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 곡도 없었고 제작비도 줄어이전에 경험 못한 현악 편곡…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 연출'추억의 힘' 꼭 불러보고 싶었죠

서울 홍대 서교동 거리에서(오른쪽 사진).
중견 뮤지션 손병휘가 음악인생 최대 사고를 쳤다. 프로젝트 음반도 아닌 6집 '꺾이지 않기 위하여', 7집 '추억은 힘'까지 2장의 정규앨범을 동시에 발표한 것. 내 기억의 병풍을 한껏 펼쳐 봐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 디지털 시대에 그는 도대체 왜 이런 사고를 쳤을까? 손병휘 노래의 힘은 호소력 짙은 미성에 깃든 순정에 있다. 섬세하고 여린 서정성을 잃지 않은 그지만 '민중가수', '거리의 가수'로만 치부된다.

투사면서 한량인 손병휘의 노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결핍과 희망의 정서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공존한다. 그의 노래는 방송이나 공연장보다 상처 입은 자들이 모인 투쟁의 거리에서 더 많이 들려온다. 20년 넘게 정당한 출연료조차 기대할 수 없는 척박한 음악환경에서 묵묵하게 노래해 온 그다. "창작 작업을 통한 자기만족이 없다면 참 힘들었을 긴 시간들입니다. 집회에서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실은 제 노래는 실내에서 조근조근 분위기 있게 속삭이는 게 더 어울리는 음악이죠. 그런 곡을 만들고, 부르고 싶은 갈증 때문에 그 오랜 시간동안 창작하고 음반을 내왔습니다."(손병훠)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3년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 청춘'에서 노래를 시작해 1999년 솔로 독립이후 정규 7집까지 발표한 23년 차 중견가수가 되었다.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도 올랐을 정도로 음악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앨범을 낼 때마다 가진 돈을 몽땅 털어야 했다. 이제 그만 좌절할 만도 한데 또 새로운 음반을 내놓았다. 아직 노래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고 무엇보다 음악과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처음 음악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정규 5집까지는 낼 수 있을까 생각했단다. 실제로 2007년 4집 이후 2012년 5집을 내기까지에는 5년의 인터벌이 있었다. "솔직히 데뷔 20년이 되었을 때, 음반제작비 문제로 음악을 계속할 동력이 떨어졌었습니다."(손병휘) 5집 발표 이후 세상의 혼탁한 공기와 그의 몸속에서 몸부림쳤던 마지막 로맨스는 쉴 틈 없이 100개 넘는 신곡을 쏟아냈다. 그 신곡들을 담은 이번 앨범들은 기대이상이다.

6집과 7집 두 음반은 이전에 발표했던 음반들과 정서적으로는 같지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관악기와 현악 편곡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세련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사실 제 음악인생의 최대 후원자인 아내가 5집에 대해 음악이 너무 정체된 것이 아니냐는 혹평을 했었습니다."(손병휘) 아내의 혹평으로 인해 자신의 음악적 발상에 한계를 절감했다. 그동안 프로듀싱작업을 스스로 처리했던 그가 이번에 처음으로 연주능력을 겸비한 편곡자인 키보디스트 정은주에게 앨범 프로듀싱을 맡긴 이유다.

손병휘 6집 꺾이지 않기 위하여(왼쪽 위). 7집 추억은 힘(왼쪽 아래).
"창작자에게 자기부정은 기본적인 소양이죠. 음악적 정체는 쥐약이란 생각에 위기감을 느껴 다른 편곡자에게 제 음반 편곡을 맡겨보았는데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습니다. 현악기 사용으로 고급스럽고 자연스런 분위기를 선보인 이번 앨범들은 음들이 튀지 않고 적당해 창법도 가능한 지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손병휘)

처음부터 2장의 정규앨범 발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은 아니다. "은주씨에게 25곡을 넘기면서 15곡을 추려 6집을 낼 생각이었죠. 헌데 뺄 곡이 없이 다 좋으니 한꺼번에 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손병휘) 처음 계획은 올해 6집을 내고 내년에 7집을 낼 생각이었지만 1년 뒤에 다시 녹음을 하려니 제작비 걱정이 들었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25곡 중 21곡을 한꺼번에 녹음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그만 일이 커져버렸던 것.

두 개의 음반에 담긴 정서는 전혀 다른 질감이다. 서정과 서사가 공존하는 손병휘 음악의 특성 그대로이기에 놀랄 것은 없다. 6집은 이제까지 그가 걸어왔던 음악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그렇다 치자. 사랑노래로 가득한 7집은 이제껏 그가 걸어왔던 음악여정과는 사뭇 다른 사랑타령이기에 뭔가 작심하고 발표한 기운이 강력하다. "7집 '추억의 힘'은 제 마음속에서 로맨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꼭 한 번 부르고 싶었던 노래들입니다."(손병휘) <파트2로 계속>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