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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김철근 "요동치는 호남 민심, 새정치연합의 운명은?"

야권 기반 지역 호남권에서 새정치연합·문재인 대표 지지율 너무 낮아
호남 민심이 멀어지는 이유?… 집권 가능성·호남 민심 대변 등에 의문
문 대표, '문·안·박 연대' 넘는 카드 내놓아야… 신당도 집권비전 보여야
  •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데일리한국=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칼럼] 요즘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호남 민심’이다. 야당의 핵심 기반 지역인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매우 저조하게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가?" 라는 한숨 섞인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11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조사기관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지지율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지율(9%)에도 못 미치는 8%로 집계됐다. 이어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조사기관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문 대표 지지율이 급기야 김 대표 지지율(9%)의 거의 반토막 수준인 5%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여론조사 기법 차이에 따라 문 대표 지지율이 과도하게 낮게 집계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흐름 상으로 보면 ‘호남에서 문 대표로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차례 재보궐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에게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2014년 7·30 재보선 당시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야권에 큰 충격을 줬다. 13대 총선 때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뒤 전남 지역에서 최초로 새누리당 의원의 당선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레드카드에 가까운 회초리이자 엄중 경고였다. 2015년 4·29 재보선 때 광주 서구을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된 것은 경고를 넘어서 야권 재편을 추진하라는 호남 민심의 주문으로도 볼수 있다. 최근 실시된 10·28 재보선 때 신안군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새정치연합 후보가 3위를 차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민심의 흐름이 호남 지역을 넘어 호남 출신 향우들이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같은 일부 문건이긴 하지만 현재의 지지율을 근거로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새정치연합 의석수를 역산한 결과 73석 정도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당내에 돌면서 현역 의원들의 공포감은 극대화되고 있다.

호남 민심,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서 멀어지는 이유?

호남 민심이 이렇게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새정치연합이 과연 집권이 가능한 정당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전신 정당들은 1997년 DJP 연합으로 집권에 성공했고, 2002년 ‘노풍’과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로 재집권을 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당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을 분당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북 송금 특검, '부산 정권' 발언, 호남 인사 차별 논란 등은 호남 민심의 동요를 가져온 주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 때 호남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90% 내외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108만 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이른바 '야권의 영남 후보는 필승'이라는 도그마도 잘못됐다는 것이 문 대표의 대선 패배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둘째, 새정치연합은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정당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역대 최악의 지역 편중 인사 정권이 박근혜 정권이다. 하나의 예만 들자면 검찰총장 후보자, 경찰청장,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이른바 '빅4 권력 요직' 이 모두 대구·경북(TK) 출신이다. 과거에도 이런 정도로 심하게 편중 인사를 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볼멘소리들이 들린다. 이러한 인사의 편중은 일반 고위 공무원, 공기업 임원진을 넘어 일반 대기업 임원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민심은 느끼고 있다. 정부 예산의 특정 지역 편중 현상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MB 정부 당시에는 '만사형통 형님 예산'으로, 박근혜정부에서는 'TK 편중 예산'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새정치연합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자유경쟁 체제가 무너지고 사실상 친노·친문(親文)파의 계파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비주류들의 주장이다. 2007년 열린우리당이 문패를 내리고 대통합신당을 창당하고 2008년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정통 야당인 민주당의 문패로 바꾼 뒤 2012년 '혁신과 통합'과 통합하여 현재의 새정치연합 다수 세력을 형성하였다. 민주당 등을 문패로 썼지만 열린우리당 세력이 다수를 점하는 구조가 됐다. 물론 2014년 안철수 전 대표 세력과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지만 안 전 대표 세력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0년 정세균 대표 체제가 마무리된 뒤 5년 동안 단 한 번도 호남 출신 대표를 배출하지 못하였다.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 김한길, 안철수, 문재인 대표로 이어지면서 핵심 지지 지역인 호남은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던 시절에는 '우리 당' 이라는 인식이 강하여 우리가 키우고 지켜야 할 당으로 보았으나 이제 그 의식이 상당히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넷째, 호남 출신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정당인가에 의문이다. 새정치연합에 '친노 패권주의'가 자리잡으면서 공천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지고, 당내 민주주의는 약화되는 상황이다. 호남의 젊은 인재들이 등용되는 구조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나 친노세력에 뜻을 같이 하는 세력들이 진출하기 좋은 구조로 변질되어 있는 점이다.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도 호남 민심 이반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국가와 당의 미래를 보고 큰 정치를 하기보다는 동네 골목 대장 노릇을 하는 정치인 수준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역대 선거에서 호남은 꾸준하게 야권을 선택하였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영향도 강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서 차별 받고 소외된 지역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호남의 한’이 있는 지역이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채택된 13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호남의 선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경쟁하였던 때도 물론 있었다. 대선에서는 대통령후보인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을 90% 내외의 압도적 지지율로 도왔다.

호남 민심 갈림길 "미워도 다시 한번?" "새 그릇 만들까?"

요즘 호남 민심은 '미워도 다시 한번인가?'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여전히 야권 세력 중에는 새정치연합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호남 민심이 미워도 다시 한번으로 그냥 돌아올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새정치연합이 총선·대선·연이은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 혁신을 한다고 하지만 뼈를 깎는 혁신 구호만 난무하고 결국 뼈를 다 깎아서 ‘오징어 정당’이 되었다는 슬픈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호남 민심이 대체로 진보적 경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진보세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호남은 소외 받은 지역으로서 현 집권당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한 지역이다. 진보 지역이었다면 통합진보당, 정의당의 의석 수가 다수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증명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집권 가능한 정당, 호남을 대변하는 정당, 인재 영입을 통해 중도외연 확장을 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떠나간 호남 민심은 그냥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문 대표는 18일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표 권한을 나누겠다"면서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같은 제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지분을 나누는 것처럼 비치는 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남 민심 껴안기를 시도하려면 '권한 분배' 이상의 자기 희생 카드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정치연합과의 경쟁에 나선 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도 호남 민심의 기류에 주목해야 한다.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김민석 '새로운 시작위원회' 의장이 이끄는 민주당 등 여러 갈래의 신당 추진 세력도 큰 그림에서 집권 비전과 정책 대안, 설득력 있는 선거 승리 전략을 내놓아야만 호남 유권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프로필
중앙대 경제학과 - 국회 정책연구위원 -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새정치전략연구소장(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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