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조선인 학생 노래 담겨앨리스 플레처가 워싱턴서 녹음… 애국가·아리랑 등 11곡 수록경주 개관 한국대중음악박물관… 희귀 음반등100년사 한눈에

한국대중음악박물관_한민족 최초 노래를 녹음한 실린더 음반 공개.
한민족 노래를 최초로 녹음한 실린더 음반 국내 공개

경주 보문단지에 위치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관장 유충희)이 한민족의 노래가 최초로 녹음된 실린더 음반을 입수해 공개하고 있다. 이 실린더 음반들은 국악연구가 정창관씨의 주선으로 성사되어 국내에서 첫 공개가 이뤄졌다. 비록 원본이 아닌 복사본의 형태이지만 원형 그대로를 재현한 당대의 실린더 음반을 구해 복각했기에 나름 의미가 있다.

한민족의 최초 녹음 기록은 1998년 4월25일 메릴랜드 대학 음악학과의 로버트 프로바인 교수가 “1896년 7월24일 미국의 인류학자인 앨리스 플레처가 워싱턴에서 3인의 조선인 소리를 처음 담았다”고 소개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1896년 5월 8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Seven Koreans At Howard'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로 한민족의 목소리로 노래한 최초의 녹음과정을 증언했다. “동방에서 온 학생 7명이 하워드 대학교에 들어왔다. 조선인 학생들로 모두 귀족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머리색이 검으며, 일반 몽골계족과 비슷하게 눈이 작았다. 이들이 도착한 날 학생들의 선교 모임이 있었다. 여학생들이 조선인 학생들을 둘러싸고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처음에는 못한다고 하더니 결국 마지못해 ‘스와니 강’과 한국민요 등 몇 곡을 불렀다.”

미국인 앨리스 플레처가 녹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린더 음반은 총 6개에 조선인 안종식, 이희철, 양손 등이 참여한 총 11곡이 실려 있다. 실린더 음반 수록곡들에 대해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자문위원인 장유정 교수(단국대)의 최근 논문인 「19세기 서양인이 바라본 한국 음악과 <달아달아>」(구비문학연구제 40집, 한국구비문학회, 2015년)을 통해 자세하게 언급했다. 수록곡은 단가(0:50), 매화타령(0:27), 애국가Ⅰ(0:56), 애국가Ⅱ(1:02), 간주-손장단(0:34), 사랑노래 아리랑Ⅰ(1:32), 아리랑Ⅱ(0:08), 아리랑Ⅲ(1:25), 설화 노래 ‘제비 잡는데(1:44)’, 동요 ‘달아달아(0:55)’, 마일 맨의 노래(0:43)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4월 경주 보문단지에 개관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K-POP MUSEUM)은 국내 최대 규모의 대중음악과 오디오 관련자료 전문 전시관이다. 이곳은 시대별로 한국인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동시대 대중이 공감할 인기가요부터 희귀음반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음반들이 전시되고 있다. 1929년 발표된 최초의 창작가요인 이정숙의 ‘낙화유수’ 축음기 음반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 한정판 LP까지 K-POP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지하부터 3층까지 한국대중음악 100년사와 세계 오디오 100년사 등을 주요 콘셉트로 신중현, 한대수, 이미자, 조용필, 남진, 나훈아, 세시봉, KPOP특별관, 영화음악관, 소리재생관 등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개관한지 반년이 지나면서 대중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유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전시되면서 최근 관람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그동안 한국대중가요의 역사를 정리한 곳이 없어 정부차원에서 여러 차례 가요박물관이 계획했지만 번번이 건립계획만 발표했을 뿐,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정치,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한 대중음악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건립자체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위치 선정부터 박물관 내부를 채울 음반과 각종 자료들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예산이 투자돼야 하기에 정부에서도 수차례 건립 발표를 했지만 성사되질 못했다. 이처럼 정부에서도 엄두를 내기 어려운 건립 작업을 한 주인공은 바로 부산의 사업가인 유충희(56) 관장.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없이 대중음악 애호가들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경주에다 개인 수집가의 힘으로 상당한 규모의 대중음악박물관을 건립했다는 사실은 훈장감이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주변에는 찬란한 역사유적지와 놀이시설, 숙박시설이라는 경주만의 다채로운 관광인프라가 조성되어 있다. 한국대중가요 100년의 역사를 망라하는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자료 아카이브라는 의미에다 경주관광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의)054-776-5502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제공=한국대중음악박물관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