대학교 정시 논술시험은 민족정체성에 관한 다양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일제강점기의 시련을 참아내며 광복과 건국, 근대화와 통일이라는 거대담론을 이끌어 온 민족주의 담론이 세계화와 맞물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문제는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인과 기준은 무엇이며 정치적 이념과 계급적 이해관계가 민족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묻고 있다. 또한 설문자료의 통계를 활용하여 민족의 개념과 민족의식의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연결하여 해석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제시문 분석

제시문(가)

제시문(가)는 Anthony Smith의 National Identity에서 발췌 편집한 글이다. 이 제시문은 민족의 정체성과 기원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근원주의의 관점은 민족을 근원적인 성격을 지닌 집단으로 규정하고 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혈통중심의 근본적인 속성으로 파악한다.

상황주의의 관점은 민족의 정체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인식, 태도 감정의 문제로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역사문화주의적 관점은 민족을 문화적 집단으로 파악하고 종교, 관습 언어 또는 제도와 같은 공유된 역사와 문화를 통해 민족정체성을 이해하고 있다.

제시문(나)

제시문(나)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연설문 및 담화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글은 공산당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는 민족의 자유를 버리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은 같은 민족으로 대우할 수 없으며 적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관점은 같은 이념을 공유한 사람들만이 민족이 될 수 있으며 이념을 달리하는 공산주의자는 같은 민족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문(다)

제시문(다)는 1923년 3월20일 동아일보에 실린 이성태(李星泰)의 “중산계급의 이기적 운동-사회주의자가 본 물산장려운동”의 일부이다. 이 제시문은 물산장려운동을 중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운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물산장려운동을 거국적인 운동으로 확대시키고 있지만 실제 다수의 노동자계급은 이미 경제적 어려움으로 외제를 사용할 수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물산장려운동은 일본의 경제적 수탈구조를 중간계급으로 이행하기 위한 중산계급의 노동계급의 착취운동이며 민족을 계급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는 제시문이다.

제시문(라)

제시문(라)는 2006년 한국일반사회조사 (Korean General Social Survey)에 포함된 민족의식에 관한 두 가지 항목을 사용하여 만든 가상의 교차 분석표이다.

이 표는 한국 국민으로써 자부심을 느끼는가라는 물음과 미국, 북한, 중국, 일본 가운데 어느 나라를 가까운 국가로 생각하는가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을 나타내고 있다. 두 개의 질문은 개인의 민족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적 사건과의 관계를 통해 민족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논제에 따른 논의 전개

문제1 제시문(나), (다) 각각의 입장에서 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의 타당성을 검토하시오. (30점, 800자)

이 문제는 제시문(가)의 밑줄 친 부분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다.

밑줄 친 부분은 민족 정체성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시대에 대한 공유된 기억 및 집단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공통된 관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이 제시문(나)와 (다)의 관점에서 각각 타당한지를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나)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정치적 이념을 분명히 해야 하며 공산주의자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공통된 이념의 민족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제시문(가)의 밑줄 친 부분을 검토한다면 타당한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제시문(나)의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역사적 사건과 집단의 운명에 의한 공통된 개념으로 민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제시문(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중산계급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 민족개념이 형성되고 있다.

즉 외래의 자본주의적 침략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민족개념을 적극 활용하여 정치적,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집단의 운명적 결사체를 강조한다는 입장에서 표면적으로 제시문(가)의 밑줄 친 부분과 서로 타당한 면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문화적 공동개념을 가장한 이익관계의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2. 제시문(가)에 나타난 세 가지 관점 가운데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한 가지를 적용하여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논의하시오. 아울러 그 관점을 선택한 근거와 그 관점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한계를 밝히시오. (30점 800자 내외)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탈민족주의, 또는 탈국가주의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혈통, 시대적 상황, 문화적 공유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세 가지의 관점에서 하나를 택일하여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논의하고 그 한계를 밝힘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적 감각을 묻고 있다.

세 가지의 관점은 현재의 민족 정체성의 형성에 모두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또한 각 관점의 한계도 명백하게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관점을 택일해도 무방하다.

다만 교과서적인 답안이 아니라 현시대의 상황을 반영하여 논의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세계화 과정에서 혈통보다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한 가상공간에서의 문화적 정신적 연대가 기존의 민족개념을 해체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사건과 남북의 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조건 속에서 정치적 결집의 목적으로 민족개념이 활용되고 있으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민족을 혈통과 가족의 개념으로 국한시키기도 한다. 민족이라는 개념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정의내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민족에 대한 개념을 세 가지의 관점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깊이 있는 안목을 보여준다면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각 관점의 한계는 혈통중심의 배타성과 고립성 그리고 상황주의적 관점의 이해관계에 의한 정치 사회적 편협성과 이익추구의 관점을 들 수 있다.

문화적 공유의 관점은 역사적 사건의 기억이 시대를 거듭할수록 퇴색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연속성이 지속되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민족이나 같은 세대간의 동질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문제3 제시문(라)의 표는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아닌지에 따라 가깝게 느끼는 국가에 대한 응답의 분포가 다름을 보여준다.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쪽이 민족의식이 강하다고 가정하고, 제시문(가), (나)를 활용하여 제시문(라)의 표를 해석하시오. (40점, 1000자 내외)

이 문제는 한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쪽이 민족의식이 강하다는 가정 하에 표를 파악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문제이다. 제시문(가)와 (나)를 활용하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민족정체성을 구성하는 혈통, 문화, 역사적 관점과 정치적 이념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표는 민족의식이 강한 응답자나 그렇지 않은 응답자의 각 국가 친밀도에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민족의식이 강한입장은 그렇지 않은 입장보다 미국에 대한 친밀도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친밀도를 느끼고 있다.

이는 민족의식이 강할수록 정치적 이념보다는 역사적 문화적 연속성의 교감이 계속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민족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은 중국보다 일본에 약간 우호적이며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이나 동질적인 문화가 민족정체성을 형성하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체성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친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을 통해 정치적 이념이 민족주체성 형성에 깊이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2008연세대학교 정시 기출문제는 연세대학교 입학처 공지사항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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