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자가 남성보다 3.6배 많아

우리네 엄마들은 늘 관절질환과 전투중이다. 이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퇴근시간도 없는 가사노동, 중년이면 찾아오는 호르몬의 변화, 운동할 시간이 없어 말라버린 약한 근육.

주변을 둘러보면 어깨, 무릎,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이런 질환들은 만성통증을 유발하고, 그 고통은 우울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형외과에선 신경계통 약을 투여하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만성 관절질환은 대부분 퇴행성 변화와 관련돼 있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와 예방활동을 한다면 어렵지 않게 치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참을 때까지 참고 나서 병원을 찾기 때문에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내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든 관절 질환이 다 고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특히 손에 생기는 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이번에 살펴보려는 ‘손저림병’이라고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도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앓는 병이다. 특히 여성 50세~59세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2013년 기준으로 여성 환자숫자가 13만 617명. 전체 16만 6,572명의 78.4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남성 환자의 3.6배가 넘는 수치다. 이 정도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엄마들 질환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손목터널증후군도 여느 중년 여성 관절질환처럼 나이, 잦은 관절 사용, 호르몬 변화 등과 관련돼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흔히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많은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키보드 사용과 손목터널증후군은 큰 관련이 없다. 단지 엄마들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엄마들이 앓아온 병이라는 뜻이다.

손목터널은 손목에 있는 구조물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정중신경이라는 신경이 통과하는 통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이 길에서 정중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질환이다. 신경자체에 문제가 먼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 있는 손가락 힘줄에 염증과 부종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약한 신경이 눌려 병이 생기는 것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이 병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손저림’이다. 손저림을 일으키는 병은 여럿 있지만, 이 병은 다섯 번째 손가락에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병과 감별된다. 이 외에 병이 점점 진행할수록 같은 부위에 통증 및 감각 소실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는 엄지 손가락 쪽의 손바닥 근육에 마비가 올 수도 있다. 환자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서 간단한 진찰만으로도 증상 확인 및 진단이 가능하다. 참지 말고 빨리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는 대부분 간단한 약과 주사로 가능하다.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병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한다. 이 수술도 매우 간단하고 비교적 결과가 좋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수술은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넓혀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간단한 국소마취로 5분정도면 가능하다. 물론 자칫 신경손상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