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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에 왜 눈길 쏠리지? 대선주자 합종연횡 가능성 때문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시 반기문과의 연대 구도 관심
개헌 어렵지만 이번엔 유력 주자 없어서 힘 실릴 가능성도
여야 국회의원 148명… 10월부터 개헌론 군불때기
[김광덕 뉴스본부장 칼럼] 여야 의원들이 10월부터 개헌론 군불때기에 나선다. 모든 정권과 국회에서 회자되다가 사그라졌던 단골 메뉴 ‘개헌’이다. 그래서인지 "또 물거품이 될 개헌론을 왜 꺼내지?" 하는 냉소적 반응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감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치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2017년 대선의 합종연횡, 이른바 대선주자의 짝짓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여야 국회의원 300명 중 152명이 참여하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10월1일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개헌에 관한 특강을 듣고 토론했다. 특강 주제는 ‘2020년 체제를 위한 정치개혁과 개헌의 방향, 합의제 민주주의’다.

여야 의원 152명, 10월 초부터 개헌 논의 재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2월 전체 모임 이후 8개월여 만에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2011년 발족한 이 모임은 올 초 재적 과반인 150명을 넘어서면서 헌법개정안 조문화 작업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정국이 시작되면서 대외 활동을 중단했었다. 이 모임의 간사는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맡고 있다. 18대 국회 당시 '개헌 전도사'로 나섰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 교수가 생각하는 개헌의 방향은 합의제 민주주의다. 야권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진보 또는 야권 성향의 학자들은 '합의제 민주주의' 도입을 역설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와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다수제 민주주의'라고 규정하고 분권형 대통령제(사실상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합의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 김광덕 뉴스본부장
최근 여야가 각각 구성한 혁신위원회에서도 개헌 문제가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9월 30일 당 정치혁신실천위 회의에서 "비대위가 개헌 추진에 앞장서겠다"면서 개헌을 화두로 꺼냈다. 29일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가 출범하는 자리에서도 원희룡 제주지사 등 일부 참석자들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1987년 개헌 이후 매번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론이 제기됐지만 실제 개헌이 이뤄진 적은 없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연대를 추진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여야의 개헌론자들이 나서든, 현직 대통령이 앞장서든 개헌론은 매번 제동이 걸렸다.

개헌 추진 명분… 대통령과 의원 임기 불일치,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권력구조뿐 아니라 기본권 문제까지 바꾸는 개헌을 하려면 논란의 전선이 확대되면서 사회 전체가 갈등과 분열에 휩싸일 수 있다. 때문에 권력구조에서 중요한 것 한두 가지만 바꾸자는 '원포인트 개헌론'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원포인트 개헌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가 다르기 때문에 불규칙하게 대선, 총선이 치러지는 ‘이격 현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임기를 같게 만든 뒤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고 지방선거를 그 사이에 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잦은 선거로 인한 고비용 정치와 정치적 불안정을 막고 적절한 수준으로 권력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개헌의 또 다른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줄여가기 위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미국식의 4년 중임 정· 부통령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다. 임기가 분명히 보장되는 대신에 재선이 허용되지 않는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유권자인 국민을 바라보기 보다는 이른바 '역사와의 대화'를 하면서 독선·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정치개혁을 논의하다 보면 결국 개헌 문제로 귀결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개헌이 거론된다. 권력구조와 선거구 제도, 정당 제도 등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치 개혁 방안을 논의하다 보면 항상 헌법의 벽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대통령제와 양당제, 소선거구제는 어느 정도 친화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와 다수정당 제도, 중대선거구제가 친화성을 갖는 것과 유사하다.

매번 개헌 물거품… 이번엔 유력 대선주자 없어 주목

하지만 개헌론자들이 이같은 필요성을 제기하는데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는 결국 물거품이 돼 왔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이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는 유력 대선주자들이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에서도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헌론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우선 여권 내부에 뚜렷하게 부각된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대표가 2, 3위를 달리고,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5,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이들 중에 유력한 대선후보가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또 지금은 개헌에 소극적인 친박계도 같은 계파 내에서 유력 대선주자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유승민 의원 등을 대선주자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지만 이들이 단독으로 유력 주자로 부상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또 야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의원,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주요 대선주자들이 있지만 이들이 혼자 힘으로 대선 후보로 출마해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해 '선거 운동장'이 보수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어서 합의제 민주주주의로 구조 개편을 하지 않으면 야권 인사의 단독 집권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대선의 단골 전략인 '후보 단일화' 드라마를 추진하는 것도 식상한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개헌하자는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개헌을 추진해서 성공시킨다면 대선 구도는 확 바뀌게 된다. 그럴 경우 개헌의 가장 큰 의미는 정당과 정치인 측면에서 보면 유력 대선주자 간의 합종연횡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가령 분권형 개헌이 될 경우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外治)를 담당하는 대통령과 경제와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게 되기 때문에 대통령-총리 후보가 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 또 미국식의 4년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더라도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러닝메이트를 짤 수 있다.

반기문 총장이 나선다면 합종연횡 그림 주목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지역과 계파, 노선, 전문성을 달리 하는 주요 대선주자들끼리 본격적으로 손잡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킹과 킹메이커가 결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외교안보 분야 원로와 여야 어느 한 쪽의 주요 대선주자가 결합하는 모델에 시선이 쏠릴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반기문 대망론' '반기문 영입론' 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실현되기가 거의 어렵다. 그러나 분권형 개헌이 이뤄질 경우 반 총장은 외교안보 분야, 다른 주자는 내치 분야의 실권을 분담하는 권력 구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여권의 친박계 또는 비박계 대선주자, 야권의 일부 주자가 반 총장 등 외교안보 전문가와 함께 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반 총장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에 가깝지만 노무현정부에서 외교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여야 양측과의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물론 반 총장 측은 “대선 출마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치는 생물이어서 앞날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또 여권의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야권의 문재인 의원, 박원순 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이 반 총장 등 외부 전문가 또는 정치권 내부의 주요 주자들과 함께 짝을 짓는 경우를 검토할 수 있다. 또 여야에서 '다크호스'로 새롭게 떠오르는 대선주자들은 '협치' 또는 '합의'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형태의 러닝메이트 카드를 떠올려 볼 것이다. 이번 개헌론에 민감한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바로 대선의 합종연횡 가능성 때문이다. 과거 3김씨나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유력 대선주자가 덜 부각돼 있는 상황이므로 새로운 짝짓기 카드에 눈길이 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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