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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통일헌법 제정은 통일 이전, 이후 중 언제 해야 하나?"

[창간 기획-통일시대 준비하자 ⑫]
통일헌법 제정은 통일 전이나 통일 후에 모두 가능
기본원칙은 통일헌장에...남북기본합의서를 반영해야
우선 통일헌장 작성 주력...통일헌법안 공개는 미뤄야
  •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치분과위원회는 내년에 통일헌장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통일헌법에 관한 연구도 같이 하겠다고 했다. 통일헌장은 통일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대장전이자 최고 지침이다. 통일준비위는 통일헌장은 '공영통일, 평화통일, 열린통일'을 기조로 하며 '민족과 이웃이 행복한 선진민주국가, 21세기 신문명국가 건설'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 민간부위원장은 통일헌장은 노태우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단계적 통일 방안으로서 중간 단계로 남북연합제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남북대화로 민족공동체 헌장을 제정하고 이 헌장에 따라 국가기구를 구성하며 남북연합의 남북평의회에서 헌법안을 제정하고 통일헌법에 따라 단일 국가인 통일민주국을 구성하자는 안이다.

이는 김영삼정부와 김대중정부에서도 계속 유지되어 온 우리나라의 공식 통일 방안이다. 이 안에 대하여 북한은 처음에는 두 개의 한국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여 반대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15일의 소위 6ㆍ15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남한의 남북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비슷한 것이라 하여 이 방법에 의한 통일에 합의했었다. 북한에서도 6ㆍ15공동선언은 하나의 통일헌장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날까지 연방제에 의한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남북이 상호토론으로 통일헌장 작성에 합의해야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확실히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통일 논의도 표류하고 있다. 이번 통일헌장 제정으로 민족공동체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게 되면 남북 간 합의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통일준비위원회가 통일헌장을 제정하려는데 반발하여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우리의 남북연합 골격이 비슷하다면 상호 토론으로 '남북통일헌장' 작성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은 남한의 통일위원회가 통일헌장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미 통일헌장은 존재하고 있다고 하면서 7ㆍ4남북공동성명, 6ㆍ15공동선언, 10ㆍ4공동선언이 합의된 통일헌장이라고 주장한다. 남한의 일부 인사도 이에 동조하는 논설을 발표하고 있다. 북은 남북한이 공동 서명하고 쌍방 국가원수의 비준이 끝난 남북기본합의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통일헌장에 반영해야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이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해 공동 합의한 기본 문서로 1992년에 발효됐다. 남북기본합의서가 모방한 독일의 동서독기본조약 때문에 상호 왕래가 가능했고, 신문의 구독과 TV 시청이 가능해져서 동독인들이 서독의 자유를 동경하게 되었다. 노동자들이 자유를 위하여 많이 탈출하여 동독이 경제적 위기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동독 정부가 손을 들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 준수를 북에 강력히 요구하여야 하며 통일헌장에도 이를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 방안에서는 남북연합의 대의기구인 남북평의회에서 통일헌법을 제정하여 국민투표에서 확정하고 이 통일헌법에 따라 양원제 국회를 구성하고 정부를 수립하여 단일국가인 통일민주공화국을 건설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통일헌법의 제정은 통일의 완성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하다.

통일헌법 제정 방식으로 통일을 이룬 것이 남북예멘통일공화국이었다. 남북예멘은 1972년부터 남북정상회의를 거듭하여 통일헌법 제정에 의한 통일 방안에 합의하였다. 1981년 말에 남북예멘헌법위원회가 발족하였고 오랫동안 논의 끝에 통일헌법 초안을 작성하였다. 1989년 11월에 양 정상이 통일헌법 초안에 서명하였다. 1990년 5월 21일부터 남북예멘의 입법기관이 합동회의를 열어 통일헌법을 확정하였다.

남북예멘이 20년 간에 걸친 장기 협상회의를 거쳐 통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양 정상이 자주 회의를 열어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72년부터 수십 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통일에 합의할 수 없었던 것은 통일헌장 제정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ㆍ4남북공동성명 이후 통일헌장안만이라도 합의하도록 노력했다면 40여년 간의 남북회담에서 통일헌법이 제정되어 통일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통일헌법은 통일 전이나 후에 제정… 기본 원칙은 통일헌장에

통일헌법은 사실상의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진 뒤에 제정되는 경우도 있다. 동서독은 1972년 동서독기본조약 체결 후 20년도 되지 않는 동안에 수많은 정상회담을 통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하여 동독인의 평화혁명을 가능하게 했고 시민들의 시위에 따라 통일할 수 있었다. 1989년 당시에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과도기적인 국가연합을 형성한 뒤 통일하자고 제의하였으나 동독인들이 즉시 통합을 요구하여 동독헌법을 폐지하고 서독헌법을 개정하여 1990년에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것은 통일헌법의 제정 전에 기존 헌법의 개정에 의한 통일 방식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통일헌법은 합의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제정할 수도 있고, 통일 후에 새 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제정할 수도 있겠으나 그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우선 통일헌장을 작성하여 통일 비전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다. 통일헌법안 합의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그 기본 원리만이라도 통일헌장에 담아 국내외에 공개하여 북한과의 합의를 위한 토대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주변 국가에게도 이를 설명하고 양해를 얻어 통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외교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통일헌장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원칙 담아야

통일헌장 제정과 관련해서도 제정 주체, 제정 방법, 내용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제정 주체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려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자문기관이기 때문에 이 안을 만들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하여 공청회를 열고, 최종적으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통일헌장의 정당성ㆍ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반영하되 통일준비위원회와 국회는 국론 분열을 막고 국론이 합일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ㆍ홍보할 필요가 있다.

통일헌장의 내용으로는 통일헌법의 기본 원리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국가와 공산국가로 분단된 뒤 통일을 이룬 예멘이나 독일이 모두가 공산주의 이념을 배척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헌법 제도를 채택한 것을 보더라도 통일헌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칙을 도입해야 하겠다. 통일국가의 목적이 단순한 민족적ㆍ영토적 통합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추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있기 때문에 자유, 평등, 복지, 평화, 공영의 이념 실현을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통일헌장 작성 주력… 통일헌법안 공개는 미뤄야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헌장 제정과 함께 통일헌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 합의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 위하여 사전에 통일헌법안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상으로서의 선언서가 아닌 남북통일의 현실적 기틀을 잡기 위한 것이라면 남북한의 합의 도출이 가능한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통일헌법안의 공포가 흡수통일 방안이라 하여 북한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우선은 통일헌장의 작성에 주력하고 통일헌법안을 공개하는 것은 후일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통일부에서 통일헌법안을 작성한 적이 있었으나 공개하지 않은 것도 남북 대결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간에 의한 통일헌법의 연구는 통일 작업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에서는 민간인에 의한 통일헌법 연구를 장려ㆍ지원해야 한다. 또 민간이 만든 통일헌법안은 국민 합의 도출에 도움이 되도록 공개해야 할 것이다. 통일한국 청사진을 세계에 공포하면 한국의 통일정책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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