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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의 영화보기] 영화 감독, 문학과 연극의 결합 시도

15. 필름 다르(Film D'art)

1907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범한 영화 제작사.

역사적 사실, 문학, 연극 소재를 극영화로 만들어 타 예술 장르와 유기적 협조가 형성되는데 기여한다.

하지만 소재 차용의 원천이 됐던 문학과 연극 형식에 영화 제작 스타일이 지나치게 의존해 영화 형식의 독자적인 발전을 시도하는데 걸림돌이 됐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프랑세즈(Comédie Française) 소속 작가와 연극인들이 선보였던 〈기즈 공작의 암살 L’ Assassinat du Duc de Guise>(1908)을 극영화로 각색하면서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연출 및 스탭진들이 예술 영화 제작에 흡수되는 공로를 세우게 된다.

셋트 설치를 거부하고 카메라 움직임도 고정 시켜 흡사 연극 공연 작품을 영상으로 녹화한 것 같다는 소감을 듣는다.

<기즈 공작의 암살>은 카미유 생상스가 사운드트랙을 담당한다.

배경은 그림을 그려 설치하고 카메라가 미디엄 쇼트로 등장 인물을 잡고 과장 없는 연기, 교양과 정보를 제공하는 소재 등은 미국 영화 제작 및 연기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다니엘 프로햄 감독, 코미디 프랑세즈 소속 사라 베른하르트(Sarah Bernhardt) 주연의 사극 <엘리자베스 여왕 Les Amours de la Reine Elisabeth>(1912)은 니켈로디온에서 간간히 공개됐던 단편과는 달리 프랑스 스타일의 장편 극영화의 매력을 미국 관객들에게 전파한다.

수입업자 아돌프 주커(Adolph Zukor)는 페이머스 플레이어스사(Famous Players Company)를 통해 수입, 1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상영해 엄청난 수익을 얻는다.

흥행 성공 덕분에 훗날 수입사는 메이저 파라마운트 영화사로 성장하게 된다.

필름 다르가 문학 소재를 단골로 차용하는 형식은 미국 및 유럽 영화 시장에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찰스 디킨스, 빅토르 위고 등 문호(文豪)들의 명작이 속속 영화 소재로 차용되는 붐을 조성하게 된다.

D. W. 그리피스 감독의 <인톨러런스 Intolerance>(1916)

고대 바빌론, 성경의 주딘 스토리(The Biblical "Judean" story), 르네상스 프랑스 이야기(The Renaissance "French" story), 1914년 전후 현대 미국 이야기(The American "Modern" story) 등 4부작으로 나누어 2,500여년의 인류사를 3시간 30분짜리 대하극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바빌로니아 제국 마지막 황제 벨사살(belshazzar)의 연회 장면을 대규모 인원과 엄청난 규모 셋트장을 건설해 재현 시킨다.

이런 시도는 필림 다르사의 제작 풍토에서 크게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태리는 필름 다르 제작 시스템이 프랑스를 제치고 가장 화려하게 꽃핀 대표적 국가로 언급되고 있다.

엔리코 구아조니(Enrico Guazzoni) 감독의 <쿼 바디스? Quo Vadis?>(1913)는 헨리 쉔케비치(Henryk Sienkiewicz) 명작을 극화한 종교 사극.

1) 최초 2시간 상영작

2) 기독교인들을 ‘생고기 인형 dummies stuffed with raw meat’으로 만든 뒤 그것을 사자들이 뜯어 먹는 장면 삽입

3) 장-레옹 게롬(Jean-Léon Gérôme)이 그린 1872년작 유화 <폴리스 베르소/ 썸 다운 Police Verso / Thumbs Down>에서 힌트를 얻어 타라시안(Thracian)과 레티아티우스(Retiatius)와의 광장 전투 장면을 재현.

4) 브로드웨이 극장(Broadway theaters)에서 공개된 첫 번째 외국 수입 영화

5)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New York Broadway theaters) 상영 당시 특별 관람료 1달러(an extraordinary $1.00)를 받은 최초 영화

6) 1차 세계 대전 직전(pre-WWI movie)에 엑스트라 5,000명(over five thousand extras)이 넘는 인원을 동원한 첫 번째 영화

7)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진행된 전차 대결, 로마 대화재 장면 등을 담아 유럽 영화계 블록버스터 효시작 등 7가지 진기록을 수립한다.

젊은 카비리아가 해적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 나간 뒤 겪는 인생 고난사를 담고 있는 지오반니 파스트로네(Giovanni Pastrone) 감독의 <카비리아 Cabiria>(1914).

이 영화는 <쿼 바디스?>의 기록을 단숨에 제치는 기염을 토한다.

1) 무성 흑백 영화로는 최장 러닝타임 2시간 28분(2h 28min). 이 영화 여파로 D. W.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1915)은 2시간 45분(2h 45min), <인톨러런스 Intolerance: Love's Struggle Throughout the Ages>(1916)는 2시간 43분(2h 43min) 등 대작 영화 붐이 일어난다.

2) 액션 모험(Adventure), 드라마(Drama), 사극(History) 등 복합 장르 시도

3) 움직이는 인물을 카메라가 쫓아가 화면에 담는 달리-트랙 시스템(a dolly-track system)을 최초 도입. 이 촬영 방식은 유럽 영화계에서 ‘카비리아 무브먼트 Cabiria movements’로 인용된다.

4) 외국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백악관 광장(White House grounds)에서 상영

5) 에밀리오 살가리(Emilio Salgari)의 소설을 유명 시나리오 작가 가브리엘라 다눈지오(Gabriele D'Annunzio)가 각색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시간을 끌자 결국 감독 지오반니 파스트로네가 각색 작업을 진두지휘. 감독이 시나리오 각색도 담당하는 사례를 제시

6) 노예로 이곳저곳 팔려 나가는 카비리아의 고단한 행적을 실감나게 묘사하기 위해 알프스 산맥, 튀니지, 이태리 시칠리아 섬 등 국내외 로케이션 시도. 촬영 감독으로 아구스토 바탈그리오티(Augusto Battagliotti)를 비롯해 유진니오 바바( Eugenio Bava), 나탈리 치우사노(Natale Chiusano), 세군도 드 초몬(Segundo de Chomón), 카를로 프란제리(Carlo Franzeri), 지오반니 토마티스(Giovanni Tomatis) 등 무려 6명이 차출됨

7) 스페인 촬영 감독 세군도 초몬은 트래킹 쇼트, 크레인 쇼트 등을 시도해 연극 무대와 같은 폐쇄적인 스타일의 필름 다르 형식을 혁파 시키는데 공헌한다.

8) 선전 문귀로 ‘가브리엘 다눈지오가 집필하지 않은 걸작 Gabriele D'Annunzio's Great Unwritten Masterpiece’으로 내세운 것은 저명 시나리오 작가 가브리엘이 태만해서 결국 그는 이름만 내걸고 실제 각색 작업은 감독이 진행했기 때문이다.

9) 모험(Adventure), 드라마(Drama), 사극(History), 전쟁(War) 등 복합 장르 시도

10) 1912-14년 촬영 기간이 소요됐으며 제작비(Budget)는 21만 달러($210,000)-이태리 환율로는 최초로 100만 리라가 투입된다.

11) 1995년 162분 복원판(162 min, 1995 restoration), 2006년 181분 복원판(181 min, 2006 restoration)이 공개돼 무성 영화 최장 상영작 기록을 추가 시킨다.

12) 오손 웰즈가 등장 인물을 한 화면에 모두 담는 딥 포커스 등은 이 영화 촬영 테크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다.

‘필름 다르’의 여파를 요약하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상업적 가치에 몰두한 영화 제작 관행에 일침을 가하면서 예술 영화 운동의 가치를 일깨우는데 이바지 한다.

둘째 연극계를 기웃 거렸던 감독들이 영화 연출에 전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셋째 연극 배우들이 흔쾌히 영화 출연에 응해 연극인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 시키는 동시에 영화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공헌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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