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자 환자가 손저림이 심해 병원에 왔다. 전에도 다른 증상으로 두어 번 내원했던 분이어서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그 분은 이런 저런 불편한 증상들이 연이어 생기자 모든 원인을 ‘갱년기’로 돌리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손가락 마디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방아쇠 수지’라는 병으로 진단을 받고 주사치료로 금세 회복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대편 손에 저림 증상이 생긴 것. 증상이 워낙 심해서 손에 전기가 오는 것 같은 통증이 반복됐다. 밤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서 몇 번씩이나 깨서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해야 다시 잠들 수 있었다. 진찰 결과, ‘손저림’ 증상은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병으로 확인되었다. 이전에 손가락에 있던 ‘방아쇠 수지’ 병처럼 간단한 주사치료를 시행했다. 주사 후 며칠만에 증상은 곧 호전되었으나, 반복되는 증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졌다.

위의 사례는 폐경기 즈음에 처한 중년 여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손가락 마디 통증, 손 저림, 조조강직(손가락이 아침에 뻣뻣해 지는 증상)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대개 치료가 어려운 증상들은 아니다. 손의 사용을 줄이고, 간단한 스트레칭 및 온열 치료 등을 통해서 금세 회복이 가능하다.

방아쇠 수지, 손목터널증후군, 손가락 활액막염 등의 진단명들이 붙기는 하지만, 힘줄, 힘줄막, 활액막 등에 염증이 생기는 기본적인 병태생리는 비슷한 병들이다. 때문에 동시 혹은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양쪽 손에 동시에 생기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 및 호르몬 변화, 무리한 가사 일 등이 일반적인 원인들이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걱정보다는 안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손 사용을 줄여야 한다. 특히,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빨래를 세게 비틀어 짜거나, 손가락에 무거운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반대 손을 이용해서 손가락을 가볍게 쭉 펴거나, 굽혀주는 간단한 스트레칭 운동이 매우 효율적이며, 따뜻한 찜질도 큰 도움이 된다.

일부 병이 심한 경우는 간단한 수술로 치료를 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 수술은 국소마취로 5분 이내로 끝나고, 결과도 매우 좋기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라도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간혹 미디어를 통해서 변형이 심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보도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는 환자들이 있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생각보다 드물고, 더욱이 TV에 나올 정도로 심한 경우는 더욱 드물기 때문에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혹시라도, 류마티스 관절염이 걱정이 되는 경우는 진찰과 간단한 혈액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면 된다.

달려라병원 박재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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