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천재 시인 이태백은 촉(蜀)나라 가는 길이 하늘로 향하는 길보다 더 어렵다(蜀道難, 難于上靑天)고 노래했다. 촉(蜀)나라는 흔히 파촉(巴蜀)으로 함께 불리는데 중국의 서남부에 위치해 있다. 사방으로 산맥과 양쯔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관계로 지세가 너무나 험난해서 파촉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 험지인 삼협(三峽)을 건너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깎아지른 절벽 옆면 바위에 구멍을 뚫어 사다리 형태의 길을 낸 ‘잔도(棧道)’다. 그래서 외부의 침략이 미치지 못하는 관계로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던 많은 영웅들이 분루를 삼키며 파촉의 땅으로 흘러들었다.

진(秦)나라가 망하고 초(楚)의 항우와 한(漢)의 유방이 천하를 두고 힘을 겨룰 때 항우의 힘에 눌려 쫓겨 다니던 유방이 파촉으로 넘어가면서 장량의 계책에 따라 잔도를 모두 불태워 버려 항우에게 거역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어 안심시켰다. 그로 인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 막히면서 병사들이 탈영해서 고향에 가는 것을 포기하게 되어 군사는 정비되고 잘 훈련되어 결국 천하를 얻게 된다. 한나라가 망하고 파촉 지역은 그의 후손인 유비(劉備)의 수중에 떨어진다. 유비 역시 국력을 키울 속셈으로 파촉으로 들어가서 ‘촉 땅에 세운 한나라’라는 의미의 촉한(蜀漢)을 세워 한나라의 부활을 꿈꾸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땅은 관우(關羽), 장비(張飛), 제갈량(諸葛亮), 조자룡(趙子龍)이 활동했던 삼국지의 무대이기도 하다. 파촉(巴蜀)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지역이다. 동쪽에 있는 파(巴) 땅은 충칭(重慶)일대이고, 서쪽의 촉(蜀) 땅은 청두(成都)일대다. 촉(蜀)은 드넓은 평원이 위치해 물산이 풍부해서 ‘하늘의 땅(天府之國)’으로 불렸다.

반면 파(巴)는 촉에 비해 물산이 부족해서 문인·학자 보다는 용맹한 무인(武人)이나 장수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본초학에 열정이 깊었던 동국대학교 강병수 교수는 파극천(巴戟天)이란 한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약은 처음에는 파극(巴戟)이라고 했는데 후대에 와서 천(天)자를 하나 더 붙였다. 파(巴) 땅에서 주로 나는데 나무 뿌리에 가시(戟)가 있고, 하늘을 향해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천(天)자를 넣어 파극천(巴戟天)이라고 하였다.”고 했다.

무사의 기질이 충만했던 사내들이 우글거리는 파(巴)땅은 양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충천했다. 거기다 나무뿌리에 가시가 있어 하늘을 찌를 듯 했으니 이 한약 자체가 양기를 머금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약재가 되는 과정도 까다롭다. 술에 담갔다가 심을 빼고 불에 쬐어서 쓰거나, 구기자탕에 하루 동안 담갔다가 조금 부드러워지면 건져내고 다시 잠깐 동안 술에 푹 담갔다가 건져서 국화와 같이 볶아 누렇게 되면 국화를 버리고 썰어서 한약재로 사용한다.

심을 뺄 때는 손에 목장갑을 끼고 작업하지 않으면 심에 돋아있는 가시에 찔려 손바닥이 까지거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심에 있는 가시가 가시처럼 보이지 않고 두 갈래 창처럼 보인다고 가시 극(棘)자 때신 창 극(戟)자를 쓰게 된 것이다. 파극천은 성질이 맵고 달며 따뜻해서 신장의 양기를 보충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풍습(風濕)을 제거한다. 약간의 습윤 즉 끈적임이 있어서 따뜻하면서도 건조하지 않고, 양기를 보(補)해도 체(滯)하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풍습도 말리는 장점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신장의 양기가 부족해서 발기부전이 되었을 때는 산수유, 산약, 구기자, 보골지 등과 함께 써서 치료한다. 간혹 우슬과 절반씩 섞어 함께 술을 담가서 마시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인삼, 육종용, 토사자 등과 함께 쓰면 남성의 성욕을 항진시켜 발기의 유지를 돕고, 가임기 여성의 임신을 촉진시킨다. 신장에 따뜻한 기운인 온양(溫陽)이 부족해서 소변이 자주 마려운 소변빈삭(小便頻數)이 있을 때 익지인, 상표초, 토사자로 환을 빚어 복용한다. 여성의 자궁이 차서 월경이 고르지 못하고 냉대하가 있을 때는 육계, 오수유, 고량강 등과 함께 환약을 만들어 따뜻한 술과 함께 복용한다.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는 요슬산연(腰膝酸軟)에는 우슬과 두충, 구척, 속단, 오가피 등과 함께 사용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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