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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권불십년'인가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권불십년론'에 따르면 차기엔 진보가 유리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따르면 보수가 우위
차기 대선에선 누가 후보냐 등 복합변수 고려해야
[김광덕 인터넷한국일보 뉴스본부장 칼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이 지난주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하원에 이어 상원의 다수당까지 야당인 공화당에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오바마는 그야말로 절름발이 오리 같은 신세가 됐다. 3년 앞으로 다가온 2017년 한국 대선과 연결하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미국의 여당인 민주당이 완패해 여소야대 체제로 바뀐 점에 주목하면서 기대감을 갖고 있다. ‘권불팔년’(權不八年)이란 말이 미국 정치에서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권불팔년이란 권력이 8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8년 단위로 바뀐다는 점을 염두에 둔 말이다. 대통령 임기가 4년 중임제이므로 길어야 8년밖에 집권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집권 기간에 ‘과락’ 수준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지 않는 한 대체로 연임된다. 그러나 재선 2년 후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선 대체로 패배해 본격적으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져든다. 오바마의 이번 참패는 ‘권불팔년’ 징후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권불십년'에 따르면 차기에는 진보 정권

권불팔년이 한국으로 건너오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된다. 십년 이상 길게 가는 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권불십년은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백일 동안 붉은 꽃은 없다)이란 말과 함께 쓰인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임기가 5년이므로 권불팔년이 권불십년으로 리메이크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5년 단위로 바뀌었지만 세력과 이념 측면에서 보면 10년 단위로 정권이 교체됐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뒤 노태우-김영삼 정부 10년(보수),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진보)을 거쳐 보수 성향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잇달아 들어섰다.

‘권불십년론’은 결국 정권교체 주기가 10년임을 보여준다. 권력 주기론에 따르면 한국의 차기 정권은 진보 세력, 현재의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권력의 향배가 단순히 권불십년론에 따라서만 전개되지 않고 다양한 변수가 개입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은 이번 미국 중간 선거에서 보수 정당인 공화당이 승리한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야당이 이긴 게 아니라 보수 정당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2017년 대선에서도 보수 정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이 보수 정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따른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적용하면 차기에는 보수 정권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5060세대의 위력이 폭발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말이다. 2012년 대선 당시 50대 이상의 유권자 수는 2002년 대선에 비교해 570여만명 늘었다. 2030세대는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2002년 대선 당시 전체 유권자의 48.3%에 달했으나 2012년 대선 때는 전체의 38.2%로 떨어졌다. 반면 5060세대는 2012년 대선 때 전체 유권자의 40%수준으로 늘었다.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인 정한울 박사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5060세대 유권자의 급증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5060세대의 파괴력을 정확히 예측했었다.

2017년 대선의 유권자 구조는 어떻게 될까. 통계청의 추정치를 보면 고령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대선 때 2030세대는 1,429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4.7%로 줄어든다. 반면 5060세대는 1,858만명으로 전체의 45.1%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나이가 들수록 대체로 보수화로 흐르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일반적 추세이다. 게다가 고령층의 투표율은 젊은층의 투표율보다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이같은 표밭 구조 속에서는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한울박사는 "2012년 대선 당시 40대였던 유권자들은 민주화운동 경험을 갖고 있어서 50대가 된다고 해도 자동적으로 보수화되지 않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2017년 대선 표심의 향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냉전 해체 등의 영향으로 갈수록 보수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른 변수가 많이 개입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회주의 정당의 퇴조는 고령화 현상과 무관치 않다. 미국에서도 고령화 현상으로 백인층에서 공화당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내부의 고령화를 이민 인구의 유입으로 상쇄하고 있다. 멕시코 등 남미 출신의 히스패닉 대부분이 민주당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히스패닉계의 71%가 오바마에게 투표하면서 승부를 갈랐다. 이같은 내부 유권자와 외부 유입 유권자의 상계 효과로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등록 유권자였던 흑인들을 새 유권자로 등록시키고, 유입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 개혁은 유권자 구성 '샅바싸움'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이후에도 ‘이민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로 유권자 구조를 둘러싼 샅바싸움과 관련돼 있다. 미국은 1986년 이민 개혁을 통해 300여만명의 이민자들을 사면하고 시민권을 부여한 적이 있다. 현재 미국 내 미등록(또는 불법) 이민자는 1,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민자들을 사면하고 시민권을 부여하려는 게 이민 개혁의 핵심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공화당이 제동을 거는 이유는 다음 선거의 표밭 구성과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새로운 유권자로 유입되는 이민자가 소수에 그쳤기 때문에 보수화 밀물을 막아내기 어려웠다. 한국도 큰 차이가 없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최근 175만명에 육박했지만 우리 국적을 갖고 유권자로 등록된 이민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은 적도 없다.

2017년 대선 승부는 고차 방정식으로 예측해야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유리하다. 하지만 선거 승부에 영향을 주는 환경 요인 중에는 권불십년론도 무시할 수 없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가까이 갈수록 보수 정권 10년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대선 승부를 예측하려면 선거의 시계추 현상 또는 패키지 현상 등 다른 환경적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 가령 2016년 총선에 승리한 정당이 2017년 대선에서도 이긴다면 패키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유권자의 견제 심리로 총선과 대선의 승리 정당이 달라진다면 시계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깊이 다루려고 한다.)

차기 대선 승부는 환경 요인만 감안한 1차 방정식으론 풀 수 없다. 환경 변수뿐 아니라 누가 후보냐 등 주체적 요소, 선거 캠패인 전략과 대응, 돌발 변수 등을 모두 고려하는 고차 방정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선 레이스는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을 보면서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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