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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 안철수가 다른 세 가지 이유는?

[전문가 칼럼]
여론 분석하면 두 사람은 운니지차(雲泥之差·구름과 진흙 차이)
반 총장은 안철수가 이루지 못한 새정치 실현할 능력 갖춰
반 총장, 호남과 부산·경남, 20대와 60대에서 높은 지지
  • 반기문(왼쪽) 유엔 총장과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어떤 사람의 이야기다. 본인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뜻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 사람은 정치인으로 특정 정당에 소속되었던 사람도 아니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그는 현재 한국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후보 선호도 조사를 하면 그는 단연 1등이다. 새누리당에서 가장 힘이 있다는 김무성 대표도, 야권 대선후보를 꿰찬 것 같은 우세를 보이는 박원순 시장도 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그 사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 서현은 자신의 롤모델로 반 총장을 언급했었다. 반 총장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최고 인기 한류 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이 자신을 닮았다며 중국 젊은이들이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정작 본인은 차기 대권에 관심 없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마저 부담스럽다고 손사래를 칠 정도다. 이쯤 되면 실현 가능성이 어려운 해프닝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넣어 여론조사를 실시한 언론은 난처한 상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 보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그리고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산전수전을 겪은 뒤에도 대통령을 목표로 했던 이는 드물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욕심을 낸다고 계획을 세웠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이 그리고 국민적 여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차기 대권후보들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 1위로 반 총장을 꼽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다음 대통령으로 원하는 사람이 반 총장일 수도 있겠지만 반 총장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과 매우 유사한 인물로 본다는 것이다. 만약 국민들이 혼연 일체로 반 총장을 원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이나 중국이 처한 상황과 한반도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통일 한국의 목전에서 이념적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을 대화 상대로 거부하고 반 총장같은 유연하고 중립적인 조정자를 북한이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수없이 출마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던 정치인들의 출마 기자회견을 듣곤 했다. 반 총장의 출마 여부는 여러 상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출마 환경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등 측정할 수 없는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 총장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비교 대상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이다. 그렇게 보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반 총장의 등장과 함께 안 전 대표의 급격한 몰락을 보기 때문이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17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포인트)의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반 총장은 7월 조사보다 높아진 39.7%였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은 ‘다음 대통령’으로 반 총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하락을 맛본 예비주자는 안 전 대표였다. 불과 4.2%에 그쳤다. 한때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30%에 가까운 지지율로 부동의 1위였던 안 전 대표였다. 반 총장의 등장은 안 전 대표를 대체하는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렇다면 반 총장은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안 전 대표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경쟁력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먼저 하면 반 총장은 세 가지 점에서 안 전 대표와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새정치 기대 실현할 경륜과 역량 갖춰

우선 ‘새정치’에 대한 기대 충족 가능성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다. 그에게 기존 정치권을 대체할 수 있는 새정치를 기대했고, 안 전 대표의 가장 큰 무기도 새정치였다. 하지만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 과정에서 그리고 보궐선거를 통해 통합신당으로 이어지는 행보에서 새정치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정치를 현실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하는 집단은 40대에 집중되어 있다. 연령대 및 이념적 대결 구조가 뚜렷한 이슈에 대해 최근 40대는 조정자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40대에서 반 총장은 31.5%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안 전 대표는 한 자리 수 지지율에 그쳤다. 20대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폭발적이다. 거의 과반에 가까운 45.7%가 반 총장을 선호하지만 안 전 대표의 영향력은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결국 이 세대들이 ‘새정치’에 가장 목마른 세대라면 이유는 분명해진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 구호를 화려하게 들고 나왔지만 결국 ‘새정치’를 현실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반 총장은 한국보다 더 복잡한 사회인 유엔에서 사무총장으로 재선됐다. 수많은 국제정치적 갈등 속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규범을 통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검증받았다. 즉 새정치 의미가 ‘이 세상에 존재하던 새로운 정치’가 아니라 ‘마땅히 있어야 할 정치이지만 우리 한국에는 없는 정치’라고 한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의한 역량은 국민들의 눈에 차별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때 ‘안철수 새정치’의 신봉자였던 대학생층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은55.5%로 압도적이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랜 경력의 일관된 모습이 투영된 것이라면 결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다. 2013년에 비해 그리고 2014년 초에 비해서도 이 현상은 더 강화되고 있다. 현재와 다른 글로벌 스탠다드의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은 체감적으로도 높다.

지역 영향력 달라… 호남과 PK서도 압도적 지지

다음은 지역적 영향력이다. 대선후보로서 파괴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 그리고 가급적 광범위한 지역의 배타적 영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배타적인 영향력이 있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지역적인 배타적 영향력의 부재다. 출신 지역은 부산·경남(PK)이지만 정치적 정서는 호남이다. 그러나 호남은 기존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다. 이를 완전히 본인의 정치적 기반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당의 세력을 완전히 규합하든 지역의 정서와 자신의 이해를 일치시켜야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 비해 호남에서 압도적이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념적 대결 그리고 세대 대결을 앞설 만한 지역적 영향력을 수도권 지역에서 쌓지 못한 것이다. 반 총장의 현주소는 어떨까. 오랜 공무원 생활과 관료 경력은 보수적으로 비칠 수 있고 지역적으로 협소할 가능성(충북 출신)이 크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적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호남권에서 다른 야권후보를 완전히 압도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호남권에서 47.8%로 단연 압도적이었고, 부산과 경남에서 39.5%로 여권 후보마저 멀찌감치 따돌렸다. 박원순 현 시장이 대권 후보로 버티고 있는 서울에서도 39%로 1위였다. 반면에 안 전 대표는 모든 지역에서 무기력했다. 반 총장이 출마하지 않더라도 지역 경쟁력이 퇴색된 상황인데 만약 반 총장이 출마할 경우 안 전 대표의 지역 영향력은 복구 불가 수준이다. 그렇다면 반 총장의 지역 경쟁력 역시 사라질 신기루는 아닌가. 과거처럼 특정 인물이 지역을 정치적으로 지배할 상황이 아니므로 당분간 지속 가능성이 높다(압도적 지역 결집력을 보여준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표상 거의 마지막 인물). 지역별 정당 지지율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볼 수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10월14~16일. 전국 1032명. 휴대폰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포인트)에서 ‘광주 및 전라’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25%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35%였다. 불과 10% 포인트 차이인 것이다. 지난 재보궐선거 때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에서 당선된 사례처럼 특정 지역의 특정 정당 선호 현상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반 총장은 충청권에서의 경쟁력 이상으로 호남권과 영남권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과 충청권의 야권 단체장이 유력 차기 대선 후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반 총장의 지역 경쟁력은 출신지 경계를 뛰어넘는 전국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사가 거듭되더라도 반 총장에 대한 지역적 선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호남권에서는 강화되는 현상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활동이 원만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식에 특별 비디오 영상 인사를 전달하는 등 그의 ‘정치적 의리’가 은연 중 지역에서 형성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높은 지지

끝으로 세대 영향력이다. 안 전 대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령대가 2030세대이다. 한때 ‘앵그리버드’로 상징되는 2030세대의 분노는 한때 안 전 대표를 통해 집결되는 기류가 있었다. 안 전 대표는 청춘콘서트의 상징이자 미래 세대의 역할 모델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버금가는 정치적 경쟁력을 만들 수 있었던 근간은 보수 후보에 대한 비토 성향이 강한 2030세대를 끌어안는 중력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2030세대의 역할 모델을 반 총장이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대표에게 열광하던 2030세대의 이탈과 태도 변화는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무엇보다 2030세대가 원하는 정치·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에 1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2030세대로부터는 열광적 지지를 받았으면서도 그만큼 중요한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 안 전 대표의 호감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50대 이상 세대와는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고 결국 20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 소통 능력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반 총장은 20대에서의 지지율이 45.7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에서도 48.8%로 가장 높았다. 보수 성향의 여권 대선 후보를 포함한 조사에서 20대와 60대 이상에서 균형된 지지율을 보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 평가층뿐 아니라 부정 평가층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30대에서 28.3%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반 총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 이 연령대의 기득권 전반에 대한 철저한 부정 때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20대에게는 새정치 이미지로 60대 이상에게는 고위 관료 출신으로서,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인물로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기문 바람'의 향배는 국민이 결정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가려내는 것은 족집게 도사의 신공만큼이나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반 총장의 기초적인 경쟁력을 안철수라는 직전 스타와 비교하면 분명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 총장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의 적응 문제와 특정 세력 후보가 될 경우의 비토층 강화, 박약한 대권 의지 등 많은 비판과 회의론이 설득력 있게 뒤따른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책사였던 범증을 옆에 끼고도 대업을 이루지 못했던 항우를 생각한다면 대권은 목표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잘 깨닫고 민심을 쫓았던 유방에게 대업이 가지 않았던가. 안 전 대표의 추락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반 총장 역시 출사표를 던진다면 대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벼리는 길은 결국 국민 여론을 제대로 읽는 것일 뿐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어쩌면 ‘반기문 바람’ ‘반기문 현상’이 어디까지 갈지도 국민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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