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제도로 철저히 갈취당하고 거기에다 관료의 착취로 논밭에서 밤낮없이 뼈가 빠지게 일을 해도 입에 풀칠할 정도로 가난했던 조선의 농민들의 허리는 한순간도 아프지 않았을 때가 없었을 듯하다. 하지만 고가의 한약재를 구할 수 없었던 관계로 민간에서는 지네를 태워서 독한 술에 타 먹거나, 부자(附子)를 구워서 먹거나, 닭발이나 고양이 관절을 달여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의 한의원에 내원한 어르신은 어릴 때부터 삼각산에서 땔감을 해다가 시장에 팔아서 아이들 학교도 보내고 번듯한 집을 하나 장만했다고 하시면서 본인의 허리는 고질병이라 약이 없다고 굳게 믿고 계셨다. 다만 참기 힘들 때만 와서 침을 맞곤 했다. 무거운 것을 자주 들거나 한 가지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는 요즘의 노동 형태도 허리의 통증 유발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한 때 오가피(五加皮)가 허리와 무릎에 좋다고 해서 전국에서 오가피를 너도나도 재배해서 과잉이 되었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적이 있다. 오가피 하나로 허리를 못 낫게 하듯이 두충 또한 마찬가지다. 두충은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아 중국에서 수입하는 관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고가의 한약재였다. 1930년에 일본이 중국의 허베이성 이창(湖北省 宣昌)에서 두충나무를 가져와 홍릉 임업시험장에 심어 그 종자를 받아 전국에 보급하게 되면서 전국각지로 퍼져나갔다. 이 품종의 두충을 원두충(元杜仲)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 마포형무소 백두현 과장이 쓰촨성 충칭(四川省 重慶)에서 야생 두충의 종자를 형무소 내에서 키우다 부국농원에서 대량 생산하게 되었는데 이 품종을 당두충(唐杜仲)이라고 부른다. 두충(杜仲)이란 한약재는 특히 허리와 무릎 쪽의 통증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한약재다. 두충은 두충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채취시기와 수치에 따라서 약효가 차이가 날 수 있다. 대개 15 ~20년 먹은 두충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사용하는데 코르크층이 비교적 얇게 형성되면서 물기가 많이 오르는 6-7월 정도에 채취하는 것이 약효가 좋다.

생(生)두충을 잡아 당겨보면 탄력성이 좋은 하얀 실(白絲)같은 것이 ?Z질 사이에 잔뜩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사람의 척추의 뼈와 뼈를 잡아서 강력하게 고정시켜주는 인대와 유사하다. 수치는 소금 2Kg을 넣은 물에 두충 100Kg을 푹 잠기도록 한 다음 꺼내서 중불(中火)에 30-60분가량 볶는 방법을 많이 쓴다. 볶는 도중 두충을 분질러 보아서 하얀 실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하얀 실이 안보이면 수치가 잘 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겉은 타서 숯검정이, 속은 하얀 실 천지가 되므로 불 곁에 있으면서 불의 세기가 잘 조절해야한다.

두충(杜仲)은 모두 한 가지 품종이지만 사천(四川), 낙양(洛陽) 등에서 산출되는 것은 재질이 견중(堅重)하고 외피가 단단하게 붙어있고 내피는 검은 빛을 띠고 중간층의 껍질이 두터워서 품질이 우수하고 귀주(貴州)에서 산출되는 것은 껍질이 거칠고 가볍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 두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맵고 달다. 그래서 근육을 지배하는 간(肝)으로 들어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신(腎)으로 들어가 뼛골(骨)을 튼튼하게 하는 강근골(强筋骨)작용이 있다. 또한 근육의 또 다른 형태인 자궁(子宮)을 튼튼하게 하므로 태아(胎兒)를 편안하게 하는 안태(安胎)의 작용이 있다. 두충은 허리나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했거나, 나이가 들어서 간신(肝腎)의 기운이 허약하고 허리나 무릎이 차가울 때(虛冷) 발생하는 요슬산연(腰膝酸軟)에 주로 사용된다. 허리가 아프면 우슬과 두충은 반드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혈압을 강하하는데 많은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숙지황(熟地黃), 우슬(牛膝), 구기자(枸杞子), 속단(續斷)등과 함께 써서 무릎이나 허리가 시큰거리는 증상을 완화시킨다. 보양약의 범주에 드니까 당연히 신장의 양기를 올려서 정력을 강화시키는 본업은 충실할 것이다. 여성의 음하습양(陰下濕痒, 사타구니 진물, 가려움)이나 소변여력(小便餘瀝, 소변이 시원하게 안 나오고, 방울방울 맺히는 것)에 쓰고 남녀의 구분 없이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정기를 돕는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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