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참아야 했다. “비핵 개방 3000은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 선언” 이라는 노동신문 논평을 4월 9일 총선 이후로 미뤄야 했다. 또한, 취임 1 달이 넘은 이명박 대통령의 원로 12명과의 오찬, 그리고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이 일어난 일산 경찰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방문 등이 던진 파장을 지켜본 후에 했어야 했다.

창간 88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실시한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나서 논평을 했어도 늦지 않았다.

이 조사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대답했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기 전에는 대북지원을 억제해야 한다’는 61%, ‘북한의 태도에 진전이 없더라도 대북지원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34.7%로 나왔다. 반북과 비북(比北ㆍ 대북 비판)의 한국 국민여론 분포에도 북한의 4월 1일 ‘논평’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특히 노동신문이 “남조선 당국이 반북 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 뿐이다”며 이 대통령을 ‘이명박 역도’라 지칭하자 여론은 들끓어 올랐다.

동아일보 사이트에 1일 상오 9시 50분께 36명의 누리꾼이 의견을 보냈다.

<<감히 우리나라 대통령보고 ‘역도’라니! 우리도 이제부터 국내 모든 언론들이 김정일 ‘괴뢰’라고 부르자! 정일아! 우리나라는 너하고 손 잡지 않아도 갈 길이 바쁘다. 너희들 하고 상대해 봤자 아무런 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짐 만 된다는 걸 왜 모르느냐? 너희들 하고 상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과거 10년 동안은 별 미친 인간들이 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대한민국을 너에게 내주다시피 했지만 다행이 하늘의 도움이 있어 새로운 정부를 통해서 올바로 가는 길이 너를 버리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구나… 백해무익한 너희들과 절연하는 길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라는 것을…>>

북한은 이 대통령이 3월31일 하오 일산 경찰서를 이례적으로 찾은 일에 대한 누리꾼들의 환영도 살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으로 경찰관 등에게 말했다. <<일산 경찰은 아직도 생명의 귀중함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일산 경찰이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뛰어나왔습니다. 단순 폭행사건 처리가 온당한 일입니까. 일산 모든 경찰들이 좀 더 국민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같이 이렇게 하면 어린 자녀를 가진 국민이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범인을 빨리 잡으세요.>>

납치를 기도했던 범인은 6시간여 만에 잡혔다.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1일 아침 1백여 건의 격려와 칭찬의 글이 올라 왔다.

<<“직접 가서 회초리를 들어준 것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예전 히딩크 감독이 생각나네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 “이제서야 믿고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관심을 갖지 않은 일을 직접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의 자랑이다”>>

한 여성 네티즌은 <<“저는 이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일산 어린이 사건에서 보여준 모습에는 사심 없이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오늘은 이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만 느끼고 싶다”>>

이 대통령은 원로들과 오찬에서는 ‘일산 사건’은 말하지 않았다. 대운하, 경제성장, 건국 60주년 등에 이야기를 나눴다.

1시간 30여분 간의 오찬이 끝난 후 강영훈 전 총리<1922년생. 만주 건국대 학사(43) 중장 예편(61년). 국무총리(88-90년)>는 마무리 발언을 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어왔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갈 것인가를 명확하게 명시한 대통령을 만나 기쁘다. 대통령이 원로를 불러 기탄 없는 얘기 듣는 것 수년만의 일이다. 정신적으로 배가 부르다.>>

강직한 장군, 권력에 기웃거리지 않는 총리로 알려진 강 전 총리의 이 대통령에 대한 느낌을 북한은 알고서 ‘논평’을 냈어야 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북한이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년생. 이대 명예문학박사(94년). 단편 ‘계산’으로 등단(55년). ‘토지’ 집필(69-94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가 3월31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 대통령에 대한 느낌을 읽지 않은 점이다.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2005년 6월)에는 만나지 않았고 복원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만난 적은 있어요. 카리스마는 없어 보이지만, 가면을 쓰고서 사람을 만나는 정치인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면을 쓰지 않은 정치인은 참으로 보기 드물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이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은 다 아니까. 거기에 반드시 ‘생태’를 염두에 두고 부지런 하길 바랍니다. (기자의 질문-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몇 점 주시겠습니까) 우리(국민)가 성급해서도 안되고 그쪽(정부)도 초조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넉넉하게 기다려 봅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취임 1개월 후의 여러 ‘느낌’을 살펴 제3의 남ㆍ북 정상회담을 구상ㆍ 실천할 것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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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