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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유성식 "안철수 탈당, 총선 판도 대변화 몰고 온다"

안철수 탈당, 총선에 '회오리 바람'…一與多野 구도로 변해 여당에 유리
야권 후보단일화 노력도 한계…"여야 의석수 차이 더 벌어질 가능성도"
'문재인·안철수 어느 세력이 야권 헤게모니 쥐느냐' 변수…"현재 안갯속"
  • 유성식 시대정신 이사
[데일리한국= 유성식 시대정신 이사 칼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 초강력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게 분명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상 여와 야의 1대1 맞대결로 치러지던 선거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변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유리한 판세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가면 '여소야대' 어려워

흔히들 선거 승패는 ①정당 ②인물 ③이슈(정책)에 의해 대부분 판가름난다고 말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요소가 첫 번째로 언급된 정당 즉,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 어디이며 정당의 대결 구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이다. 우리나라처럼 좌와 우, 보수와 진보, 그리고 영남과 호남의 진영 투표 또는 배제 투표 성향이 강할 경우 정당과 구도의 위력은 특히 강력하다. 전체 승부를 가름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혼란과 냉소, 표의 분산은 일부일지라도 여당에 승리를 헌납하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안 의원의 탈당이 연쇄 탈당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제할 때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친노, 안 의원과 비주류 일부 세력으로 갈라진다. 여기에 일찌감치 탈당한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회의(가칭)를 더하면 구 민주당을 뿌리로 했던 야권은 최소 3개로 쪼개지는 셈이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이들 세력 간 지역별 후보 단일화 또는 일부의 연대·통합 시도 등 공멸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지만, 분열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막판에 야권의 여러 세력은 수도권 등 비(非)호남권에서 후보 단일화 등 선거 공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성과는 부분적인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향후 3개 세력 중 한 쪽이 압도적인 구심력을 발휘해 야권 재통합에 성공하거나,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의 갈등 격화에 따라 분열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확률은 낮다.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기획위원장은 “(야권이) 어차피 다시 뭉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당 내부 이완과 대여(對與) 견제 심리 확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의도된 발언에 가깝다. 문 대표와 안 의원 간 감정의 골과 이념 좌표, 각각 내부를 추스르기에도 촉박한 선거 일정 등에 비추어 총선 전 재통합 또는 전국적 후보 단일화 전망은 비현실적이다. 통합은 차기 대선 국면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판세의 여유가 생긴 새누리당 후보 경선이 훨씬 치열해지고 불복 사태로 인한 이탈도 일부 예상되지만 보수 정당의 풍토와 경험에 비추어 그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 의원 본인도 탈당 이후 목표를 ‘새누리당 세력 확장 저지’ ‘정권교체 세력 구축’이라고 밝혀 여당 쪽과는 일단 선을 그었다.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은 물론이고 여야 의석(현재 새누리당 157석, 새정치연합 126석) 차이가 다음 총선을 거치면서도 온존되거나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정황들 때문이다.

혹자는 야권이 3김 정당(평민당, 민주당, 공화당)으로 나뉜 가운데 치러졌음에도 여소야대로 끝난 1988년 13대 총선 모델이 재현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으나, 그 때와 지금의 주·객관적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특정 지역 몰표를 담보했던 3김의 지역 기반이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고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야권의 헤게모니, 文·安 어느 쪽으로?…세 갈래 가능성

큰 틀의 총선 전망은 이렇지만, 구체적 결과는 안 의원 탈당 이후 어느 세력이 야권의 헤게모니를 쥘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①‘안철수 신당’의 대안 야당 부상 ②새정치연합 정비 후 위상 유지 ③두 세력의 팽팽한 균형 중 어떤 상황에서 총선을 맞느냐가 야권 의석수가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①,②는 그래도 표 분산을 줄이면서 여당과 제1야당의 의석 격차도 좁힐 수 있는 경우의 수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야권은 김영삼·김대중이 주도한 신한민주당과 제1야당 민한당으로 갈렸으나, 신민당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면서 민한당을 형해화(形骸化)시키고 야권을 평정했던 전례가 있다. ①과 ②가운데는 ①의 파괴력이 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신당’이 급부상하는 것 자체가 참신함과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에게는 ③이 가장 고약하다. 야권 지지자들이 새정치연합과 신당으로 반분(半分)되면서 대개 득표율 5~10% 포인트에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야당 후보가 궤멸적 패배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무소속 후보가 정립(鼎立)하면서 야당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서울 관악을에서 27년 만에 새누리당이 승리한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총선 승리를 가져가더라도, 제1야당이 된다는 것은 총선 이후 본격화할 야권 대선 레이스의 주도권 확보라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어서 각각 ①,②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안 의원과 문 대표의 싸움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어느 쪽으로 상황이 흘러갈지 전망이 쉽지 않다. 최우선 판단 기준인 호남 민심의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텃밭인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쪽이 호남은 물론 수도권 득표력이 상승해 주도권을 쥐게 되겠지만, 호남은 아직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안 의원 탈당이 사실상 예고된 지난 한주 동안 호남 여론은 말 그대로 춤을 췄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주간(7~10일) 조사에 따르면 안 의원은 문 대표에게 혁신 전당대회를 요구한 뒤 8일 지지율이 36.2%를 기록, 하루 사이에 15.1% 포인트 급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6.4%, 문 대표는 13.3%였다. 그러나 이틀 후인 10일 조사에서는 안 의원 지지율이 13.2%로 급격히 하락한 반면 문 대표는 26.7%로 치솟았다. 호남은 혼돈 속에 추이를 관망 중이다. 안 의원 탈당이 이제 현실이 된 만큼 일정한 흐름이 나타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판단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의 리더십에서 뚜렷한 우열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호남의 반노(反盧) 정서와 친노 패권 이미지를 불식할 만한 무언가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안 의원은 혁신의 콘텐츠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존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안 의원의 경우 흡인력 있는 비전과 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하면 신당 세력을 형성하는 데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때 그와 한배를 탔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의원이 다시금 새 정치의 아이콘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혼전이 이어지고, 호남 여론의 방황도 장기화하면서 앞서 언급한 ③의 상황에서 총선을 맞게 될 개연성도 있는데 이것은 야권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면 승패를 예단한 야권 지지층의 투표 포기가 속출할 수도 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야당의 정동영 후보가 낮은 투표율(63%) 속에서도 500만 표 이상 차이로 대패를 당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 따른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상의 20대 총선 예측은 안 의원 탈당으로 인해 예상되는 정당 구도의 변화에 주목해 도출한 것이다. 나머지 중요 요소인 인물과 이슈(정책)는 대입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내년에 임기 4년차에 접어드는 박근혜정부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떤 이슈가 표심을 흔들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한국 정치와 선거의 변화무쌍함, 역동성을 감안하면 과거의 분석 틀로 전망을 내놓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섣부른 일일 수 있다. 2012년 이명박정부 5년차, 정권 지지율이 바닥인 상태에서 실시된 19대 총선에서 여당이 원내 1당을 넘어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유성식 시대정신 이사 프로필
서울대 동양사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한국일보 정치부장-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시대정신 이사(현),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객원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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