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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반기문의 ‘운명’ 가를 3대 지표 들여다보니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 타이틀 쥐기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할 3대 절대 카드 있어"
[전문가 칼럼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했다. 국토를 잿더미로 바꿔놓은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 파병을 결정한 기구가 유엔연합이다. 전쟁 후유증에서 신음하던 국가에서 세계 경제 주요 국가로 우뚝 섰고 유엔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국민들에게 반 전 총장은 단순히 국제적으로 저명한 인사 그 이상이다. 그러나 대선 유력 주자로 부상한 반 전 총장에게 귀국후 여정은 매우 험난하기만 하다. 공항에서부터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고 연일 ‘반기문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뉴욕의 유엔 본부와 한국의 현장은 전혀 달랐다.

동생을 비롯한 반 전 총장 주변의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기대한 귀국 효과는 나타나기도 전에 사라질 판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 후보로서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셈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모드 전환을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더 이상 우리 국민들에게 ‘반기문’은 전 유엔사무총장이 아니라 대권 후보다.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모드 전환이 가능하도록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했지만 반 전 총장측은 현실정치의 미숙함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말았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지지율 3대 요소는 지역, 이념, 세대기반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다른 후보를 앞서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념과 세대 기반의 강한 뿌리를 틀어잡고 있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는 탄핵 국면을 관통하며 문재인 전 대표쪽으로 결집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핵사이다급 인기를 누렸지만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을 정점으로 지지부진하다. 문 전 대표는 이념적으로 대부분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인 진보와 진보적 중도층까지 결집시켰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60대 이상의 세대 기반 외에는 이념에서도 지역에서도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0일(현지시간)이면 미국 제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 선서를 한다. 환영 인파만큼이나 취임 반대 시위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오가고 있다. 미국 여러 곳에서 ‘반트럼프’시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시점의 역대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트럼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과 불만이 고개를 치켜들면 들수록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지지층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힐러리의 패배는 반 전 총장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다. 힐러리 클린턴 실패의 3대 요인으로 지역 기반 확보 미흡, 부동층으로부터 신뢰 상실, 경제 메시지 전달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지역 기반 확보 미흡이다.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통적인 지역 기반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단 1표만 앞서더라도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오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제도에서 경합주(Swing State)에서의 승리는 절실하기만 하다. 인구 밀집 지역인 미국 오대호 주변의 위스콘신, 미시건, 오하이호, 펜실베이니아 주를 비롯해 동남부의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주는 선거의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선거구다.

8년간의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오바마 대통령은 2차례의 선거에서 대부분의 경합주를 차지하고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의 후광효과(Halo Effect)를 감안한다면 반드시 이겼어야할 지역이었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앨 고어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체 득표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시 후보에게 패했다.

많은 이들이 석연치 않은 재검표 논란이 있었던 플로리다주에 주목했다. 20장이 넘는 선거인단표가 걸린 데다 당시 현직 주지사가 부시 당선자의 동생인 젭 부시였다. 그러나 더 큰 패배의 원인은 플로리다가 아니라 테네시였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고향이 어디인가. 테네시주다. 고어 전 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의 2인자가 되기 전 테네시주 상원이었다. 고향에서 패하고 전체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자신의 텃밭에서 패한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우리 대통령 선거로 눈을 돌려보면 후보들에게 지역 기반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반 전 총장이 반드시 붙들어야할 첫 번째 절대카드는 충청이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후 충주에서 열렸던 환영 행사장에서 ‘충주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했다. ‘충청의 아들’은 아니었다. 탄핵국면으로 TK와 PK 정서가 엇박자로 요동치면서 반 전 총장은 더욱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수단이 바로 결집이다. 앞서가고 있는 문 전 대표 역시 지역 거점을 오롯이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다. 진보진영 후보 중에서 호남에서의 선거 승리 없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은 선거구도상 기대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권 승리 없이 대선 승리 또한 없었다.

더구나 이 지역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라면 반 전 총장의 목적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귀국이후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대전충청 지역에서 아직 압도적인 성적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의 의뢰를 받아 지난 16~18일 실시하고 19일 발표한 조사(전국1507명 무선전화면접/스마트폰앱/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4.4%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지지하는 정치인 한 사람만 선택할 것’을 물어본 결과 문 전 대표가 28.1%로 가장 앞섰고 반 전 총장이 21.8%로 그 뒤를 이었다. 두 유력 후보 다음으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9%, 안철수 전 대표가 7.4%였다. 관심지역인 충청은 문 전 대표가 30.5%로 가장 앞섰다. 반 전 총장은 24%에 그쳤다(그림1).
  • (그림1)
대구경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앞섰지만 유권자가 TK지역보다 더 많고 반 전 총장의 강력한 지역 기반이 되어야할 충청 지지율은 끌어올리지 못했다. 조사 결과 반 전 총장의 귀국 효과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고향에서 여러 차례의 행사를 치렀지만 일종의 고향 유권자 결집 현상(Hometown Effect)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충청대망론’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읽힌다. 충청에서 귀국 보고회를 하고 충청도에서 대선 행보를 가동했다고 해서 지지율이 저절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충청 민심은 후보의 존재 자체만으로 표심이 흔들리지 않았다. 충청지역에 가장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충청에 지역 기반을 두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을 무기로 충청 표심을 사로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중에는 ‘수도 이전’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지만 대선 후보 시절엔 충청권을 향한 구애 일색이었다.

다른 후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지금 반 전 총장의 고향이 충청도라는 점만 확인한 셈이다. 반 전 총장이 충청에 대한 어떤 지역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지역감정을 발판으로 표심을 얻겠다는 발상이야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에게 지역 기반은 필수적이다. 지역의 독보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다자대결에서는 적어도 과반 이상을, 양자대결에서는 65%이상의 지지율로 끌어올려야 가능할 일이다. 특히 문 전 대표를 뒤쫓고 있는 반 전 총장에게 지역 기반은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할 절대 카드가 되고 있다.

다음은 무당층이다. 여론조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다. 최근 들어 정당의 선택지가 더 넓어졌지만 무당층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정당에 대한 혐오는 더 커져 무당층의 비율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무당층 비중은 거의 30%에 육박한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라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의 지지층은 누구를 지지할지 사실상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무당층 유권자들의 선거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부동층 성격이 강한 무당층에서 압도적인 지원을 받을 경우 선거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기존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기 때문에 앞서가는 유력 후보를 쫓아가는 후보로서 반드시 무당층에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62%는 문 전 대표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58.2%가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바른정당에서도 50.5%가 반 전 총장을 지지했다. 무당층에서는 반 전 총장이 22.7%였고 문 전 대표는 7.6%에 그쳤다(그림2).
  • (그림2)
대선 후보들이 외연확대를 위해 공략해야 할 유권자층이 바로 무당층이다. 무당층에서는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큰 편이다. 그렇지만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상당수의 무당층 유권자들은 특정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고 있지는 않다.

반 전 총장이 기존 정치권 출신이 아니고 귀국일성에서 ‘정치교체’를 선언했으므로 무당층 유권자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해야만 지지율 상승이 가능해진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권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들의 투표가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됐다.

막말이 난무하는 선거전에서 중산층 백인 남성들은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마음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반(反)트럼프 정서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웠고 심지어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박 대통령이나 보수 정당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반 전 총장이 기대할 수 있는 유권자층이 바로 무당층이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므로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관된 행보와 정교한 메시지로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지지층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운명을 좌우할 마지막 절대 카드는 가정주부층이 갖고 있다. 전업주부라는 특징 때문에 다른 직업군에 비해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념적 성향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가정주부층은 가족 전체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대체적으로 보수적 경향이 강하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중 차지하는 비중도 30% 가까이로 매우 비중 있는 유권자 그룹이다. 지금까지 실시돼온 조사들을 분석해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 정국 이전의 새누리당은 가정주부층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한국갤럽이 약 6개월여 전인 지난해 6월 7~9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준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21%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박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31%였고 가정주부층에서 ‘(박 대통령이)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3%로 직업군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29%였는데 가정주부층에서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37%로 약 10%포인트 가까이 더 높았다. 반기문 전 총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정주부층에서 반 전 총장은 27%로 가장 앞섰고 문 전 대표는 10%에 머물렀다. 그러나 탄핵 국면을 관통하면서 가정주부층의 선택 방향이 달라졌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0~12일 실시하고 13일 발표한 조사(전국1007명 휴대전화RDD조사 표준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 19%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가정주부층’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면 문 전 대표가 27%였고 반 전 총장은 24%였다(그림3).
  • (그림3)
불과 몇 개월전만 하더라도 가정주부층에 대한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있던 반 전 총장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뒤쫓아 가는 모양새다. 가정주부층에서의 정당 지지율에도 격한 변화의 모습이 투영돼 나타났다. 가정주부층에서 더불어민주당은 34%였고, 새누리당은 16%, 바른정당은 6%에 불과했다.

보수진영도 반 전 총장도 가정주부층에서 경쟁력을 동반 상실한 결과를 보여준다. 가정주부층은 다른 어떤 계층보다도 경제 문제에 민감하다. 시장 물가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장바구니 물가에 매우 예민한 계층이다. 가정주부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경제 회복 방안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외교나 안보 이슈도 중요하지만 경제 이슈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집권 여당이 책임 있는 경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바람에 가정주부층의 마음이 돌아선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업군에 비해 안정을 더 추구하는 가정주부층은 반 전 총장이 반드시 붙잡아야할 절대 카드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행보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20%내외의 지지율을 보여주는 유력후보이기 때문이다. 외교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자리에까지 오르며 전문성의 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치는 문외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과 국민들은 숱한 검증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정치인일지라도 이런 과정은 불가피한데 대통령 후보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반 총장을 향한 관심과 비판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자신을 우선 진단하는 일이다. 내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려고 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지 진솔하고 담백하게 국민들에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설명의 과정이 없다면 많은 장소를 방문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주목만 받을 뿐 후보자에 대한 매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좋은 결과이든 나쁜 결과이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반기문의 ‘운명’은 얼마나 빨리 충청, 무당층, 가정주부층(3개의 절대카드 영어 머리글자를 따 ‘CH-I-HO 치호지수로 분석)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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