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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2

가요ㆍ클래식 크로스오버 상승효과
(1편에서 이어짐) 록 음악에 클래식을 접목하는 크로스오버 작업을 가장 먼저 시도한 나라는 영국과 이태리,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이다. 이미 6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하나의 장르가 됐을 정도로 대유행했다. 그 중 당대 최고의 하드록 밴드 '딥퍼플'과 영국왕실 로열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1969년 로열 알버트 홀 협연은 지금도 전설적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당시 서구에서도 이같은 시도를 "록도 클래식도 아닌 잡종 음악"으로 평가절하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서야 '아트록' 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국내에서 대중가수가 본격적으로 장르 바꾸기를 시도한 것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는 트로트만 잘 부르는 가수가 절대 아니다. 그 어떤 장르의 노래일지라도 그녀는 타고난 음감으로 소화해내는 만능가수다. 그녀는 60∼70년대에 서양의 가곡을 대중가요로 시도한 독집을 2장이나 발표하며 자신의 가창력을 뽐냈었다. 김상희와 정미조도 70년대에 가곡집을 발표하며 가창력을 뽐냈던 여가수들이다.

디스코 음악이 위세를 떨쳤던 70년대 후반에도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만남이 화제가 되었다. 1976년 10월, 'Walter Murphy & The Big Apple Band'가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을 편곡한 'A Fifth Of Beethoven'을 발표해 빌보드 팝 차트 1위를 차지해 파문을 몰고 왔다. 2년 뒤 국내 록밴드 '사랑과 평화'가 '운명'을 크로스오버해 가요순위프로에서 3주간 연속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 경기여고 2학년생들은 급훈을 '사랑과 평화'로 정했을 정도. '사랑과 평화'의 1집은 총 9곡의 수록곡 중 4곡이 연주곡이다. 곡이 부족해서라 아니라 베토벤의 '운명',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같은 클래식을 록에 접목하는 실험적 음악욕구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저것들이 클래식도 제대로 모르면서 명곡을 망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감수해야 했다.

80년대에 들면서 반전이 계기가 마련됐다. 미국의 포크가수 존 덴버가 세계3대 테너가수인 플라시도 도밍고에게 듀엣을 제안해 감동을 안긴 노래 'Perhaps Love'는 대중가수와 성악가 사이에 견고하게 존재했던 벽을 허무는 크로스오버 열풍을 불러왔다.

시공은 다르지만 존 덴버와 도밍고와 똑같은 상황이 국내에서도 벌어졌다. 만약 존 덴버와 도밍고의 노래가 각광받지 못했다면 이동원, 박인수의 시 노래 '향수'는 탄생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해외의 성공적 선례는 1989년 국내 최초로 대중가수와 성악가의 환상적인 듀엣 곡 탄생에 일조했다. 하지만 박인수교수는 대중가수와의 노래작업으로 인해 성악계로부터 한동안 외면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문학과 노래,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로 탄생한 '향수'는 지금도 많은 대중이 애청하는 음악이고 대중가요의 수준을 높였을 뿐 아니라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한 선명한 사례로 남아 있다.

현재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접목하는 크로스오버 음악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는 '팝페라'다. 임태경은 팝의 클래식으로 통하는 명곡들을 재해석했다. 미국에서 공학 학사ㆍ석사 과정을 밟았지만 진로를 바꿔 대중가수가 된 임태경의 삶은 '크로스오버' 그 자체다. 임형주는 2005년 네티즌이 선정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30인' 예술ㆍ학술인 부문에서 조수미, 앙드레 김과 함께 선정됐다. 2007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조사한 '청소년이 존경하는 100인'에서도 조수미, 정명훈, 이문열 등과 함께 선정된 팝페라 가수다.

'카스트라토'에 근접하는 아름다운 음색을 구현하는 정세훈도 탁월한 팝페라 가수다. 초절정의 고역을 구사하는 가수 조관우도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접목시킨 준 팝페라 대중가수다. 오래 전부터 '크로스오버'에 관심이 지대했던 그는 8집 '임프레션'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을 팝페라 스타일로 만들었고 1996년 공연 때부터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줄곧 불러왔다. 또한 '늪' 등 대중가요를 5옥타브를 넘나드는 성악 분위기로 소화시켜 주목받았다.(3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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