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문 편에 '구멍ㆍ굴' 뜻하는 최초 용례
이러한 공동의 원인에 대해 이수곤(李壽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동공들이 7개가 따로따로 발견됐지만, 제가 보기엔 같은, 하나의 통째로 연결된 것으로 봅니다"라면서 "우연히 발견됐다. 솔직히 아무도 그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 대도시에 생긴 공동은 인위적인 것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국시대 저명한 사상가이자 병법가였던 묵자 관련 <묵자(墨子)> 제52장 비성문(備城門: 성문을 방비함) 편에, '구멍ㆍ굴'을 뜻하는 空洞의 최초 용례와 함께 다음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금골리(禽滑釐)가 묵자에게 물었다. "평화로운 세상에 나타난다는 봉황은 출현치 않고, 제후들은 천자국을 배반하며, 전쟁이 천하에 동시에 일어나,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공격하고, 강국은 약소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국을 지키려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묵자가 "어떤 공격에 대한 지킴을 말하는가?"라고 묻자, 금골리는 "지금 세상에서 늘상 쓰이는 공격 방법으론 ①흙을 쌓아 내려다보고 하는 공격, ②갈고리 이용 공격, ③충돌, ④사다리 달린 수레로 공격, ⑤해자 등을 흙으로 메운 뒤 공격, ⑥수공(水攻), ⑦땅속 길을 통한 혈공(穴攻), ⑧성벽 돌파 공격, ⑨성내로 통하는 空洞을 이용한 공격, ⑩개미떼처럼 병사들이 일제히 성벽을 기어오르는 공격, ⑪성공격용 기구들로의 공격, ⑫헌거(軒車) 등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선말기 김정희(金正喜) 시문집인 <완당전집(阮堂全集)>에는 "봉황대 동서편에 인공으로 쌓아 만든 산이 가장 많았다. 연전에 산 하나가 무너졌는데 그 속에는 깊이가 한 길 남짓한 검푸른 빛의 석축으로 된 空洞이 있었으니, 이는 대체로 옛날의 왕릉이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그러나 이번 발견된 석촌동의 지하공동은 왕릉의 흔적은 결코 아니리라. 위 <묵자>에 기록된 사항과 41개 단체로 이루어진 '땅굴안보 국민연합'의 주장처럼 북한에 의한 땅굴일 가능성도 무시하지 말고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