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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경련, 해체 아닌 개혁이 우선이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 교수 "지금은 전경련의 해체가 아닌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55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최근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대기업의 정경유착 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미르 · K스포츠재단 설립에 총 774억 원의 출연금을 냈다. 그 과정에서 전경련이 앞장서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할당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이 거세게 비난하며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은 5·16 군사쿠데타 직후인 1961년 7월에 ‘경제재건촉진회’로 출발했고, 1968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라는 이름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전경련은 정관 제 1조에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창립 당시 회원사는 13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대기업을 망라해 국내 기업 600여개가 포진해있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자리매김돼 있다.

전경련 1세대로 이제는 고인이 되신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최종현 SK 회장을 비롯해 지금도 활동하시는 구자경 LG회장 등은 초기 우리 경제의 기틀을 구축하고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전경련의 위상을 다져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군사쿠데타 이후 대기업 총수들의 부정축재자 사면을 대가로 발족된 전경련 태생의 한계 때문인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일해재단 자금모금을 주도한 것을 비롯해 1995년-1997년-2002년의 불법 대선자금모금 등 정경유착의 오랜 유착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6일에 열린 제 1차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자금지원 중단 및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전경련의 위기는 한층 더 고조됐다. 이에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새나오며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경련이 해체된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 내부에서 반세기간 이어져 온 정경유착의 그룻된 행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구이자 국내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 및 정책연구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로서의 긍정적 역할은 지금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즉, 지금은 전경련의 해체가 아닌 전경련의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악습은 끊어내고, 기존의 존재 목적인 건전한 한국경제의 싱크탱크(think tank)로서의 역할은 더욱 강화하는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경련 정관과 규칙을 새롭게 제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규칙에는 정부의 부당한 자금조달 요청시 이를 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규정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정경유착이 근절돼야 기업도 노조로부터 떳떳해질 수 있고 진정한 상생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전경련은 한국 경제의 조사와 정책 연구 및 제안의 기능을 수행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전경련의 자금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

전경련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서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을 꼽을만 하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보수단체의 싱크탱크로서, 미국의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정부에 정책제안을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정책 입안에 핵심역할을 하면서 급성장했다. 그 후에도 자유로운 기업 활동, 작은 정부 등 자본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구로 자리매김해왔다.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을 모델로 삼아 영향력 있는 기관으로 변모하는 것이 현재 전경련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먼저, 외압으로부터 기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부금을 많이 내는 기업들에게 종속돼서는 안된다. 아울러 정부의 부정한 기금모금 입김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또한 기관 예산 대부분이 기부금으로 운영되므로 예산의 수입 출처와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같이 기관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헤리티지 재단을 롤모델로 삼으면서도 전경련만의 특색을 갖춘 새로운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경련은 다시금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경련은 이번의 해체 위기를 기회삼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에 적절하게 개혁하지 못한다면 다시 해체건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해체를 피하기 힘든 막다른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전경련은 그 무엇보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과연 살릴수 있을까?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정치나 국제환경 등 외부 요인과 연계된 경제의 역할에 특히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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