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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배종찬 "박 대통령 대북 강경 대응 5가지 이유… 대처의 길? 골드워터의 길?"

■ 여론으로 살펴본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에 대한 원인 분석
북한의 실질적 위협, 국방 이슈 중요성, 중국의 미온적 태도 등
선거·국정 주도권 잡기, 국민 단합 목적도..미국과의 관계도 작용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지도자는 늘 결단의 수레바퀴 위에 서 있다. 1982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수백 년 간 이어져오던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영토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지금은 국제 정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 된 ‘포클랜드 전쟁’이다. 영어명은 포클랜드이고 아르헨티나의 공식어인 스페인어로는 말비나스라고 하는 섬이다. 아르헨티나 동부 해안에 위치한 이 작은 섬을 아르헨티나 갈티에리 정부가 점령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토 확장 목적보다는 군부독재정권의 여러 문제를 나라 바깥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짙게 깔린 결정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 국내 사정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정치 혼란, 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설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 때문에 영국이 본격적인 군사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점령 도발에 한몫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군부의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철의 여인' 대처 총리와 포클랜드 전쟁

‘철의 여인’ 대처는 최정예 군사력을 동원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영국 쪽으로 몰아갔다.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인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영국을 돕는 수준을 넘어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을 ‘테러 집단’으로 규정지었다. 상황 자체가 지금의 한반도 상황과 닮아 있어 화들짝 놀라게 된다. 한편으론 아르헨티나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은 영국에 자국의 비행장을 내주게 되고 전쟁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당시 국제 사회는 양분되었다. 미국과 칠레는 영국을 지원했고 공교롭게도 영국의 이웃국가인 프랑스는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지지했다. 대북 긴장 관계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아무튼 영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포클랜드 해상 인근으로 전개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한국에서 요즘 핵무장에 대한 여러 논의가 뒤따르고 있는데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은 무려 5대의 핵잠수함을 포클랜드 인근 해상으로 급파하여 상하좌우에서 아르헨티나의 목을 졸랐다. 실제로 전쟁을 더 이어갔다면 아르헨티나 본토가 초토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전쟁의 결과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인 갈티에리 정부가 무너진다. 우여곡절을 겪게는 되지만 결국 아르헨티나도 1982년을 기점으로 하여 점차 사회적 민주화를 이루어가게 된 점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었다.

영국은 아르헨티나의 처지와 비교하면 많은 것을 전쟁 승리로 가져왔다. 2차 대전 이후 쇠락일로에 있었던 영국민들의 자존심이 회복되었다. 대처 총리도 포클랜드 전쟁을 치르기 직전 의회로부터도 많은 도전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의 앤드류 폴즈 의원 같은 사람은 대처 총리의 전쟁 수행 결정에 ‘확실히 미친 짓’이라며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처 총리는 지도자로서의 고독한 결단 상황을 비켜가지 않았다. 결국 전쟁 승리로 대처 총리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과 함께 ‘영예와 품위’의 대명사로 기록되는 기쁨을 누렸다.

영국의 대처 총리가 지도자의 운명적인 결단을 잘 보여준 사례라면 배리 골드워터는 지나치게 위기를 조장하여 국민들을 더 불안케 만든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국민들의 엄청난 인기 여세를 몰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댈라스에서 피살된 후 린든 존슨 부통령이 잔여 임기를 승계하게 된다. 1964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민주당 존슨 대통령의 대항마가 바로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연방 상원의원이었다. 골드워터 상원의원은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었고 반공주의자로 알려졌었다. 대통령선거 캠페인을 펼치며 곧 소련의 핵 위협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자신을 선택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맞서는 존슨 대통령의 대응은 의외로 간단했다. TV광고에서 한 소녀가 평화롭게 꽃잎을 따는 모습을 핵폭발의 카운트다운과 절묘하게 오버랩(두 장면을 하나의 상황으로 표현하는 기법) 시킨다. 소녀의 평화로운 모습에 대비되는 핵폭발의 가공할 위협은 시민들을 지나치게 불안에 떨게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과장된 위협보다는 지혜로운 평화(린든 존슨 후보)를 선택한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 따라 존슨 대통령은 재선되는 행운을 누렸다. 한참 과거이기는 하지만 미국도 안보 이슈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남부 5개주와 고향인 애리조나주에서만 승리했을뿐 압도적인 표차로 골드워터 공화당 대선후보는 패하게 된다. 안보 이슈였지만 공화당이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하는 결과였다.

대북 강경 대응의 다섯 가지 이유

대한민국은 지금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안보 위기 상황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고독한 그리고 신중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올해 들어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1월과 2월 각각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박 대통령은 16일 헌법81조의 권능을 통해 대북 강경 대응 입장을 국회에서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천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과 국민들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박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 대북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여론으로 짚어볼 때 5가지 정도 이유를 파악할 수가 있다. 우선 실질적인 북한의 위협이다. 과거 북풍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공작정치처럼 인식된 과장된 위협과는 엄연히 차별되는 상황이다. 다음으론 국방 우선 정책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북공(경제, 북한, 공공개혁)’이다. 특히 이 중에서 대통령 재임시 지지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는 북한 이슈가 되기 마련이다. 경제는 재임시의 치적으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평가는 재임 후에 다시 평가받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리고 공공개혁은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슈이므로 이 또한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안보 문제는 재임 대통령으로서는 다른 과제에 우선하여 챙기게 된다. 중국의 태도 변화도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 이유로 자리잡는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관계는 마치 2000년 대 초반의 미국과 영국의 관계만큼이나 각별해 보였다. 이른바 한중 밀월관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국민들도 '통일 대박론'을 꺼낸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가장 큰 우군이 중국이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확인한 것이 강경 대응 쪽으로 선회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넷째로는 정국 주도권이다. 야권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 안보 이슈가 4월 국회의원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통령이 의도하지는 않겠지만 임기 4년차 정권 심판이 심화되는 와중에 안보 상황은 보수층을 제대로 결집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마지막으로 국민 단합이다.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제제에 돌입하고 '이차 제재'(secondary boycott)에 진입하는 국면이다. 국제사회의 입장과 달리 국내에서 국민들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잡아나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첫째 배경은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

먼저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 이유는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이라는 데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높이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여야 모두 이러한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목함 지뢰 도발 이후 체결한 남북한 고위급 합의 내용에는 서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행동은 향후 삼가자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북한 군부와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무시한 거나 다름없다. 북한 지도자로 등장 이후 예측하기 힘든 행동 역시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과장된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존하는 위협으로 느낀다는 점이다.

  • [그림 1]
리서치앤리서치가 MBC의 의뢰를 받아 지난 4~5일 실시하고 8일 발표한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101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10.8%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한반도 안보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물어본 결과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10명 중 6명이 넘는 63.9%로 나타났고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4.1%였다. 약 3분의 2 가량의 국민들은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하는 결과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북한에 대한 위협은 상존하는 것으로 반응했다. 각각 절반이 넘는 56.6%와 53.3%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그림1). 과장된 위협이라면 자칫 선거에 이용하려는 북풍 기획 의도로 읽히며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되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강경 대응이 명분을 얻는 대목이다.

다른 이슈들보다 국방 이슈가 가장 중요

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 대응에는 다른 이슈보다 국방 이슈가 가장 중요해진 까닭이다. 임기 4년차 대통령으로서는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경제는 각종 관련법안 미통과로 꽉 막혀 있는 상황이고 공공개혁은 국민들의 관심도가 생각만큼 높지 않고 대규모 집단 시위와 집회가 발생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에 일정한 생채기가 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따른 긴장관계 국면 속에서 원칙적 대응 기조를 유지했던 박근혜정부였다. 북한이 결국 남북 고위급 합의에 응하고 이어진 이산가족 상봉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등했었다. 말 그대로 고공행진이었다. 임기 3년차까지 창조경제, 4대 개혁을 부르짖어 왔지만 정작 지지율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반면에 북한 이슈는 상대가 있는 어려운 게임이지만 ‘통일 대박론’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야심한 무한도전을 전개해온 이슈였다. 북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긴장 국면이 오래가면 현 정부의 전반적 평가에 절대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통일을 향한 방법론은 북한의 안보 위협 원인 제공으로 바뀔 수 있지만 통일이라는 목표를 수정하긴 힘든 까닭이다. 통일을 영구 불능으로 만드는 북한의 처사에 대해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보여진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낮아지는 국민들의 통일 의지가 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고 경제와 공공개혁을 포함한 모든 중요 과제가 물 건너가 버린다는 절박함으로 읽힌다.

  • [그림 2]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 26~28일 실시하고 올해 1월 첫날 발표한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4% 질문지는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이 조사는 북한 4차 핵실험과 미사일 장거리 발사 이전 실시됨)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물어본 결과 ‘통일은 필요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69.2%로 압도적이었다. ‘가급적 빨리 통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6.5%에 그쳤다.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통일 불가론도 12.5%나 되었다(그림2).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유례없는 대치 국면에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의지 역시 여지없이 꺾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통일을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로 놓고 추진해왔다. 통일 대박론의 최대 장애물인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

중국의 태도 변화와 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응도 강경 대응의 한 이유로 읽힌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는 익히 알려진 대로 밀월관계로 보였다. 역대 정부에서 이처럼 중국의 지도자, 정부와 가깝고 긴밀했던 적이 있을까. 박 대통령은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 본토의 팬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대중 외교는 도전받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 실험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지근한 반응은 대통령의 대중 외교 정책에 의문을 갖게끔 만들었다. G2 국가로 국제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이라면 명백한 불법 핵실험 국가로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에 철퇴를 가하리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연이어 한 이후에도 중국의 반응은 우리 국민들의 기대 수준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였다. 한중 밀월 관계만 고집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위기마저 감지되는 우려가 여론 반응으로 나타났다.

  • [그림 3]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27~28일 실시하고 2월 첫날 발표한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 질문지는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4.6%는 중국의 태도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중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은 38.3%로 나타나 중국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드러났다(그림3). 한중 관계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북한 제재의 가장 중요한 축인 중국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더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강경 입장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과 선거 주도권 잡기 포석도

다음으로 북한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입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근거가 있다. 대북 안보 이슈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 4년차가 곧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레임덕(lame duck)현상’이 있을 수도 있고 만약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질 경우 임기 마무리에 있는 통치권자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다. 현재의 상황이야 의도하지 않았고 의도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대통령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슈에 대해 쉽사리 발을 뺄 수도 없다. 당장 북한의 태도 변화로 남북한 정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총선 결과에 영향을 줄 여지가 많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당분간은 주도권을 쥔다는 의미이다. 다른 돌발 이슈로 인한 급격한 정국 변화를 차단할 뿐 아니라 투표 적극성이 큰 50대와 60세 이상 보수 성향의 유권자층은 안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므로 지지층 결집에는 더욱 유리해진다.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야당에 유불리를 떠나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과 정국 주도권에 결정적인 해법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2010년 천안함 사태를 예로 들며 북한 변수가 총선에 미칠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보는 주장도 있지만 2010년과는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 남북한 간 관계를 뛰어넘어 국제적 이슈가 되어 버렸다. 과장된 위협이 아니라 현실 위협으로 한반도에 안보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선거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 [그림 4]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지난 13~14일 실시한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5.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급부상한 안보 이슈가 총선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은 61.1%였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34.7%에 그쳤다(그림4). 이른바 북풍공작론처럼 총선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정부가 반공정서를 조장하고 있지않느냐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조사 결과는 다른 인식을 소개하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이 총선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북풍공작론에 동의한다는 의견(38.2%)보다 공작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59.2%)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그림4). 만약 정부가 의도적인 꼼수를 부린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민들은 기만책으로 느끼고 도리어 현 정부의 심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국제사회의 검증과 북한의 동태를 볼 때 북한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현실적인 이슈로 밝혀지고 있다.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통령이 이슈의 고삐를 더 틀어쥘 개연성은 커져가고 있다.

국민 단합을 위한 강경 대응 모드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는 ‘국민 단합’의 목적이 묻어 있다. 북한에 대한 유례없는 강경 대응 표명인데다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북한 측의 폐쇄 명령 등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적인 기억으로 다가온다. 2013년에도 개성공단 중단 및 폐쇄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강도가 높진 않았다. 문제의 발단은 북한 군부와 김정은 체제에 있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여야간 갈등 구조로 비치게 된다.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 의견은 매우 높지만 전자파 문제와 설치 지역을 중심으로 군사적 불안감이 커진다는 점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만큼은 설치되지 말아야 한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 지역 내 이해 충돌로 연결될 조짐마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지난 십수년 간 남북 대화 협력의 상징임과 동시에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로까지 여겨졌던 개성공단 폐쇄 관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적 장소인 개성공단 문제가 특정 지역에서는 다른 입장이다.

  • [그림 5]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자체적으로 지난 13~14일 실시한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5.6% 질문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찬성 의견이 54.8%로 과반을 넘었고 반대 응답이 42.1%로 나타났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여론과 비교하면 찬성과 반대의 차이가 12%포인트 정도 차이로 크지 않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부각되는 호남 지역에서는 반대 의견이 61.4%로 다른 지역의 여론 흐름과는 정반대였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 찬성하는 응답은 반대 의견의 절반 정도인 33.9%에 그쳤다(그림5). 지난 16일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에도 개성공단과 관련된 여야 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입장이 갈팡질팡할 경우 반사적 이익을 얻는 쪽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북 대응에서 ‘국민 단합’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국민 통합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강경 대응 모드로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성공한 대처의 길? 실패한 골드워터의 길?

안보 이슈는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영국의 대처 총리가 포클랜드 전쟁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많은 문제가 산적되어 있던 대처 내각은 무너졌을런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지도자의 고독한 결단을 통해 십수년 후 영국 부흥의 기틀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저 얻어지는 자유는 없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권리도 없다.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는 지나치게 안보 특히 소련의 핵 위협을 강조하다 중도 성향의 미국 중산층 지지층의 기반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현재 가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현들의 교훈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안보 불감증도 문제이지만 모든 이슈를 안보로 몰아가는 막무가내식 해결 모습 또한 국민들에게는 꼴불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하게 빈틈없이 예상치 못한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이다. 대북 대응에서 빠져서는 안될 게 국민들의 소통이다. 이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지혜이고 북핵 문제를 국내 차원에서 극복할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단이겠지만 ‘강경 대응’의 다양한 이유가 엿보인다. 실질적인 위협으로 느끼기 때문이고 경제, 개혁 이슈 모두 중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방 이슈를 가장 강조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현재 상황이다. 국제정치적으로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 문제 해결 태도가 도마 위에 올라 있어 안보 지원을 연일 지속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도 강경 대응에 한 몫하고 있다. 총선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국정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엄중한 시기에 폭넓은 논의보다 단호한 결정을 통해 ‘국민 통합’을 더 분명하게 가져가야 하는 인식도 드러나 보인다. 마거릿 대처의 길이 될지, 배리 골드워터의 방향이 될지 지켜보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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