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량의 음주는 건강에 좋을까?-

의사로서 진료 중 수많은 질문들을 받지만, 그 중 가장 자주 받는 질문 하나가 음주에 관한 것이다. 음주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님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 자주 질문을 받곤 한다.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이 세 가지 모두 과음, 흡연, 나쁜 식생활, 운동부족 등의 좋지 않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음이 총 사망 원인의 5%정도 관련된 것으로 나타난다. 과음을 피하고 좋은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암, 뇌졸중,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

과음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건강의 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적당량의 술은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중풍의 예방과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 특히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발표된 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알코올을 하루에 30g 이하씩 규칙적으로 마시면 심혈관 질환이 예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의 단위(잔)는 양주 1온스(ounce)를 말하는데, 양주의 알코올 함량을 45%로 볼 때, 이는 13.5g의 알코올에 해당한다. 따라서 양주 2잔이 적당량으로 평가 받는데, 와인의 알코올 함량은 12.5%이므로 하루에 2~3잔, 소주(22%)는 3~4잔(2홉짜리 1/2병), 맥주(4%)는 2잔으로 환산할 수 있다.

음주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의료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12년 간 추적한 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술을 1주일에 3~4일 마시는 사람에서 심근 경색에 걸릴 상대적 위험률이 32% 낮았다. 이러한 혜택은 1일 음주량이 10g에서 30g으로 증가하였을 때에도 같았으며, 간헐적으로 술을 마시는 군보다 술을 매일 소량으로 마시는 군에서 더 효과적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알려졌다. 여성 간호사를 상대로 조사한 연구. 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여자는 관상동맥질환의 상대적 위험도가 40% 감소했다.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도도 70% 감소했다.

또한 심혈관 질환 예방에 더하여 적당량의 술이 사망률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덴마크의 한 연구에서는 29~98세의 남자 13,064명과 여성 11,459명을 30년 이상 추적하였다. 금주자에 비해 소량의 음주자(주당 1~7잔)에서 사망률이 18% 감소했다. 한편 주당 35잔 이상의 대량 음주자(매일 5잔 이상)에서는 사망률이 10% 증가하였다.

최근에 특히 적포도주가 맥주나 양주·소주보다 더 좋다고 인식되면서 와인의 소비량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와인이 맥주나 증류된 술보다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견이 많다. 와인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는 프랑스인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미국인의 약 절반이며, 영국과 북유럽국에 비해서 약 3분의 1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불리는데, 그 원인은 프랑스 사람들이 거의 매일 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간경화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오히려 프랑스에 더 많았다. 이후 포도주, 맥주, 위스키 같은 여러 종류의 술을 놓고 심장에 대한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어떠한 종류의 술이든 절제된 음주는 심혈관계에 대한 보호작용이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과음을 하면 심근이나 부정맥, 지질 대사에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고 사망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과음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술을 통해 심장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심장보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알코올에 의한 독성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양을 마셔야 된다.

위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술을 하루에 1~2잔 또는 1주일에 10~14잔 정도 마시면 심혈관 질환과 전체적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량으로 매일 마시는 것이 간헐적으로 대량 마시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알코올의 대사 작용이 떨어져 남성의 1/2~2/3정도가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떠한 종류의 술이든 절제된 음주는 심혈관계에 대한 보호작용이 있어 적당량의 음주는 약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겠다.

달려라병원 박진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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