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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진로 논쟁… '의원총회 유감 3제(三題)'

'좌'로만 가다간 국민 눈 밖에 날 것
진보 강화론·선명 야당론 "국민 옳은 것 아니다" 주장에 어이없어
진보정치 수요 줄고 보수화 강화… 집권능력 갖춘 '실력야당' 돼야
  •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더 왼쪽으로 가자는주장 맥 풀려

1. 우리 당 의원총회에 있다 보면 어이없어질 때가 많다. "진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그렇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극우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중도로 더 옮겨 가야 한다"며 '중도강화론'을 선언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수 여당은 중원 공략을 선언하는데 진보 야당은 중원을 비워놓고 더 왼쪽으로 가자는 주장 앞에서 맥이 풀린다.

우리 당의 진보 강화론은 6·4 지방선거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진보 정치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의 완승은 진보 가치에 대한 지지와 승인이었으므로 그 기치를 더 선명히 들어올려야 한단다. 특히 17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들이 13석을 석권한 것은 진보 선호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반례로 박원순·안희정·최문순의 '중도 클릭' 노력이라든지, 부동의 1위 후보였던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도중 침몰, 보수 후보들의 분열 및 진보 후보들의 단일화와 진보 색깔 숨기기… 같은 얘기는 지면 관계상 여기서 생략한다.)

한마디로 진보 정치는 퇴조했다. 수요가 줄어서 그렇다. 국내적으로는 1987년 민주화를, 세계적으로는 1989년 냉전체제 붕괴를 기점으로 정치 지형이 진보에서 중도 또는 보수 쪽으로 이동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0~30%,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5~35%에 달한다. 보수 정당, 보수 정책, 보수 후보를 좋아하는 국민이 늘 더 많다는 뜻이다. 더구나 2002년 대선과 2012년 대선 사이에 진보 색채가 강한 2030세대는 140만명 줄어든 반면 보수 색채의 5060세대는 250만명 급증했다. 우리 국민의 보수화가 한층 강화된 셈이다.

정치 현실이 이처럼 엄연함에도 진보 강화가 주창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의총 현실이고, 그것이 우리의 치명적 한계다. 국민 눈 밖에 날 수밖에 없고, 새누리당의 열위(劣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가 지난달 27일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 잡는 또 다른 말은 "선명 야당"

2. 의총장에서 사람 잡는 또 다른 말은 "선명 야당"… 어쩌구다. 목숨 걸고 선명하게 투쟁한다는 '선명 야당론'은 군사 정권 때의 아이콘이었다. 독재 정권에 대해 타협적인 어용 세력을 경계하면서 강경 투쟁을 주도하던 시절 야당의 이상형이었다. 그러나 그 유통 기간은 1987년까지였다.

세상이 달라졌다. 독재가 철거되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2,000~3,000 달러에서 2만~3만 달러 시대로 10배가량 늘어나는 등 상전벽해했다. 경제 토대(하부구조)의 급변은 정치의식(상부구조)을 새롭게 급규정한다. 선악 대립 구도로부터 양시(兩是)가 주특징인 포스트 모던한 '흑묘백묘론'의 생활정치(life politics)를 대두시켰다. 국민이 기대하는 야당의 이상형은 이제 '대안 야당'이다. 여당의 대안이 될만한 '실력 야당'이다. 선명 야당의 무기가 타도 투쟁이었다면, 대안 야당의 무기는 집권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 야당은 불행히 '전향'에 실패했다. 반독재 투쟁의 스타 군단인 전통야당은 과거 타성을 끊지 못하고 낡은 강경 투쟁 노선의 자기 수인(囚人)이 되어 버렸다. 국민들의 절대 다수(60~80%)가 단식 같은 극한 장외 투쟁에 대해 신물을 내며 등을 돌리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 130명 의원 전원이 단식하며 죽기 살기로 싸우자고 한다. 오호라, '새정치민주연합'이란 운동권 공룡은 시대 변화에 대한 적응을 거부하며 스스로 멸종적 위기를 자초한 채 '새누리당 30년 장기 집권'을 위해 복무하고 있구나.

"국민이 항상 옳은 것 아니다"는 말은 위험한 발상

3. 사람을 '미치게' 하는 하이라이트는 "국민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라는 의원총회의 말,말,말이다. 국민 여론은 틀릴 수 있으니 진보 지도자들이 소신 있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이 주장에는 영웅주의나 전위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소수 독재 (또는 독선)'를 정당화하는 우리 당 진보강경파는 자기들만 옳다고 한다. 국민 수준을 바보 취급한다. 다수가 틀렸고, 소수가 옳다는 주장은 국민 주권의 민주 정치에 정면 배치된다. 이 발상은 참으로 위험하고, 그 실천은 무섭고, 결과는 참담하다.

이런 야당을 누가 좋아하겠으며, 어느 국민이 믿음직하게 생각하겠는가.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이고, 우리 지지율이 20%대 이하인 것은 우연도 예삿일도 아니다. 천심이라는 민심을 외면하고 국민 수준을 업신여기며 국민을 교육시키겠다는 우리 의원총회는 상전벽해, 개과천선이 절실하다. 지금의 우리 당 주류는 바뀌거나 (제발) 은인자중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의 햇살이 우리에게도 겨우 비칠 수 있다. 국민은 이미 우리 편이 아니다. 어찌 할 건가. 우리가 국민의 편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

■ 황주홍 의원(62) 프로필

광주 제일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주리대 정치학박사- 아태평화재단 부총장-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선 3·4·5기 강진 군수 - 19대 국회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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