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시사 칼럼] 손병권 "반복되는 탈당·분당·창당·합당은 일탈 현상인가?"

'국민의당' 출범에 대한 실망과 기대…선거철 신당은 일탈이 아닌 일상?
안철수 주도 '국민의당'의 특징…중도 노선 '중간 정당', 호남 주요 기반
일시적 다당제, 결국 양당제 수렴 가능성…총선 결과 따라 주도 세력 결정
  • 손병권 중앙대 교수
[데일리한국= 손병권 중앙대 교수 칼럼] 양이 많아지면 질로 바뀐다는 말이 있다. 선거철만 되면 탈당, 분당, 창당, 합당이 반복되다 보니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 일탈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정당제도화를 통해서 안정적인 정당 간 경쟁과 유권자의 실효적인 선택을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을 모르는 서생의 잠꼬대가 되어 버린 느낌마저 있다.

지지자와의 지속적인 유대관계에 기초한 제도화 과정을 생략한 채 특정 인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정당은 실은 유권자와의 연계도 견고하지 않다. 그래서 노선·이슈 중심의 균열 구조와 이에 따른 정당 간 차별화, 유권자의 지속적인 정당 지지, 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제도화된 정당정치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신생 '국민의당'은 정당 제도화의 어려움과 유력 정치인 중심의 창당이라는 늘 봐오던 패턴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있어서 실망스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기존 양대 정당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을 목격한 유권자들에게 국민의당이 혹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또한 어쩔 수 없이 있는 듯하다. 과연 신생 국민의당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3당으로서 새로운 다당체제를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국 빈번히 보아온 분당과 통합을 통해 다시 일상의 정당으로 회귀할 것인가? 2016년 총선을 넘어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퍼즐일 것이다.

'국민의당'의 특징…중도 노선, 호남이 주요 기반

정치인 안철수가 주도한 국민의당은 기존에 등장한 제3당과 몇 가지 면에서 차이점이 있어서 주목된다. 국민의당이 명시적으로 중도적 정치 노선을 표방했다는 점과 지역적으로 호남을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정당을 연구하는 학자 시아로프(Alan Siaroff)는 양대 정당과 구별되는 '2.5 정당체제'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념적으로 주요 양대 정당의 사이에 위치한 정당을 '중간 정당'(hinge party)으로, 이들 양대 정당의 좌측 혹은 우측에 있는 정당을 '측면 정당'(wing party)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주요 제3당은 시아로프의 분류를 빌리자면 대체로 중간 정당이라기보다는 측면 정당의 성격이 강했다. 과거 자민련이나 자유선진당은 대체로 지금의 새누리당보다 더 보수적인 측면 정당이었고, 민노당이나 정의당 등은 현재 더불어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측면 정당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은 이와는 달리 '의제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를 펴면서 합리적 개혁'을 추구하고 '성찰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정치, 민생정치, 생활정치'를 추구하려는 중간 정당으로 등장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사에서 제3당으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편 과거의 보수적 제3당이었던 자민련이나 자유선진당 등이 지역적으로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삼은 데 비해서 이번 국민의당은 전통적인 진보의 아성인 호남발 정계개편을 예고하고 있어서 또한 이례적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 안철수 의원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 호남 지역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연을 맺었던 인물들이 순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여 일부는 국민의당에 입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과거 주요 제3당은 대체로 지역적으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반면에 새로 등장한 국민의당은 더민주로부터 전통 진보의 아성인 호남을 되찾으려 하고 있고, 호남발 북상 진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기존 제3당의 행보와 차별화된다.

이와 같이 과거의 제3당과는 달리 중도적 이념을 표방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전통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진보세력의 기반인 호남을 발판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과연 2017년까지 이르는 한국 정치 지형에서 '이념적으로 유연'할 수 있으며, '무책임한 양당 체제'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깰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국민의당은 합리적 중도의 제3당으로서 다당제를 창출할 것인가, 아니면 궁극적으로 양당제로 다시 회귀하게 될 과정의 일시적 에피소드일까?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볼 때 장기적으로는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먼저 양대 정당에 익숙한 한국 정치 지형에서 중도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식별 가능한 효과적 차별성을 보여주기가 힘들다는 점이 그 첫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선명성 이슈인데, 중도 정당이 보수 정당이나 진보 정당에 비해서 명확히 차별화된 대안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이 때 차별화된 대안이란 이념적으로 선명한 대안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양대 정당이 제시하지 않은 독자적 정책 세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창당 발기 취지문을 보면 국민의당이 내건 내용들은 실은 기존 양대 정당 안의 온건중도 세력들에 의해서 제기되어 왔고 또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내용들로 보인다. 기존 정당의 극단적 대립과 그 결과 나타나는 비생산적인 정치에 반대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사실과, 그 새로운 정당이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브랜드를 창출하여 유권자들에게 차별화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상은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전통적으로 영남 지역이 보수 정치의 토대였다면 국민의당이 공들이는 호남 지역은 넓은 의미에서 한국 진보 정치의 기반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애정이 존재하는 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정당이 중도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자칫 지역 유권자들에게 장기적으로는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그 중도 노선이 선명하게 정의되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호남 지역은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경합하는 지역이 되기보다는 한국 정치의 의미있는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전망 역시 국민의당이 3당체제 안에서 중도 정당으로 온전히 작동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총선에서 일시적 다당제…결국 양당제로 수렴 가능성

이렇게 볼 때 결국 국민의당이 참여하는 20대 총선 이후 일시적으로 다당제가 등장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2017년 대선을 향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진보세력이 결집하여 양당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국민의당과 더민주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하든지, 아니면 서로가 서로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전략적인 동거를 다시 모색해야 하는 등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지는 20대 총선 결과가 결정해 줄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결국은 국민의당 등장 이전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뭔가 학습 효과가 있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3김정치 종식 이후 한국 정당 정치의 특기할 만한 양상 가운데 하나는 정당 내 분파정치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느 나라의 정당에도 분파는 존재하지만, 이들 분파 간의 알력이 우리처럼 탈당, 분당, 합당의 반복된 패턴을 거듭하는 나라는 지극히 드물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분파 정치가 정당 내부에서 건전한 정책 대결로 승화되어 소화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탈당과 분당, 그리고 합당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제 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탈당이나 분당을 꿈꾸는 세력에게는 두 가지 대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분파 간 긴장 속에서 불편하지만 공존의 묘(妙)를 터득하는 것이고, 탈당과 창당을 감행한다면 인적 영입을 통한 외연 확대보다는 기존 정당과 명백히 차별화된 선명한 정책 대안을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후자라면 신생 정당은 “너희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유권자의 질문에 대해서 차별화된 답안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싸우는 “그들” 사이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연성이란 이것저것의 임의 활용이 아니라, 핵심을 세우되 방법의 개방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서울대 정치학석사- 미시간대 정치학박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현)- 한국정치학회 총무이사, 한국 정당학회장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11월 제2854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11월 제2854호
    • 2020년 11월 제2853호
    • 2020년 11월 제2852호
    • 2020년 11월 제2851호
    • 2020년 10월 제2850호
    • 2020년 10월 제2849호
    • 2020년 10월 제2848호
    • 2020년 09월 제2847호
    • 2020년 09월 제2846호
    • 2020년 09월 제2845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정이안의 건강노트

수험생, 장이 편해야 공부 잘 된다  수험생, 장이 편해야 공부 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