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흡연율 조사서 발생한 숫자의 오류

언론에서는 다양한 조사결과를 숫자의 형태로 매일매일 발표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숫자의 대소를 기준으로 문제를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 숫자는 얼마만큼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을까?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실’의 숫자일까? 다음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아래는 작년 4월경에 우리 나라의 임신여성 흡연 상황에 대한 여러 신문들의 기사 제목들이다. 어느 신문에서는 3% 내외, 어느 신문에서는 8% 내외의 수치가 발표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였을까?

"임신부 100명 중 3명 상습 흡연"- 한국일보

"서울대병원 조사결과 임신여성 흡연율 3.03%"- 연합뉴스

"태아 7.7%, 임신 여성 흡연으로 피해 우려"- 헤럴드뉴스

"임신여성 100명중 8명 흡연"- 매일경제

이들 기사는 한 병원의 산부인과 연구팀이 전국 30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신 여성을 무작위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결과이다. 이 연구팀은 흡연율을 설문조사와 소변검사를 실시하여 조사하였다.

소변검사는 담배를 피우면 발생하는 니코틴 대사 물질인 코티닌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는 임신 여성이 스스로 표기하도록 하는 자기 기입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조사와 결과 정리과정에서 약간의 혼동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흡연여부를 판정하느냐의 문제이다. 흡연을 하는 여성도 기입과정에서 아니라고 할 수 있고, 또 흡연을 하였다가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 담배를 끊은 경우도 있다. 흡연을 하지 않는 여성도 간접흡연에 따라 담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사과정에서 이를 모두 고려하여 조사한 후 연구팀은 임신여성의 흡연율로 계산될 수 있는 3가지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1. 설문조사 : 임신 기간 중에 조금이라도 흡연하였다고 대답한 임신 여성=7.71% (84명)

2. 소변검사 : 코티닌의 농도가 40ng/㎖ 이상인 임신 여성=3.03% (32명)

3. 설문조사 :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대답한 임신 여성=0.55% (6명)

흡연율이라는 말은 쉽게 생각하면 전체 대상 중에 흡연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그렇지만, 위의 사례처럼 구체적인 조사를 하다보면 ‘흡연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의 정의와 기준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의와 기준이 달라짐에 따라 결과 숫자는 매우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 이 사례에서는 '흡연율'이 7.71%, 3.03%, 0.55%로 다르게 계산되었다. 이 연구팀은 조사결과를 모두 발표하였고, 그 내용 중 일부만을 발표한 신문의 기사제목의 수치는 서로 다르게 발표된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여 사람들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내용이라면 어떻게 진행되고, 발표될까? 조사 주관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부’만을 발표할 것이다.

이 사례에서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면,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인 0.55%라는 숫자만을 발표할 수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더라도 정의와 기준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감쪽같이 속게 된다. 수치를 높일 이해관계가 당신에게 있다면, 수치와 관련된 정의와 기준을 바꾸면 된다.

- 최제호, (주)디포커스 상무, "통계의 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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