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의 다양성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면, 고등생명체들은 다양한 유전자 풀을 형성해서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유전자 풀을 활용하는 방법은 '성'에 의한 방법, 즉 유성생식이다.

환경에 불리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성을 활용한 생명체에서는 그 유전자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유리한 유전자의 그늘에 가려 잠복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유성생식을 통한 유전은 그 개체들을 훨씬 더 다양한 능력의 개체가 된다.

결국 당면한 환경에서 적응할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과거나 미래에 나타났던 모든 돌연변이들을 갖고 가면서 언젠가 이 개체들은 각각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하나의 집단 내부에서 훨씬 더 다양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생명체가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능력은 결국 더 많은 번식을 통해서 돌연변이를 다수 확보하거나 처음부터 유전자 풀을 다양하게 갖추어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빠르게 하는 방법이다.

■ 다양한 DNA 확보 못해 공룡 멸종

6500만 년 전의 공룡의 멸종을 생각해보자. 공룡은 약 1억년동안 지구를 지배했다. 지배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장점은 커다란 몸집과 매우 긴 수명이라고 고생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공룡의 크기는 지금까지 나타난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컸으며, 고래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 중에서 가장 크다. 나이는 100~300년 정도로 추정될 정도로 길었으며, 중생대 지구에는 공룡을 위협할만한 동물들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성체가 된 공룡은 매우 긴 수명을 누리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 시기에 살고 있었던 원시적인 포유류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았다. 그 뿐만이 아니고 수명도 매우 짧아서 오늘날의 쥐 정도였을 것이다. 몸집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빨라서 수명이 길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중생대 말기가 되어가자 지구의 환경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약 6600만 년 전 이후 100만년동안 공룡은 서서히 쇠퇴하게 되는데 그 원인은 아직도 불명이다. 하지만 그 100만년동안 공룡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훨씬 지난 후 6500만 년 전에 운석 하나가 멕시코의 Chicxulub 지역에 떨어지면서 지름 400km나 되는 거대한 운석공을 만들게 된다. 이 충돌로 지구 환경은 급변하게 됐고, 수명이 100년 이상 되는 공룡들의 번식속도로는 급변한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몸집이 작아서 수명이 수 년 정도였던 포유류와 조류 등은 그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 생명체의 몰락과 닮은 거대기업 획일화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이 되면서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던 기업체들의 규모를 뛰어넘고, 일부 기업체는 한 정부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국지적으로 존재하던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이제는 다국적 기업들의 앞에서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다. 이러한 몰락은 생명체들의 몰락과 그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거대한 기업체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의 다양성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여서 마치 생명체의 유전자 풀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컴퓨터 업계에서 한동안 독보적인 존재였던 ‘Microsoft’, 전 세계 곡물 유통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5대 곡물회사, 검색엔진을 독점하는 ‘Google’, 전 세계 영화시장을 독점하는 헐리웃 영화사들 등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의 미래를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는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나 석유 생산량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등도 획일화의 위험성에서 예외가 아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