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프로그램서 제기된 '성직자 과세' 찬반 논란에 대한 단상

많은 신문기사들에 대해서, 특히 정치 기사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들 중의 하나는 사실과 의견이 구별되지 않고 뒤섞여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사실은 사실 그대로 말해 주고, 그 다음에 이에 더하여 언론사 또는 기자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데, 많은 기사에서, 특히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기사에서 그 둘이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먼저 사실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그 이후에 각자의 이해관계와 가치 판단 등에 따라 합일점을 찾아가는 것이 모든 의사결정에서 장기적으로는 훨씬 효율적이다.

그럼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쉬울까?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한다는 것을 잘하지 못 한다.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대부분 그렇다/아니다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흰색부터 회색, 그리고 검은 색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성직자 과세 문제를 다룬 어느 시사프로그램에서 나온 토론을 보자.

찬성자: 10년 전 정도부터 교회 세습이 세간에 화제로 등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세습 사건이 계속 여기저기서 분란을 일으켜 왔더군요. 강남의 어느 교회에서는 회계장부의 내용을 1년에 한 번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그 내용을 소각시켜버립니다.

반대자: 교회 매매가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교회나 성직자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또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교회가 다 투명하고, 우리 교회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교회 세습이 있다.”는 주장과 “교회 세습은 없다.”는 주장이 충돌한다면, 교회 세습의 사례를 찾아내느냐의 여부로 결론이 나온다. 과학 특히 수학에서 나오는 이러한 논리는 명확한 결론을 본다.

그러나 여기서의 논점은 '있다/없다'가 아니다. “교회 세습이 많이 있다.”는 주장과 “교회 세습은 극소수의 일부 교회이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의 충돌이다. 이런 문제는 교회 세습의 사례 1, 2개를 찾아내는 것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교회에서 세습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느냐, 그 규모가 어느 정도만큼 되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 같은 방법으로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잘 되는 곳, 못 되는 곳의 극단적인 예가 아니라 전반적인 상황을 보아야 한다. 그런 자료는 많은 노력에 의해서만 구해지는 것이어서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Rome시대의 불세출의 영웅인 Caesar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남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그것인 대세인양 생각하고 이야기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이 '객관적이고 전체를 대표하는 자료' 없이 자신이 본 또는 보고 싶은 일부분만을 이야기하다보면 토론은 결론 없이 산으로 가게 된다.

가끔 신문 지상에 공무원 등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 보도가 있다. 그때 해당 기관 또는 언론에서 하는 말 중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극히 일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럴 때 필자는 "그런지 안 그런지 조사해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사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보통 개선할 의지가 없고 일을 무마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사실이 아닌 보고 싶은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 최제호 약력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계산통계학과 졸업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계산통계학과 통계학 석사 및 박사

<통계의 미학> 저자, (현) (주)디포커스 상무


최제호, (주)디포커스 상무, "통계의 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