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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 박수 받기 위한 대통령의 인사 비결 5가지

[여론조사전문가 칼럼]
국내·외 정치지도자, 인사권으로 국민통합 지향
박 대통령 '부정 평가'의 최대 요인은 인사 문제
청와대 조직 혁신, 책임총리 구현, 지역 통합 인사 등이 해법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미국 정치에서 유색 인종 대통령의 탄생은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가장 뿌리 깊은 갈등 원인은 인종이다. 갈등이 최소화될 경우 국가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여러차례 자신은 특정 인종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임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미국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될 것을 주문했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재선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인사권 행사로 '국민통합' 지향

그래서 미국 국민들의 선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08년 대통령 당선직후 부시 정부의 국방장관을 그대로 유임시킨다. 부시 정권의 성격이 매우 보수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핵심 요직인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재선 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공화당 출신의 척 헤이글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고 ‘백인 중의 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 케리를 국무장관에 임명한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 교체 결정이 이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나 된 미국을 건설하는 일이라면 특정 인종과 지역을 고집하지 않았다. 바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부정 평가'의 최대 원인은 인사 문제

한국은 대통령제 하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맞이했다. 양성 평등과 정치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은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통합과 소통의 상징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가장 최근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부정 평가는 과반에 육박하고 긍정 평가는 최저치를 향해 가고 있다(그림1).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의 인사 문제’라고 한다면 대경 실색할 노릇이다.

남성 위주의 국가 지도 체제에서 우리는 숱한 인사 문제 난맥상을 경험했다. 대부분의 원인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 때문이었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민심으로부터 이반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곤 했다. 지난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박근혜 당선자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국민통합과 경제민주화였다. 하지만 임기 만 2년이 다 돼가는 현재 경제민주화 관련 성과는 희박하고 인사문제로 국민통합은 기대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임기 중 가장 중요한 3년 차가 오기도 전에 일종의 레임덕(lame duck: 권력 누수) 현상과 유사한 풍경으로 비친다.

대통령의 가장 큰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인사 문제 해결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대통령이 기립박수 받을 수 있는 인사 정책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이 해법을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처럼 실천이다.

인사 성공 비결은 5가지… 청와대 참모진 전면 혁신

기회를 되살려 국민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인사 성공 비결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실무형으로 청와대 조직 혁신, 책임총리제 실질적 구현 및 장관에게 권한 위임, 지역·이념 통합형 인사, 신진 세대 적극 발탁, 인사 추천·검증 및 청문 제도 전면 쇄신 등이다.

우선 청와대 조직 전면 혁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 지정학적 국가안보의 민감성을 따질 때 청와대 비서실은 철저하게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 최고지도자의 집무 조직을 실무형 인사로 구성한다. 정치적인 보좌는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보여할 때로 국한된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인 램 임마뉴엘 전 비서실장은 국정수행이 안정화되자 미련 없이 백악관을 떠났다. 범죄 혐의가 있어서도 아니고 정치적인 공세에 시달려서도 아니다. 실세로서 보여야 할 모범적인 정치적 행보를 선보인 것이다.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이 청와대에 포진할 경우 민감한 여론의 의혹을 비켜가기 어렵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옷로비 사건 의혹 역시 사안의 성격에 비해 대통령의 피해는 매우 컸다. 대통령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었지만 청와대 비선 조직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5% 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그림2). IMF극복 효과로 거침 없었던 지지율 하이킥이 한풀 꺽이는 상황이 되었고 야당의 대여 공세는 거세졌다(실제 조사 결과 의혹은 청와대 비선조직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남). 특히 정권의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며 향후 닥쳐올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는 청와대 비선 조직과 상관 없었지만 국민 여론은 신빙성 있게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다는 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검찰의 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청와대 조직의 권력 독점 성격이 강한 것으로 인식했다(대통령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보았고 지지율이 내려감). 이런 여론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인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거나 실무형 조직으로 쇄신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책임총리제 구현, 장관에게 부처 인사권 위임

다음으로 실질적인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고 정책 실무자인 장관에게 권한을 상당 부분 위임해야 한다. 국민들은 사회의 갖가지 현안에서 총리 및 장관의 적극적 행보를 볼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여론조사 결과 책임총리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과거 권위주의형 대통령제하에서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총리라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민심은 존재감이 없는 총리 모습에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소홀하기 쉬운 일, 즉 국민들과의 소통 또는 정책 수혜의 사각 지대를 살펴주는 역할 등을 총리가 해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쉴 새 없이 교체설에 시달리는 총리에게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개헌을 통해 제도적 보완을 하기 전에라도 운영의 묘를 살려 대통령과 임기를 거의 함께하는 안정적이고 헌신적인 총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각 부처의 세부적인 업무들, 국민들의 민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들은 책임총리의 그물망을 통해 걸러지고 다뤄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 요구의 핵심은 비서실장과 청와대 조직이겠지만 국민들과 더 많이 접촉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책임총리의 출현은 시급하다. 하물며 능력 있는 장관의 출현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지역·이념 통합형 인사… 총리는 비(非)영남 출신으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 및 이념 통합형 인사다. 역대 대통령 모두 지역 편향적, 이념 편향적 인사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정 학교와 지역 출신 인사가 넘쳐나기도 했고 특정한 이념단체 출신이 정권 요직에 득세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이념적 대결이 지금만큼 극명하게 드러난 적도 드물다. 대통령 지지율의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차이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적은 편이다. 그만큼 이념 성향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성이다. 이념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전문성과 경륜이 확보된 인물은 얼마든지 중용할 수 있다.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정권 때를 반추해 보면 다소 진보적이거나 다소 보수적인 인사를 기용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합정권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보수 성향의 박태준을 총리로 임명하고 보수 성향의 김중권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지 않았는가. 지역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TK(대구·경북)정권의 속성상 호남 지역을 포함한 타 지역의 소외감이 더 클 수 있다. 정권 출범 직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통합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나 부총리 등의 자리는 국민통합을 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국무총리를 역임한 인사 중에 영남 출신은 아예 없었다. TK세력 주도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임기 7년 동안에도 영남 출신 총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영남 출신 중에 유능한 인물이 없어서 그랬을까. 우연히 그랬을까. 대통령은 인사에서 무엇보다 국민통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통합을 100번 외치는 것보다 한 번의 인사가 더욱 설득력 있는 이유다.

신진 세대 적극 발굴해야

다음은 신진세대 발굴이다. 젊은 세대를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하는 것이 대통령이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는 신의 한 수이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역대 다른 정부보다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이 빨리 찾아 왔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념적 속성이 있겠지만 그만큼 젊은 세대와의 접점이 차단된 때문이다. 대통령 소속 청년위원회나 전문보좌관 기능은 있지만 정작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인사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선숙 대변인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공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든 인사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실무 부처에는 최고의 전문가를 발탁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 상당수는 정권이 막을 내리자 각자의 연구 기반이 있는 학교나 연구소로 돌아갔다. 역대 정권이 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요직이랄 수 있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새로운 인물 그리고 젊은 인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선보였다. 인물의 능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70대가 넘는 ‘Old Boy’가 넘쳐나는 반면 우리 사회를 더 능동적으로 견인해 가야 할 참신한 30대와 40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국가를 위해 다양한 신진 세대를 발탁해 달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가 대통령에게 그리고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에게 불경(不敬)하는 것일까.



인사 추천·청문 제도 혁신

마지막 인사 성공 비결은 인사 추천·검증과 청문 제도의 혁신이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비판 받는 작금의 청와대 비선 실세 문건 파동은 근본적으론 인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국민들은 대통령직인수위부터 박 대통령이 노출한 인사 난맥상에 대해 줄곧 우려해 왔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해 권력 독점성, 불투명성, 조직 내 정보 비대칭성을 염려했고 지적해왔다. 그동안 숱한 현 정부 인사에 대한 국민 호응도가 낮았던 것은 국민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는 성공하는 인사 코드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7월 5일 실시한 조사(전국 800명 유무선 RDD 전화 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5%포인트)에서 국민들은 정부 인사 논란의 본질적 문제로 후보자 검증 시스템의 문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판단 문제, 후보자 선택 기준의 문제, 제한된 인력풀의 문제로 보고 있었다.(그림3)

어떤 사람들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어떤 대통령도 민심과 이반된 인사를 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유방이 천하호걸로 일어서는 데는 같이 동고동락했던 번쾌, 주발, 하후영 같은 충신 그룹의 힘이 컸다. 하지만 한신, 장자방, 진평 같은 지역과 이념을 초월한 인사를 등용하지 않았다면 항우를 이기지도 한나라를 세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인사에는 백성들이 원하는 정치로 유방을 인도한 명재상 소하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시절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 경제 대통령’이다. 여기서 준비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 다른 역대 대통령의 장점만 뽑아서 읽을 수 있는 ‘준비’로 해석하고 싶다. 경제 대통령은 훗날 국민들이 보다 더 객관적인 위치에서 평가해 줄 것이다. 하지만 준비된 대통령 모습은 지금 당장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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