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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척추측만증

뒷모습이 웃고 있었다

엄마손에 이끌려 병원에 찾아온 중학교 여학생. 자기가 왜 병원에 와야 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지 물어봐도 도통 대답을 않는다. 이런 경우 보통은 옆에 있는 엄마가 대신해서 다 이야기하기 마련. 학교에서 검진을 했는데 척추측만증이 의심되니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단다.

걱정이 돼서 유명한 척추측만증 병원에 갔었다고 했다. 거기서 x-ray 검사를 했다. 척추가 많이 옆으로 휜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꾸준히 병원 다니면서 도수운동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그런데 그 병원이 집에서 너무 멀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필자의 병원에서 도수운동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상담차 내원한 것이다.

여학생의 어머니에게 척추측만증의 각도를 물었다. 정확히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전신 x-ray 검사를 했다. 참고로 필자의 병원은 진료실벽에 대형모니터가 있어서 x-ray결과를 환자가 눈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검사 후 다시 진료실로 들어오는 여학생과 어머니. 아직도 여학생은 고개를 들지도 않는다. 척추의 각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보았다. 그런데 결과가 의외였다. 이 학생은 척추측만증이 아니었던 것.

척추측만증 진단의 시작은 Cobb각(Cobb’s angle) 이다. 만곡이 있는 척추체 사이의 각도를 말한다. 척추측만증에 대한 세계최고의 학회인 SRS (Scoliosis Research Society)의 용어를 보면, 우리가 주위에서 척추측만증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 (idiopathic scoliosis)은 10도 이상을 진단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척추측만증은 단순히 S자처럼 휘는 2차원적인 변형이 아니고, 척추체가 회전을 하면서 휘어지는 3차원적인 변형이다.

각 환자마다 변형의 중심이 다르고 측만증의 타입도 다르다. 이것을 분류하는 복잡한 표도 당연히 있다. 어떤 경우는 분류에 속하지 않는 타입도 발견되기도 한다. 25도 이상은 측만증이 타입에 따라서 보조기 착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성장기를 지나면서 40-50이상으로 각도가 진행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여학생의 각도는 6도 정도였다. 변형각도는 x-ray 검사 시의 환자의 자세, 각도를 측정하는 척추체를 정하는 방법, 각도 측정자의 측정방법의 차이에 따라서 어느 정도 차이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척추측만증의 진단기준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10도 이상을 측만증이라고 했는데 그럼 1도에서 9도는 측만증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10도 미만의 각도는 반듯해 보이지는 않지만, 앞에서 언급한 각도 측정시의 여러 오차원인으로 인하여 진단의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고, 정말로 10도 미만의 변형이 있다고 하더라고 척추를 0도로 바로 펼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진단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학생과 어머니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렸다. "따님의 척추는 휜 것이 아니고, x-ray상 곧지 않아 보이는 것 뿐입니다. 누가 뒤에서 보더라도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진료실을 나가는 학생의 뒷모습이 웃고 있었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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