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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改憲(개헌)

'문선(文選)' 최초 등장… 형벌과 덕화 살피는 근원
16일 김무성(金武星) 새누리당 신임 대표와 정의화(鄭義和) 국회의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두 사람의 개헌 관련 발언을 보면, 대통령 일개인에만 권력이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의 현 대통령중심제를 다른 방식으로 고치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적절한 시기에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로 바꿔 권력 구조를 개편, 폐해를 줄여야한다는 것이다.

改(고칠 개), 憲(법 헌)자로 이루어져 '법을 고침'을 뜻하는 改憲이라는 말은 <문선(文選)>에 최초 등장한다. 참고로, 문선은 중국 남조 양무제(梁武帝)의 장자인 소통(瀟統: 501-531)이 여러 문인들과 함께 엮은 시문집으로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과 서거정(徐居正)의 <동문선(東文選>을 비롯한 우리나라 한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매우 중요한 책이다.

그 문선 제36권, 남조 제(齊)나라 사람인 왕융(王融)의 영명구년책수재문(永明九年策秀才文) 편에 '改憲'이 보인다. "군자가 책력을 다스리고 때를 밝히는 것은 상나라의 탕왕과 주나라의 무왕처럼 변혁을 계승하는 운이요, 改憲하고 법을 정비하는 것은 형벌과 덕화를 살피는 근원이다(治歷明時, 紹遷革之運; 改憲敕法, 審刑德之原,)". 이 문장에서의 德(덕)은 덕화이자 교화(敎化)를 나타내고, 刑德(형덕)은 '벌과 상', 곧 '상벌'로 보아도 무방하다.

憲(헌)자는 금문이 증명하듯 본래 害(해칠 해)의 줄임형과 目(눈 목)으로 이루어진 글자였다. 害는 '해악'이니 憲은 백성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탐관오리들을 살피는 어사(御使)의 눈을 그린 글자였다. 오늘날의 어사는 주로 '察(살필 찰)'자가 들어간 警察(경찰), 檢察(검찰), 監察(감찰) 공무원들이다. 후에 憲의 目 밑에 心자를 덧붙인 것은 '目+心'으로써 은혜와 포상을 뜻하는 '德(덕)'자를 간략히 표현하기 위함이다. 즉, 憲은 해악 행위에 대한 형벌과 선한 행위에 대한 덕을 동시에 표현, '상벌에 대한 규범 → 법'을 뜻한다.

일찍이 고려의 정몽주(鄭夢周)는 "상벌은 나라를 다스리는 중요한 규범으로, 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데 따라 천만 명이 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게 되고 한 사람을 벌하는데 따라 천만 명이 두려워하게 마련입니다"라고 상소하였다. 개헌에서의 법은 꼭 대통령중심제와 관련한 법만이 아니니, 위정자들은 해를 끼치는 악법들을 면밀히 살펴 개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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