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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주타누간의 폭주 막는 길은?

2016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 우승

29일 캐나다 앨버타 주 캘거리 프리디스 그린스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CP(캐나디언 퍼시픽)여자오픈에서 여유 있게 우승하며 리디아 고에 앞서 시즌 5승을 쌓은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1)의 폭주가 무섭다.

1년 남짓 만에 아리야 주타누간은 복병에서 유망주로, 다시 차세대 스타, 여왕 계승자 1순위, 세계 여자골프의 지배자로 급부상했다.

그의 위치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이 마치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에 입성, 황제의 자리를 되찾은 나폴레옹을 연상케 할 정도다. LPGA투어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몰락의 경험이 없기에 나폴레옹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나날이 달라지는 그의 위상을 보면 그런 느낌을 준다.

그에겐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을 것이다. 첫 승을 거둔 뒤 내리 3연승을 한데 이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마저 우승하면서 이미 그에겐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고 자타가 인정하는 톱클래스 스타로 발돋음했다.

리우올림픽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나가다 무릎부상으로 중도 포기, 그의 우승가도에 휴지기가 오지 않을까 예상되었으나 이번 대회에서 아무도 범접하기 어려운 경기를 펼쳐 당분간 그의 ‘부재(不在)’가 아니고선 그의 폭주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형국이다.

‘난공불락’ ‘폭주기관차’ ‘LPGA의 새 역사를 쓰는 태국선수’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럽고 리디아 고가 차지한 여왕의 자리도 곧 그에게 넘어갈 조짐이다. 지금까지 보여 온 그의 파죽지세(破竹之勢)가 계속된다면 그의 여왕 등극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세계 여자골프계가 주타누간의 지배 하에 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는 느낌뿐만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

주니어시절 줄리 양(21·한국이름 양자령)에게 맥도 못 추었고 한국선수들에게 승리 문턱에서 역전패를 당한 뼈아픈 기억이 많지만 현재의 아리아 주타누간에게선 이런 패배의 트라우마는 찾아볼 수 없다.

175cm에 73kg의 좋은 신체조건에 드라이버가 필요 없는 엄청난 비거리까지 갖추었다. 프로권투선수로 치면 중량감 있는 리치가 긴 미들급 선수에 해당된다.

한때 심약자(心弱者)로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지금은 특유의 입꼬리 미소만으로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수행자로 변했다.

우승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그는 이미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최근 LPGA투어에서 도도한 흐름을 형성하며 세계 여자골프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들에게 아리야 주타누간은 ‘넘을 수 없는 벽’이거나 거대한 산맥으로 다가오고 있다.

10위권 안에만 포진해있으면 언제든지 선두로 치고 나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그의 존재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이번 캐나디언퍼시픽 여자오픈에서도 그는 1라운드에서 그리 위협적인 출발을 하지 못했다. 최운정(26)이 7언더로 1위로 나선 가운데 북아일랜드의 스테파니 메도우, 이미림, 허미정, 리디아 고, 스테이시 루이스 등이 뒤를 이었고 아리야 주타누간은 4언더파로 공동 9위에 머물러있었다. 만약 주타누간이 없었다면 이 대회는 쉽게 태극낭자들의 경연장이 되었을 것이다. 김세영 전인지 장하나 등 선두경쟁에 나설 재목이 풍부했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 주타누간이 용트림을 하면서 태극낭자들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바위처럼 견고한 그의 플레이는 도저히 LPGA투어 데뷔 2년차 선수의 것이 아니었다. 가끔 호기를 부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으나 이내 제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나갔다. 4라운드 합계 버디 수가 27개 되는 것만 봐도 경기 내용이 얼마나 튼실하고 알찬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저돌적인 인파이터 김세영과 세계가 인정하는 전인지와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롱런을 예견케 한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한국선수 2명과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주타누간은 입꼬리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플레이를 담담히 펼쳐나갔다.

'주타누간 공프증(Jutanugarn Phobia)'이 이미 LPGA투어에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누가 주타누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주타누간의 독주를 막을 것인가. 골프란 언제나 추락이 뒤따르는 것이라 주타누간도 예외일 수 없겠으나 당분간 그의 독주를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선수들에게 당부한다면 골프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이기고 깨부수는 게 아니라 자신과의 고고한 싸움을 벌이는 자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 내 안의 두려움, 걱정, 지레짐작, 자만, 의기소침 등 부정적인 것들과 싸움을 벌이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자세를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골프라는 대장정에서 그때그때의 승리와 패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목적지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다

주타누간을 ‘넘사벽’이나 난공불락의 성으로 의식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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