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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손병권 "여야의 '정당 리브랜딩' 일회용 안된다..지속가능해야"

선거에서 패한 정당은 철저한 패인 분석·심각한 자기 성찰 통해 다음 선거 대비해야
국민에 다가가는 '정당 리브랜딩' 방법…지도부 교체, 새 인물 영입, 새 정책 노선
'일회용 리브랜딩'은 정치 불신의 불씨… 당내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실천을 해야
[데일리한국= 손병권 중앙대 교수 칼럼] 정당은 국민의 지지 속에서만 선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당 내부에서 제 아무리 집안잔치를 열면서 결속을 다짐해도 정당 밖의 국민들이 지지해주지 않는 정당은 '그들만의 정당'이 될지언정 결코 일반 국민의 공감을 얻는 '국민의 정당'은 될 수 없다. 그래서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국민이 자신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으며, 이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선거 패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당의 선거전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상대 당의 선거전략이 워낙 탁월했을 수도 있다. 집권당이었다면 집권 기간에 국민의 지지를 유지할 만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해서 패배했을 수 있다. 또 실정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할 만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못해서 패했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유권자층의 변화나 주력 유권자층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졌을 수도 있다. 드문 경우이겠지만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정치 부패 스캔들이나 국민적 참사, 혹은 급박한 국제적 상황으로 인해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패배할 수도 있다.

선거 패배 정당은 패인 분석·자기 성찰 통해 다음 선거 대비해야

이렇게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심각한 자기 성찰을 통해서 다음 선거에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때 패배한 정당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국민들이 특정 정당을 노쇠하고 보수적인 정당으로 보고 있다면, 그 정당은 보다 참신한 이미지를 갖추도록 정당 지도부를 교체하거나 정당의 노선을 바꿀 수도 있다. 또 국민들이 특정 정당을 국민의 일반 정서에 맞지 않을 정도로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정권으로 본다면, 그 정당은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안정성 요소를 추가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적어도 집권을 위해서 노력하는 정당이라면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는 점에서 예외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우선 지도부 교체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반성을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거나 새로운 정책공약을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일신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많은 경우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대부분 이러한 새로운 인물의 선발과 새로운 정책 노선의 제시를 통해서 새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새로운 지도체제, 새로운 인물의 영입, 그리고 새로운 정책의 추진 등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변화 의지를 보이고 이를 통해서 다시 한번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서 집권하려는 정당의 노력을 우리는 요사이 말로 '정당 리브랜딩(rebranding·브랜드 이미지 개선)' 시도라고 부를 수 있다.

'정당 리브랜딩' 방법… 지도부 교체, 새 인물 영입, 새 정책 노선

실제로 이러한 정당 리브랜딩을 위한 노력은 국내외의 정당 및 선거 정치에서 자주 발견된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이 선택한 '제3의 길' 역시 정당 리브랜딩을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1968년 선거 패배 이후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민주당의 대의원 선발 제도 개혁 노력이나, 1992년 빌 클린턴 후보의 집권을 가능하게 한 민주당의 복지 개혁 노선 역시 이러한 정당 리브랜딩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2002년 대선을 즈음해서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국민참여형 경선제를 통해서 대통령후보를 선출한 것은 일종의 정당 리브랜딩을 위한 조치일 것이다. 2012년 대선 정국을 맞이하면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내건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러한 정당 리브랜딩이 지속가능한가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정당 리브랜딩만이 정당의 집권뿐 아니라 이후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선거에서 이길 목적만으로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걸거나 정책 노선을 변화시키는 것, 혹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일시적인 이미지 변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민주화와 함께 노련해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선거에 이긴다고 해도 그 후에 내걸었던 정책을 폐기하게 된다면 이는 지속가능한 정당 리브랜딩이 될 수 없으며 국민의 불만과 정치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불신을 불러오지 않으면서 유지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당 리브랜딩의 조건은 무엇일까? 미국과 한국의 정당 및 선거 정치는 여기에 대해서 어떤 실마리를 주고 있는가?

미국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패배한 공화당은 선거 패배 이후 반성의 과정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인 라인스 프리버스의 주도로 '성장과 기회의 프로젝트'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민 문제에서 공화당이 보다 전향적인 정책을 취할 것과 소수 인종에 대해 보다 친화적인 정당으로 변화할 것, 그리고 동성애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서 다양한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것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의 강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리브랜딩을 위한 시도는 공화당 주류 세력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화당 리브랜딩 노력이 사실상 시작부터 좌초한 것은 공화당 내에서 이러한 새로운 정책 노선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이민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은 '법과 질서를 통한 사회적 안정'을 강조하는 공화당에게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면'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일회용 리브랜딩'은 정치 불신의 불씨… 당내 합의 통해 실천해야

우리의 경우를 보면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정당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경제민주화는 선거용으로 그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리브랜딩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선거 이후 경제민주화 논의는 새누리당 안에서 광범위한 합의를 끌어낼 수 없었고, 마침내 당내 주류의 정책 논의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장기 경제불황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집권당의 입장에서 경제민주화로의 정책 전환은 기업의 불만과 투자 위축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재정 압박 속에서도 복지 공약은 가능한 살려나가되 경제민주화는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는 정당은 정당 리브랜딩이라는 심각한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문제는 과연 정당 리브랜딩의 과정이 단순히 선거용의 정당 이미지 변신 차원을 넘어서서 지속가능한 정당 혁신의 과정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국민이 이러한 리브랜딩 과정을 매우 냉정하게 바라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또한 선거 이후에는 리브랜딩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집단적으로 기억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각 정당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변화의 시도를 위한 지도부 교체, 정책 개발, 인물 영입 등이 모두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라 충분한 당내의 토론과 논의를 거쳐 광범위한 합의를 통해서 나타나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민주당의 경우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1984년 이후 자성의 과정에서 '신민주당'이라고 불리는 세력을 중심으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는 뉴딜류의 복지 정책에 대한 개혁 필요성이 제기된 사실이 있었다. 그 후 그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있어서 1992년 클린턴의 대통령 취임 이후 복지 개혁이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내 합의 없이 선거용으로 등장하는 일회용 리브랜딩은 정당의 내홍과 분당, 그리고 집권 후 공약의 폐기 등으로 인해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져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정당의 변신 노력이 그 혁신성이나 신선함만큼 진정성이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서울대 정치학석사- 미시간대 정치학박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현)- 한국정치학회 총무이사, 한국 정당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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