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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한울 " '소통 대통령' 되려면 국민 어려움에 공감 표명하고 민생 안정시켜야"

박근혜정부 3년차 국정기조의 양축은 경제 살리기와 국정 소통 강화
매스미디어 통한 소통이 기본… 일관된 메시지 보내는 게 가장 중요
소통 인프라가 취약해 어려움… 소통 위한 대통령·정부의 의지 필요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칼럼] 3월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을 계기로 3년 차 박근혜정부의 국정 기조가 경제 활성화와 국정 소통 강화라는 양대 과제로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서 큰 시각차를 보여주었지만,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국정 현안을 놓고 소통하고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었다. 경제 살리기는 박근혜정부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국정 최우선 과제였다. 국정 소통에 대해서는 대통령 임기 초부터 부정적 평가가 많아, 소통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즉 3년 차 국정 기조는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며 국정운영의 주도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3년 차 국정 기조는 경제와 소통, 강점 살리고 약점 보완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한국리서치가 매월 조사한 대통령 리더십 평가 결과를 살펴보자. 대통령의 민생 안정 노력은 꾸준하게 과반 이상의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이슈이다. 2015년 1월에는 청와대 문서 유출 파동 이후 정권 내부의 균열이 노출되고, 담배값 인상과 연말정산 논란 등으로 체감경제를 악화시키는 악재가 등장하면서 긍정 평가가 43.7%로 떨어졌지만, 다시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를 걸면서 2월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과반을 넘었다. 반면 대통령의 국정 소통 노력에 대해서는 2014년 초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는 시기에도 과반을 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 하락세를 보여주었다. 2015년 2월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28.0%까지 떨어졌다. 대통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결과였다.

대통령 비판의 단골메뉴는 "불통 대통령"

  • [그림1] 출처 : 한국리서치 정기조사(2014.1~2015.2)
국정 소통을 강화하여 리더십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3년 차 국정 기조는 국민 여론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정 소통을 강조하고 노력하면 갑자기 국정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3김 시대' 정치 이후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불통 정부'의 멍에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온라인 소통 공간을 활발하게 활용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퇴임 후 탈권위적 서민 행보로 대표되는 소통 잘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얻었지만, 임기 중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불통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는 정기적으로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내보내는가 하면, 모든 정부 부처가 각종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매체 홍보' '양방향 소통' 등이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불통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김 정치 이전까지는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핵심 소재가 부패와 지역주의였다면, 그 이후에는 '불통'에 대한 공격이 가장 손쉽게 공감을 확보하는 정부 공격의 단골메뉴로 자리잡았다. 왜 그럴까? 국정 소통의 중요성과 SNS 등 소통 매체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도록 비판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생산적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소통의 대안이라고 제기되는 내용들을 보면 앙상하다. “대화 통로를 많이 만들고, 자주 만나라” “쌍방향-온라인 홍보가 중요하니 이를 강화하라" 등 동어반복 수준의 정책 대안 제시에 그치고 있다. 이런 문제 의식 수준이라면 어느 대통령, 어느 정부라도 불통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기본… 일관된 메시지

국정 소통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국정 소통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소통은 특정의 행위자가 특정의 소통 대상에게 자신의 의도를 이해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민주화의 진전 과정에서 수직적 일방향 소통에서 수평적 양방향 소통이, 정보화의 진전 과정에서 오프라인 소통보다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소통이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소통은 일 대 일 소통이 아닌 대통령과 다수 행위자(정부, 여당, 야당, 일반 국민)와의 일(1) 대 다(多) 다중 소통이라는 점에서 다수의 대상들과 실시간으로 양방향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소통이 기본이 된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일관성이다. SNS 등 매체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는 것은 SNS를 활용해 소통해야 한다는 교훈보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해진 매체를 관통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이를 실현하는 기본적인 국정방향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해야 국민들도 정부의 의도와 진정성을 알게 된다. 경제 살리기를 하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념적 논쟁거리를 주도한다면 아무리 SNS 쌍방향 소통 노력을 강화해도 국민들의 평가는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소통의 핵심은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경제가 소통이다

  • [그림2] 출처 : 동아시아연구원 한국리서치(2013. 12 국정소통인식조사)
대통령이 상대해야 하는 행위자가 다수라는 점뿐 아니라 이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도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관심은 온통 국정에 집중되어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일상의 직장 생활과 가정·사회 활동이 우선인 사람들이 다수다. 쌍방향 소통의 의미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두드리며 실제 야당이나 국민들과 직접 소통의 빈도를 늘리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정 소통에서 쌍방향성을 강화하는 방법은 실제 소통하는 시간과 빈도를 늘리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들이 대통령의 입으로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17일 3자 회동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경제 위기론'에 대해 청와대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마치 노무현정부 때 '경제 위기론'을 내세운 한나라당에 대해 양호한 거시지표를 근거로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로 책임을 돌렸던 것이 편만 바꿔 재현되는 양상이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지표나 책임 공방보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체감도과 현실 인식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 표명이 우선이다. 여야 간 메시지 경쟁은 다음 문제이다. 나머지는 말이 아닌 실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체감경제의 회복이야 말로 최고의 소통이다. 경제 활성화와 국정 소통은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다. 국정 소통의 목적이 민생의 안정이며, 민생이 안정되면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

소통의 인프라가 중요… 사회안전망, 정치사회적 신뢰, 참여의 제도화

국정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정소통을 강화하려면 다양한 형식의 소통 통로를 만들고, 실질적인 소통 행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이명박정부 시기에 진행했던 소통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과 정부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통 행위를 강화하면 분명히 국민 여론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불통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수준으로까지 여론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국정 소통에 대한 평가가 그 사회의 소통의 수준을 좌우하는 제도적 인프라 수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소통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역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대학의 대니 로드릭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갈등을 관리하는 제도와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갈등 관리의 제도적 인프라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복지 제도, 정치사회적 신뢰 기반, 국민 참여 제도, 법치주의 작동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한 한국의 소통 인프라… 소통 위한 대통령의 각별한 각오 필요



한국은 어떠한가? 복지 제도는 충분하다는 정부의 인식과 달리 다수 국민들이 사회안전망 확대를 바라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말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2013년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소통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을 듣거나 자신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무려 7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누가 정치를 해도 국민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질문에도 68%가 동의했다. 한국에서 법을 잘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는 사회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62%가 긍정했다(그림2). 이러한 사회적·제도적 환경 하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즉 소통의 여건 자체가 취약한 상태에서는 행태상의 소통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년 차 국정 과제로 국정 소통 강화를 내건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정 소통 빈도와 통로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가 소통이며, 사회의 질적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국정 소통도 없다. 즉 소통 잘하는 대통령은 사회를 질적으로 바꿔 국민의 삶이 개선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통령이다. 국정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면 그에 걸맞는 대통령과 정부의 각별한 각오와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가 3년 차 국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프로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박사(고려대)-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여론분석센터 수석연구원(현), 주한미군사령관 민간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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