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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을 대선 3년 전에 미리 아는 법

대선 3년 전 나타난 당선자들의 세 가지 공통점
가급적 현직 대통령과 각 세우는 것 피해
뚜렷한 지지층 확보, 현직 대통령 보완 이미지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신라의 시조이자 박씨 성을 가진 사람들의 시조인 박혁거세는 탄생 자체가 신비롭다. 지금이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치부하겠지만 알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예수, 석가모니 같은 성인(聖人)은 물론 고대 중국의 왕들 역시 출생이 평범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대업을 이루기 전부터 일반인과는 운명의 괘를 달리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의 탄생과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진시황제 이후 중국 통일 왕조를 이룬 유방도 비천한 가정에 자랐지만 그 아버지가 용꿈을 꾸었다는 설화가 전래된다. 실제 그랬을 리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남과 달리 특별하다는 것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에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들의 대선 3년 전 공통점은?

요즘 다음 대선후보를 놓고 풍수지리에 의한 예측이 횡행한다. 어디에 살고 있고 부모님의 묘 자리가 어디더라는 수준이다. 심지어 어디로 이사 가고 부모님 무덤을 어디로 이장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약될 정도다.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이 집터이고 묏자리라면 후보자는 불안하고 국민들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슨 도사, 누구 선녀님이 개인의 길흉화복을 결정하는 것은 흥밋거리로 족하겠지만 국가의 운명까지 달려있다면 섬뜩하다.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이같은 신변잡기 측면이 아니라 더욱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거의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당선자들(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의 이력을 추적한다면 제법 그럴싸한 추정이 가능해진다. 특히 여론상 그들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를 조명한다면 다음 대통령 당선 가능 인물군의 범위를 더욱 좁혀볼 수 있다. 과연 대통령 당선자들의 대선 3년 전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가급적 현직 대통령과 충돌하지 않는다. 뚜렷한 각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특정 지역 또는 특정 세대에 적어도 20~30%이상의 견고하면서도 뚜렷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직 대통령의 부정 평가 요소를 고스란히 대체하는 상보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손자병법의 비책처럼 모아지는 세 가지 공통점이다.

가급적 현직 대통령과의 충돌 피했다

우선 당선되었던 후보들은 대선 3년 전 시점에는 현직 대통령과 첨예한 대립 구도를 만들지 않았다. 대선 3년 전이라면 현직 대통령의 임기 2년 차이므로 아직 대통령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국정운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때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2년 차인 1989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앞둔 시점이다.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정치 상황이었다.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결합되면서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대권을 잡게 된다. 김 전 대통령은 3당 합당 이후 내각제 개헌을 반대하면서 정치적 고향인 마산으로 낙향해 청와대를 향해 시위를 벌였던 적이 있었다. 이 때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3년 차 후반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동안 제대로 각을 세운 적이나 있었던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처지였다. 대선후보가 되고 나서야 각종 현안에 대해 겨우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역시 다르지 않다. 2009년(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2년 차)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당시 박 전 대표는 격렬히 반발했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철회되었지만 임기 2년 차의 현직 대통령과 맞선 박 전 대표의 충격이 상당했다. 현직 대통령과 갈등 빚는 모습을 보인 뒤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친박으로 자연스레 분류되었던 몇몇 핵심 측근들의 이탈까지 있었다.

이렇듯 대통령 당선자들의 대선 3년 전 자화상을 살펴보면 살아있는 권력과 각을 세우지 않는다. 심지어 1994년(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2년 차) 당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시기였다. 이것은 절대 영향력을 발휘하는 임기 2년 차 대통령과 맞설 경우 지지세의 결집보다 집중적인 견제를 당한다는 의미다. 비단 대통령과 같은 진영의 후보뿐 아니라 반대 진영 후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과 노선을 달리하는 야당 후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각을 세울 경우 너무 일찍 이슈 파이팅을 함으로써 피로감이 빨리 오게 되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이명박 당선자에게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당 대표로서 사학법과 연정 등으로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박근혜 대표는 피로감이 빨리 부각되었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국민 여론전에서 밀리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석패한다.)



특정 지역이나 세대에 뚜렷한 지지층 확보

다음으로 나타난 공통점은 일정한 지지층이다. 역대 당선자들을 보면 대선 3년 전이기는 하지만 진정 잠룡(潛龍)이라고 할 수 있는 득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TK지역의 확고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인지도 역시 전두환 정권의 ‘2인자’로 뚜렷하게 각인되었고 여권 후보 프리미엄을 갖추고 있었다. 야권 표가 갈라지는 환경까지 후보자의 경쟁력으로 흡수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신민당 대표를 거치며 민주화의 상징 같은 인물로 각인되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미친’ 인지도를 확보했다. PK지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1988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 15곳 중 김진재 의원의 금정구를 제외하고 통일민주당이 석권했다. 전적으로 ‘YS 마케팅’에 의존한 결과였다. 자기 지역구의 선거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영향력을 가장 극명하게 알려주는 것은 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파괴력이다. 영남의 YS와 더불어 호남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무후무한 사례다. DJ의 경우 단지 호남 지역의 영향으로 그치지 않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들에게 절대적인 존재였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까지 호남과 수도권에서 ‘DJ마케팅’은 그칠 줄 몰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한국 같은 중앙집권적 국가에서 서울시장의 영향력과 인지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95년 이후 민선 서울시장을 역임한 모든 사람이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박원순 시장은 현재진행형이다(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대기업 본사가 대부분 몰려 있는 곳이어서 MB는 화이트칼라의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 MB는 2위 후보(정동영)를 큰 격차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출신지인 영남 지역의 압도적 지지가 있기도 했지만 서울 지역 화이트칼라의 성원이 뒤따랐다. 즉 ‘넥타이부대’인 4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가. 5공 청문회를 거치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낙선을 마다하지 않고 선거 출마를 하면서 ‘노사모’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팬층을 확보하지 않았던가. 노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야권에서 ‘노무현 마케팅(친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 지역에서의 확고한 기반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50대 이상의 전폭적인 응원(후광 효과: halo effect)을 받았다. 지역과 세대 결집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지지율이라야 지역 또는 세대에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선거라는 기준을 적용해 보자. 양자대결 또는 3자대결에서 당선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30% 이상의 기본적인 지지율은 보여야 한다. 누군가를 당선시킬 수 있는 ‘선거의 제왕’이자 ‘다음 대통령’으로서의 아우라가 만들어지려면 최소한 특정 지역이나 특정 세대에서는 야권 또는 여권 후보들 가운데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은 보여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상회하자 세월호 사고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박심 마케팅’을 앞다투어 하지 않았던가. 여야를 가릴 수 없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고 각각 여권과 야권 후보들 중에서 지역별, 연령대별 지지율을 보면 범위를 더욱 좁힐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부족한 점 보완할 수 있는 이미지

마지막으로 공통점은 무엇일까. 현직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대체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의 부정 평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직선 대통령이지만 정통성이 부족한 노태우 정권을 문민정부로 대체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영남 정권 일변도를 수평적 정권교체로 보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령(高齡)의 지도자, 전통적인 계파 위주 정권에서 젊은 지도자, 시민사회 주도의 참여형 정부로 변모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허술함, 언변 일변도의 한국사회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업형 리더십을 과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지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권력 변화를 이끌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당선자들은 대선 3년 전 시점이지만 현직 대통령의 이미지 대척점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삼의 정반대 편에는 김대중이, 이명박의 바로 맞은편에는 야권 후보가 아니라 박근혜가 있었다. 박 대통령과 마주하고 있는 이미지의 인물은 지금 누구인가.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긍정과 부정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유형이다. 과거 많은 대통령은 임기 2년 차 긍정과 부정 평가 사이 평가를 유보하는 응답이 허다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호불호(好不好)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부정 평가 내용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면 어떨까.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출신 배경과는 달리 매우 귀족적인 이미지를 보였다. 잘생긴 외모, 완벽에 가까운 아내 등은 소탈함보다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야구라는 서민 스포츠의 구단주(텍사스 레인져스)를 거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라면 정반대의 모습처럼 비쳐지지 않았을까.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음에도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의 이미지가 클린턴과 너무 비슷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정치를 바라보는 대중의 교체 의향은 매우 강렬하다. 벌써 차기 대권 운운하며 ‘반기문 현상’이 나타나는 것만 보아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 대통령 지지율 조사의 부정 평가 이유를 보면 박 대통령과 상반되는 인물이 갖추고 있을 이미지가 그려진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일관되게 지적되는 부정적 측면은 ‘소통 결핍’, ‘통합 결여’이다. 이것을 누가 제대로 보완해줄 수 있는지를 관찰한다면 해답은 더욱 가까워진다.

항우와 자웅을 겨루었던 한신에게 걸출한 책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괴철이었다. 괴통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름만으론 사람의 영명함을 다 알긴 힘들다. 괴철은 주군인 한신이 대업을 이룰 수 있을 때라는 ‘천기(天機)’를 읽었다. 곧장 한신에게 항우, 유방과 함께 천하를 삼분지계(三分之計)할 것을 간하지만 한신은 결코 따르질 않았다. 권좌에 오를 절호의 기회가 있더라도 자신이 마다하면 다 부질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 대통령을 예측하는 일에 묏자리나 살고 있는 곳의 풍수지리를 들이대는 법은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단순한 투표 한 장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면 민심이야 말로 천심이다. 적어도 다음 대통령을 미리 아는 법은 풍수지리가 아니라 민심지리라야 하는 법이다.

■배종찬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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