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 숨은 과학

어떤 양봉업자는 꿀벌들이 1년내내 꿀을 채집할 수 있는 열대지방에서 양봉을 하는 특별한 실험을 했다. 겨울이 없는 장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실험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실험 첫해는 우리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꿀을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년째가 되자 꿀벌들은 재빨리 겨울이 없음을 간파한 뒤에 꿀을 모으기보다는 그냥 밖으로 놀러만 다녔다고 한다.

결국 벌통에는 벌들이 가득했지만, 꿀 수확은 전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꿀벌들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꿀을 모으지만, 생존에 위협되지 않는 것을 깨달은 순간 꿀을 모으는 것보다 개체수를 늘리는 번식에 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겨울이 없는 지방에서도 꿀을 모으는 벌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벌들은 겨울만큼이나 혹독한 또 다른 자연환경인 건기나 우기 같은 위기로부터의 생존방법으로 꿀을 모을 뿐이다.

이 영화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주인공 배리는 꿀벌은 누구나 사촌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예쁜 암컷을 보면 먼 친척이라고 이야기가 바뀌는 모습이라거나, 꿀벌들의 멋진 군무의 모습, 비행이나 운전을 하는 화면에서 관객을 마치 롤러코스터 타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것 등은 이 영화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꿀벌법 제1조가 ‘인간과 대화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거나 변호사의 자동차 번호판이 ALIBUY라던지 하는 매우 작은 임의의 장치들까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다만 정도를 지나친 꽃가루 예술의 결론이라든지 날아서 자동차를 따라가기도 힘들어 하던 꿀벌들이 비행기를 ?아가 들어 올려서 날아간다던지 하는 너무너무 재앙적인 영화요소들이 영화의 질을 많이 떨어뜨리고 있다.

더군다나 ‘honey’를 ‘애인’이나 ‘자기’ 등이 아닌 ‘달콤한’으로 번역한다던지 하는 수많은 말도 안 되는 오역이 극장판 자막인지 수준을 의심할 정도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재석씨가 참여했다는 더빙판에서는 훨씬 수준이 높게 더빙됐을 것이라 믿고 싶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그리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감상할 때 뒤쪽에 앉은 꼬마애가 계속해서 웃고 있었지만, 영화 자체는 단순한 유머 이상의 무엇을 주기는 힘들어 보였다. 영화는 어른들보다는 어린이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어린이들이 보고 이해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장면과 전개를 보이는 곳도 지나치게 많았다.

결국 《니모를 찾아서》나 《라따뚜이》같은 명작과 비교하기에는 한참 많이 모자라 보였다. 초등학생들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잘못된 지식과 선입견이 심어지기 좋은 장면과 줄거리가 많아서 절대로 아이들과 같이 감상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ps.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배리가 테니스공에 달라붙는 장면에 대한 것이다. 분명히 꿀벌들은 테니스공이나 오래전에 니스 칠한 나무 같은 곳에 잘 달라붙어 날아가지 못한다. 심지어는 긴 선인장 가시에 가슴을 박고서 날아가지 못하고 굶어죽는 것도 자주 관찰하게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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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성 may@minicact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