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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리포트] 최용식 "한국 경제 진짜로 살려낼 비법은… 재정 지출·공공 부문 억제"

7년째 3% 갓 넘는 경제 성장률… 장기 경기 부진의 늪에 빠져
재정 팽창, 금리 인하, 고환율 정책 등이 경제 살린 사례 없어
'아베노믹스' 흉내 내도 어려워..재정 지출과 공공 부문 줄여야
  •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
[데일리한국=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 칼럼] 우리 경제는 벌써 7년째 연평균 3%를 갓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기 경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정부는 경제학계에 알려진 정책 수단을 거의 모두 동원해 경기를 부양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재정도 팽창해봤고, 금리도 인하해봤으며, 고환율 정책도 펼쳐봤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사실 이런 정책들로 경제를 살려낸 사례는 세계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정책들은 물가 불안과 경기 부진의 악순환을 불렀던 것이 세계사적인 경험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은 이미 실패를 예정해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재정 팽창, 금리 인하, 고환율 정책..모두 실패

이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흉내내려고 한다. 고환율과 통화 완화 등의 정책이 일본 경제를 살려냈다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아베 신조가 두 번째로 일본 총리에 오른 2013년 이후의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2012년 1.7%였던 성장률이 2013년에는 1.6%로 떨어졌고, 2014년에는 -0.1%로 추락했다. 물론 올해 1/4분기는 2.4%를 기록하여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률을 보였지만, 이것은 지난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따른 기저 효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아베노믹스는 정치적으로는 성공했는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흉내 내겠다고 하니, 이것 역시 실패할 것이 빤하다.

경제를 살려낼 방법이 전혀 없을까? 세계경제사 아니, 국내 경제사만 살펴도 경제를 살려낼 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 대표적 사례는 1982년 이후부터 1980년대 중후반까지의 경제 정책과 외환 위기 직후의 경제 정책을 들 수 있다. 두 시기 모두 경제 여건은 지금보다 훨씬 나빴다. 1980년대는 중남미 국가들이 거의 파멸적인 외환 위기를 겪었다. 미국도 1980년대 초반에는 시티은행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을 정도로 심각한 금융 위기에 노출되어 경제난을 겪었으며,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서 경기 부진이 심각했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1983년부터 1989년까지는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8년 이후의 세계 경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외환 위기는 일본 경제에 직격탄을 날려 경기를 추락시켰고, 러시아는 일시적인 디폴트 상태에 빠져 다른 어느 나라보다 경제난이 심각했다. 미국에서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두 명의 경제학자가 참여한 LTCM이 무너지면서 금융 위기가 터질 뻔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외환 위기까지 겪었지만, 1999년부터 2002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이 7.4%라는 아주 높은 실적을 남겼다. 도대체 어떤 경제 정책이 이런 뛰어난 성과를 남겼을까? 비법은 간단했다. 그것은 재정 지출과 공공 부문을 억제한 정책이었다.

재정 지출 및 공공 부문 억제가 경제 살리기 비법

경제학은 재정 팽창이 경기를 살려낸다고 가르치지만, 재정 팽창이 경제를 살려낸 사례는 세계사적으로 하나도 없다. 그래서 책상머리 경제학보다는 현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경기 악순환이 벌어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재정 팽창 정책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오래 전에 폐기처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재정 지출은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 부문이 외면하는 분야에 주로 투입된다. 한정된 소중한 국가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분야로 투입되면 국가 경제의 평균적인 생산성은 떨어지고 만다. 더욱이 성장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한계생산성은 더욱 크게 떨어진다. 그러니 재정 지출을 팽창시키면 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재정 지출을 억제하면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 소모되던 국가 자원이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찾아가기 마련이므로 성장률은 높아지곤 한다.

공공 부문의 억제는 더욱 뛰어난 성과를 보였던 것이 세계사적인 경험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최대 난리라던 '환란'을 극복한 데에는 공공 부문을 20%나 감축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피터 터친이 <제국의 탄생>에서 언급한 내용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결정적으로 증명한다. 즉, ‘사회 상층부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면 제국은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게 되어 결국은 경제난을 초래하며, 이것이 빈부 격차까지 키움으로써 사회적 결속력을 떨어뜨려 내란이나 붕괴 위기를 겪는다’는 것이다. 관념적으로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득력을 높였다. 그가 지적한 사회 상층부는 국가 경제의 관리 부문을 구성하는 공공 부문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우리나라 공직은 어느 사이엔가 신도 부러워하는 직업이 됐다. 높은 소득을 보장할 뿐 아니라 안정적이다.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5천만 원을 넘어 근로자 평균 연봉보다 거의 40%나 더 많다. 정년 역시 더 길어서 57세 이상이다. 교육 공무원의 정년은 62세이다. 정부 산하 기관의 평균 연봉은 공직보다 훨씬 많고, 공영 금융기관의 평균 연봉은 8천만 원을 넘으며, 정년도 다른 직종보다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공무원연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정년을 눈앞에 두면 산하 기관으로 옮겨가고, 산하 기관의 임기가 차면 자회사로, 다시 손자회사로 옮겨가는 등 인생 3모작, 4모작이 가능하다. 민간 기업으로 옮겨가면 전관예우에 따라 엄청난 연봉을 받기도 한다. 이런 정도면 공직은 하늘이 내린 직장이라 부를 만하다. 이러니 누가 공직을 마다하겠는가. 공직은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곳이다. 스스로 유능하다고 믿는 젊은이는 거의 모두 공직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고시촌에서는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수 년 혹은 십 년 넘게 부모의 등골을 빼먹으며 날밤을 새고 있다.

국민은 '이태백'과 '사오정'이 일반적인데, 관료만 위와 같은 호사를 누리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정작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제 경쟁에 직접 나서는 분야는 민간 부문인데, 유능한 인재가 공공 부문으로 몰려가면 민간 부문은 상대적으로 덜 유능한 인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당연히 국가 경제의 국제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은 떨어진다. 더욱이 공공 부문은 금융자원 등 각종 자원도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민간 기업 역시 공공 부문에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재화를 공급한다. 재화 공급에 대한 지불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재화를 민간 기업에 공급할 경우는 어음이나 외상으로 지불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리고 종종 부도를 내지만 공공 부문에서는 현금으로 지불된다.

이처럼 공공 부문은 여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재와 유리한 자원은 거의 모두 공공 부문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공 부문의 지출은 생산성이 낮아 민간 부문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므로, 공공 부문이 비대해질수록 국가 경제의 평균적인 생산성은 떨어진다.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생산성이 낮은 분야로 몰리면 당연히 국가 경제의 생산성은 낮아지고, 생산성이 낮아지면 국제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은 상대적으로 덜 유능한 인재를 고용해야 하고, 각종 자원도 공공 부문에 비해 더 불리한 조건으로 이용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2014년에 처음 집계하여 발표한 ‘공공 부문 국민계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 비중은 2012년에 GDP(국내총생산)의 무려 48.8%에 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 부문의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경상 성장률은 연평균 5.7%를 기록한 반면에, 공공 부문 팽창률은 7.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공공 부문 총지출은 2007년 460조 원에서 2012년에 672조 원으로 불과 5년 동안에 1.5 배 증가했으며, 그 비중도 2007년의 44.4%에서 2012년에는 48.8%로 크게 증가했다. 이랬으니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이명박정권에서 아주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실현한 성장률도 연평균 2.9%에 불과했다.

공공 부문 축소하지 않으면 장기적 쇠락의 길

정부와 산하 기관, 금융공기업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 공기업의 비중은 지나치게 비대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20대 기업집단(재벌) 중에서 7개가 공기업이다. 한국전력, LH공사, 도로공사, 포스코, KT,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이 그것들로 숫자로는 35%에 이르고, 자산 규모로는 40%에 육박한다. 이 공기업들은 관료권력의 손아귀 안에 있으며, 경영수지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LH공사의 부채는 2012년 말 현재 168조 원에 이르러 자체 수익으로는 이자조차 지불하기 어렵게 됨으로써 국민혈세를 지불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수자원공사나 한국전력이나 석유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관료권력이 정권에 과잉 충성을 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말로만 시장경제일 뿐 반(半)은 사회주의 국가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은 변신했는데 말이다. 우리 경제도 공공 부문을 축소시키지 않으면, 장기적인 쇠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 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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