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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 산책] 신보리뷰- 아이유 리메이크, 파블로프, 육지거북

원곡 본질 살리거나 재해석…내공 상당

*아이유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2014년 로엔엔터테인먼트

‘3단 고음’으로 획득한 ‘국민여동생’의 틀에서 탈출을 시도한 아아유의 의미심장한 변신. 데뷔 때부터 가창력으로 주목받았던 그녀는 아이돌 가수의 이미지에 함몰되기보다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정감 어린 모습을 선보여 삼촌 팬들의 향수를 자극시켰다. 평소 옛 가요들을 즐겨 듣는 아이유는 자신에게 설레는 선물 같았던 노래들 중에서 조덕배, 김광석, 김완선, 이문세, 김창환, 김현식, 클론 등 7곡을 선곡했다. 장르도 댄스에서 포크, 록,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활하다. 노래들은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과 낭만을 아이유만의 감성과 목소리로 은근하게 소환한다. 자신의 가창력 뽐내기가 아닌 최대한 원곡의 질감과 감성을 살리려 한 방식은 적절해 보인다. 아이유의 첫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던 삼촌 팬들에 대한 선물이자, 자극적인 디지털 트렌드 사운드에 익숙한 젊은 팬들에게도 아날로그 시절의 명곡이 지닌 각별한 의미를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다.

*파블로프 1집 26 2014년 러브락레코드

서울예고 미술과 동창생으로 구성된 밴드 파블로프는 2008년 데뷔 EP ‘반드시 크게 들을 것’으로 한껏 주목받았던 한국 록의 기대주였다. 군 입대로 인해 무려 6년 만에 발표한 정규 1집 ‘26’은 26살 서울 사내들의 밤과 섹스 그리고 복잡한 감정과 욕망을 대변한다. 스스로 앨범 재킷을 디자인한 이 앨범은 자신들이 영향을 받은 과거의 명곡을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닌 ‘오마주’를 통해 자신들의 시각과 사운드로 ‘재해석’한 흥미로운 앨범이다. 그러니까 성장과정에서 체득한 옛 가요들을 모티브로 삼아 새롭게 전개한 창작 작업인 셈이다. 고 김현식의 히트 곡 제목과 동일한 ‘내사랑 내곁에’는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와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섞어 재가공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에서 영감을 받아 특유의 애절함을 과감하게 걷어낸 타이틀곡 ‘한껏 조여진’은 방탕한 노래로 둔갑했다. 한국 클래식 록의 기운을 응축시킨 ‘이미 끝났다는 걸’은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의 영향이 강력하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H.O.T의 ‘캔디’를 모티브를 삼은 록발라드 넘버다.

*육지거북 미니 연주앨범 오래된 소품 2014년 미러볼뮤직

1인 프로젝트인 ‘육지거북’이란 특이한 뮤지션 이름만큼이나 이 음반은 아주 특별하다. 헤럴드경제신문에서 대중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정진영 기자가 주인공이기 때문. 가수로 활동하다 일간스포츠 기자로 활약했던 봉봉사중창단의 멤버 김유생이 있긴 하지만 현직 일간지 기자가 공식 데뷔음반을 발표한 전례는 내 기억에는 없다.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기도 한 ‘육지거북’은 또다시 뮤지션으로 멀티플레이어 재능을 뽐낸 셈이다. 밴드 청거북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10대 때부터 꾸준히 뮤지션을 꿈꾸며 창작곡을 만들어왔다. 노래가사가 있었을 텐데 왜 연주앨범을 냈는지 궁금했다. “오해를 받기 싫어서 소박하게 갔습니다. 첫 앨범부터 유명가수들이 피처링에 참여하면 신분을 이용해 제작했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싫었습니다. 기자가 아닌 인디 뮤지션의 삶을 이해해보고자 홈레코딩으로 앨범을 제작하고 인디 신에는 드문 뉴에이지 장르를 선택했습니다.”(육지거북)

앨범에는 타이틀곡 ‘비 오던 날 도착한 편지’를 비롯해 ‘꼬마를 기다리며’, ‘창백한 푸른 점’, ‘눈물(流星雨)’ 등 연주곡 4곡과 보너스 트랙 ‘코리언 펑크(Korean Funk)’까지 5곡이 수록됐다. 육지거북은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과 믹싱, 재킷 사진 촬영까지 직접 맡았고, 절친 기타리스트 레인보우99(Rainbow99)가 마스터링을 도왔다. 어린 시절의 동심, 청소년기의 방황, 청년기의 사랑 등 자신의 성장기를 통해 경험한 다양한 감정을 사계절에 비유해 서정적이고도 순수한 분위기로 표현한 곡들은 내공이 상당하다. 현대인의 고단한 마음을 차분하게 인도하는 힐링을 안겨주는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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