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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이미지 갖춘 주자가 대통령 된다"

[여론조사 전문가 칼럼]
실제 선거에서 이성적 판단보다 감성적으로 선택하는 경우 많아
비전, 소탈함, 청렴성, 건강, 스토리텔링 등 5가지 이미지 중요
과거 미국 대선에서도 케네디가 젊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당선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천차만별의 답이 나오겠지만 상당수는 미국 대통령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세계 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국가 경쟁력은 막강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하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미국 국민들의 대통령 선택은 이성적인 방법으로 이뤄질까.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을 꼽으라면 에이브러햄 링컨을 선택하는 숫자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대통령, 다시 만나고 싶은 대통령을 묻는다면 답은 달라질 것이다. 역사적 평가가 아닌 감성적 이미지만 놓고 보면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은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그리워한다. 신문기자 출신의 고작 초선 상원의원에 불과했던 케네디가 노회한 정치 거물 리처드 닉슨을 어떻게 이겼을까. 대선 토론 방송을 라디오로 청취한 유권자들은 대체로 닉슨의 우위를 점쳤다고 한다. 하지만 갓 보급된 TV브라운관에 등장한 케네디의 미소에 토론 내용과 대선 공약은 온데 간 데 없었다.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진 최연소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선거 후 유권자 조사에서 "선택할 때 이미지가 결정적"

우리는 5년마다 마주치는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까. 가장 이성적인 방법은 후보자의 정책 공약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국가와 사회에 더 크게 이바지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십중팔구 구두선에 그친다. 선거가 끝난 뒤 누구에게 왜 투표했는지를 물어보면 후보자의 이미지가 결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그림1). 물론 대선 공약, 소속 정당, 출신 지역 등 선택하는 기준과 방법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게끔 만드는 후보 이미지의 치명적인 유혹을 비켜가기 힘들다. 투표 전에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곧잘 응답한다. 하지만 선거 직후 솔직한 대답을 들어보면 절반 가까이는 이미지에 의존했다고 고백한다.

물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책이나 공약을 제대로 알았을 리 만무하다. 대통령 선거는 과거의 업적 평가에 의한 회고적(retrospective) 투표보다는 대통령이 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적(prospective) 투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대학교 실험에서 여러 장의 인물 사진을 실험 대상자에게 주고 관찰하게 했다. 그리고 얼굴만 보고 선거에서 당선됐을 것 같은 사람의 얼굴을 가려내게 했는데 놀랄 정도로 적중률이 높았다고 한다. 일면식조차 없었겠지만 인물 사진에는 뭔가 모를 ‘당선 이미지 코드’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반드시 잘 생긴 또는 예쁜 인물만 당선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은 어떤 ‘당선 이미지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학창 시절 백악관을 방문한 반기문 학생(현 UN사무총장)의 마음을 빼앗은 케네디의 매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대통령, 5가지 공통 이미지

직선제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당선자에게서 다섯 가지의 공통적인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비전 제시(추진력), 소탈함(대중 소통), 청렴성(도덕성), 건강, 스토리텔링으로 정리된다. 어떤 당선자에게선 크게 나타나거나 잘 부각되지 않는 이미지가 있을 뿐 대체로 큰 차이가 없다. 2010년 중앙일보 조사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능력과는 상관없이 대통령 당선자가 가지고 있어야할 자질(이미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그림2).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비전 제시

우선 당선자들은 우리 사회를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비전 제시 이미지를 강하게 내뿜는다. 추진력이 있어 보이고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잘했느냐 하는 것과는 무관한 부분이다. 후보 시절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전의 군사정권과는 다른 지도자가 될 것으로 비쳐졌다(선거 때의 슬로건이 ‘보통 사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군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이게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수평적으로 교체되는 세상을 예견케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이 대통령이 되는 세계처럼 느끼게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샐러리맨의 신화’가 가능한 사회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지도자가 바꿀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반면에 대선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비전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이회창, 정동영, 문재인 후보 등).

재력이 많고 적음 떠나 소탈한 '막걸리' 이미지

다음으로 나타난 공통점은 소탈함(대중소통)이다. 즉 재래시장 이미지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막걸리’로 상징되는 소탈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 시절 ‘멸치’와 ‘칼국수’로 상징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돼지국밥’으로 서민 대통령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의 CEO출신이지만 찢어지는 가난을 극복한 일화로 유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면 탐낼 만한 명품을 피하고 소박한 제품들을 선호하면서 서민 이미지를 쌓았다. 이런 점에서 자수성가(自手成家) 방법이 아닌 ‘부자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긴 쉽지 않다. 선거에서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백팩을 메고 다닌다든지 서민적 성격이 강한 자전거를 탄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서민적 이미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실상과는 달리 미국의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서민적 풍모를 느끼게 했다(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적인 매력을 전략적으로 발산). 반대로 앨 고어와 미트 롬니 등의 낙선 후보들은 귀족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링컨이 수염을 기른 것이나 낙선 후 고어 전 부통령이 수염을 기른 것도 서민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2002년 대선에서 득표와는 무관하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꽤 끌었다. 대선 토론에서 유난히 서민적 이미지가 부각되었던 덕택이다.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 독일 메르켈 총리의 당선 뒤에도 서민적인 후보자 이미지가 강력하게 작동된 것을 볼 수 있다.

청렴성과 도덕성은 기본 중의 기본 자질

다음은 청렴성(도덕성)이다. 대선 후보가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인 이미지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끝까지 쟁점이 된 것은 이명박 당시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의혹이었다. 만약 당시 이명박 후보가 청렴성에 결정적 흠결이 있는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되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이 되고난 후 친인척과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 사고가 많았지만 후보 시절 만큼은 청렴성이 치명적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되고난 후 무료 변론, 생활고 타계를 위한 동료 정치인들과의 음식점 공동 운영 등으로 청렴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차별성과 측근에 대한 엄격함으로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이미지를 쌓았다.

국정운영 위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믿음 줘야

건강 이미지도 빼놓을 수 없다. 역대 당선자들을 보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이미지를 과시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무탈함을 강조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될 때 꽤 많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S는 야당 시절부터 조깅, 등산 등을 통해 강한 체력을 과시했다. DJ는 군사정권의 고초를 겪어 몸이 불편했지만 신체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후보 시절 일산 자택에서 한 개그 프로그램에 노출되었을 때도 ‘뒤로 걷기’를 하는 식으로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적극 알렸다. 노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가 건강함을 암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테니스로, 박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 시절 철야 강행군을 할 때의 끄떡없는 강철 체력으로 주변을 안심시켰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여름·겨울 가리지 않고 훌러덩 노출을 감행하는 것도 건강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후보자의 건강이 때로는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된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H 부시(조지 W 부시의 아버지)가 일본 순방 중 쓰러진 것이 유권자들에게 건강한 다른 대통령감을 찾게 되는 빌미가 되었다. 적어도 건강한 외모이거나 대체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라야 다음 대선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흥미와 감동 주는 사연,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마지막으로 당선자에게 발견할 수 있는 이미지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고 감동을 주는 사연을 갖고 있어야 한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민주화운동의 여정 자체가 스토리텔링이다. 실제로 많은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에서 다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그의 생을 다룬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흥행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있다. 일찌감치 드라마 주인공으로 다루어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와 함께 삶 자체가 드라마 수준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인데다 질곡이 많았던 가족사까지 더해졌고 대통령 당선 직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색 인종이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궁금할 것이 없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면서 당선되었다. 중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국가는 아니지만 인생의 궤적이 평범하지 않은 시진핑 주석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국민여가수와 결혼한 그의 개인사도 대중적 인기에 한몫했다. 후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생의 굴곡이 많으면 많을수록 후보를 당선시키는 강한 스토리텔링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역대 당선자를 통해 투영해볼 때 건강한 모습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과거를 지니고 있으면서 청렴한 생활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상의 비전에 대해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물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서로 차이는 있지만 5가지의 공통적 이미지를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되고난 후 국민들이 내리는 평가는 그들의 후보 시절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그림3). 이미지는 이미지일뿐 실체는 아닌 것이다. 이미지에 의존한 선거를 펼치고 투표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냉정한 정책 평가나 대결이 아닌 마타도어를 통해 상대방 이미지에 상처를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적 투표보다는 감성적 투표를 하기 쉬운 국민들에겐 후보의 이미지가 치명적인 기준일 수 있다. 지금 거론되는 차기 대권 후보들의 이미지를 그려본다면 누가 과연 5가지의 결정적인 당선 이미지 코드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까. 혹자는 아직 대통령 선거가 많이 남았는데 차기 대선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한다. 하지만 이미지가 아니라 후보자의 능력을 꼼꼼히 검증하기 위해선 결코 이른 시간이 아니다. 끊임없이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미생(未生)의 고달픈 삶은 이미지 좋은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지도자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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